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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 엔딩 설계가 아쉽다 [무비뷰]
작성 : 2024년 05월 29일(수) 08:00

사진=설계자 스틸컷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아쉬운 용두사미다. 신선한 첫인상이 무색하게 쌓아가던 이야기가 맥없이 풀려버린다. 허탈한 뒷맛이 남는 영화 '설계자'다.

'설계자'(감독 이요섭·제작 영화사 집)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사건사고가 과연 우연이었을까'란 의미심장한 물음으로 시작한다. 작품은 초반부, 살면서 한 번쯤 의심해 봤던 꺼림칙한 음모론들의 진실을 펼쳐놓으며 관객의 흥미를 자극한다.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해 영일은 상황에 따른 디테일한 시뮬레이션을 철저하게 설계한다. 심지어는 특정 시간에 태양이 비친 각도로 인한 운전자의 눈부심까지 고려한다. 누가 봐도 우연한 사고로 보일 수밖에 없는 치밀한 설계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그러나 중반 즈음부터 영화는 초반에 보여줬던 반짝임을 잃고 늘어지는 인상을 준다. 영일이 끝없이 누군가를 의심하며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다소 지루하게 전개된다.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역시나 명확한 결론 없는 찝찝한 결말이다. 이도저도 아닌 흐지부지한 뒷마무리 탓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음에도 진짜 영화가 끝이 난 게 맞나 싶다. 99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이나, 큰 소득 없이 여기저기 의심만 하는 중간 부분에 시간이 너무 길게 할애되면서 도리어 크게 터졌어야 할 결말에 제대로 힘을 싣지 못한 모양새다.

시사회에서 이요섭 감독은 "진실을 찾기가 어렵다"며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을 찾기 위해서 남을 의심할 수도 있고, 수많은 믿음이 사라져버리는 순간이 올 것 같은데 그 순간이 어쩌면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진실, 영화에서만큼이라도 좀 속 시원히 찾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29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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