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부산 KCC의 전창진 감독이 그간 힘들었던 마음을 털어 놓았다.
KCC는 5일 수원 KT 아레나에서 수원 KT와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5차전에서 88-70으로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KCC는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팀의 6번째 챔프전 우승이자, KBL 역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5위 진출 팀의 우승이다.
전창진 감독은 2002-2003 시즌, 2004-2005 시즌, 2007-2008 시즌에 이어 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나고 취재진과 만난 전창진 감독은 먼저 "5년 동안 옆에서 자리를 지켜준 강양택 코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제가 많이 의지했다. 저도 나이가 많지만 강코치도 나이가 많다. 저를 위해서 애를 많이 써줬다. 이런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코치에게 고맙다는 한마디를 하고 싶다"고 강양택 코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5위라는 성적을 선수들도 창피하게 느꼈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한 번 해보자'하는 각오가 있었고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KCC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조금이라도 그 은혜에 보답할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며 선수단과 모기업에 감사를 전했다.
송영진 KT 감독에게도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정말 고생 많았다. 상당히 제가 보기에 가능성이 높은 감독이다. 앞으로 이 패배가 송영진 감독에게 많은 공부가 될 것이다. 저는 나름대로 오랜 세월 감독을 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경험을 했지만, 송영진 감독에겐 정말 좋은 공부가 됐을 것이다. 실망하지 않고 다음 시즌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격려를 보냈다.
시즌 중 전창진 감독은 "슈퍼팀이 아니라 동네슈퍼팀"이란 농담을 하곤 했다. 이에 대해 "제가 슈퍼팀이라고 하지 않았다. 제가 제일 속상한 건 부상이 나왔는데도 지면 (기사 제목이) '슈퍼팀이 졌다'고 나온다. 타이틀이 자극적이고 힘이 많이 빠진다. 어쩌면 우리가 지기를 바라는 느낌도 받았다. 저는 상당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그간 힘겨웠던 마음을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런 팀이 만들어지기 쉽지 않다. 이런 전력을 계속 끌고 갔을 때 슈퍼팀이 된다. 한 명 나가고, 한 명 부상 당하고, 전력 이탈하고, 시즌 전 대표팀 나갔다 오고, 어려운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팀이) 단단해지고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경기력을 가질 수 있었다. 선수들도 지금 멤버로 정규시즌을 시작했다면 5위를 하진 않았을 것이다. 부상 선수들이 4~5일 전에 (몸이) 올라온 것 같다. 짧은 기간이지만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열심히 했다는 것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진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창진 감독은 승부조작 논란에 시달렸다.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KCC로 복귀하기까지 4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전창진 감독은 "(승부조작 논란 후) 감독을 하기엔 쉽지 않았다. KCC에서 저를 불러줬고, 한 번도 이야기는 안 했지만 돌아가신 정상영 KCC 명예회장님이 기회를 주셨다. 지금 정몽진 회장님도 기회를 주셔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정 회장님을 찾아뵙고 해냈다는 인사 드리고 싶다. KCC에 보답을 한 것 같아서 미흡하지만 너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그간 숨은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시즌을 치르며 세대 차이가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전창진 감독은 "많은 감독들이 어려졌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차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변화를 과연 내가 이겨낼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선수들도 지도하는 것보단 비즈니스 관계가 되는 걸 받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런 것들을 코치들이 역할을 잘해줘서 버텨나갈 수 있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5위를 하는 바람에 홈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3-4차전 많은 관중들이 KCC를 연호하며 선수들을 응원한 힘들이 실력 외적인 영향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응원을 받고 힘이 나지 않을 선수는 없다"고 부산 팬들에게 외려 미안함을 전했다.
전창진 감독은 "프로농구가 이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좋은 환경 속에서 많은 팬들을 모시고 경기할 수 있었으면 진심으로 좋겠다"고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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