[고양=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가족들이 먼저 포기하지 않아, 나도 포기하지 않았다"
A매치 데뷔골을 기록한 주민규(울산 HD)가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8일 오후 4시 30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오픈트레이닝을 진행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6일 싱가포르 원정에서 7-0 대승을 거두며 6월 A매치 2연전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마무리가 남았다. 김도훈호는 이날 오픈트레이닝부터 오는 11일 펼쳐지는 중국과의 홈경기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싱가포르전 가장 주목을 받았던 선수는 주민규였다. 주민규는 싱가포르전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후반 13분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과 교체될 때까지 약 68분을 소화하며 1골 3도움을 기록, 대승을 견인했다. 특히 이날 주민규의 골은 A매치 데뷔골이기도 했다.
주민규는 오랜 기간 K리그에서 정상급 공격수로 활약했지만, 올해 3월 전까진 한 번도 A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3월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에서 첫 부름을 받아 2경기 모두 출전했다. 주민규는 포스트 플레이와 높이 등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결정력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드러냈고 A매치 데뷔골 신고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하지만 김도훈 임시 감독이 6월 소집 명단에 주민규를 포함시키면서, 주민규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주민규는 이번에는 A매치 데뷔골을 기록하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픈트레이닝 전 취재진과 만난 주민규는 데뷔골과 3개의 도움 중 어느 것이 더 좋냐는 질문에 "당연히 데뷔골이다. 공격수이기 때문에 골을 많이 좋아한다"며 "그전에는 이렇게 인터뷰를 하지 못했는데 골을 넣으니까 이렇게 인터뷰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웃었다.
A매치 데뷔골은 주민규와 가족들의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기도 했다. 주민규는 "그전에는 대표팀에 들지 못하면 내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채찍질하고 보완하면서 견딜 수 있었다"면서 "가족들은 내가 최고라고 생각을 하는데 '왜 안될까'라는 실망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부분을 충족시켜주지 못해서 가족들한테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그래도 한을 풀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민규는 또 "사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는데 가족들이 먼저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기 때문에 나 또한 쉽게 포기하지 않은 것 같다"고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지난 3월 첫 대표팀 발탁 당시 팬들은 '늦게 핀 꽃이 아름답다'는 걸개를 걸어 주민규를 응원했다. 주민규는 "그냥 늦게 발탁이 됐다고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그런 말을 해주셔서 '굉장히 나에게 괸심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동기부여를 갖게 된다"며 "일찍 폈으면 좋겠지만 '늦게 핀 꽃도 굉장히 아름답다'고 이야기를 해 주셔서 더 오래 버틸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이번 데뷔골로 주민규는 한국 축구의 역사도 새로 썼다. 33세 343일의 나이로 데뷔골을 넣어 역대 한국 대표팀 최고령 A매치 데뷔골 2위의 주인공이 됐다. 주민규는 "'나이가 꽤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다르게 의미하자면 나이가 더 많으면 많을수록 더 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생각에 동기부여를 갖고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첫 소집 때와 달라진 점도 전했다. 주민규는 "내가 좀 더 편안해졌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긴장도 많이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며 "두 번째 들어왔을 때는 선수들과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경기장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주민규가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아직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지금의 기량을 그때까지 유지한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주민규는 "당장 앞에 있는 것부터 해결을 해야 그 다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하나 하나씩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주민규가 집중하는 것은 다가오는 중국전이다. 주민규는 "컨디션은 굉장히 좋다. 골을 넣어서 부담감도 사라졌다. 중국전에서도 공격 포인트나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잘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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