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이주빈이 그야말로 '천다혜'를 입었다.
이주빈이 주연을 맡은 '눈물의 여왕'(극본 박지은·연출 장영우)은 퀸즈 그룹 재벌 3세, 백화점의 여왕 홍해인(김지원)과 용두리 이장 아들, 슈퍼마켓 왕자 백현우, 3년 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눈물의 여왕 이주빈 인터뷰 / 사진=앤드마크 제공
'눈물의 여왕'은 최종회 시청률 24.9%(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을 기록하며 역대 tvN 최고 기록을 세웠다. 기존 왕좌의 주인공이었던 '사랑의 불시착'을 4년 만에 밀어냈다.
이에 대해 이주빈은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제가 애정하는 작품인 만큼, 시청자분들도 너무 사랑해 주셔서 하루하루가 뜻깊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극 중 이주빈은 퀸즈 그룹 재산을 노리고 홍수철(곽동연)과 결혼한 천다혜 역을 맡았다. 천다혜는 출신부터 학력, 이력까지 모두 거짓으로 꾸며진 인물이다.
오디션을 통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는 이주빈은 "오디션을 볼 당시에도 업계에서 기대하는 작품이었고, 주연 배우들이나 작가님, 감독님 모두 드림팀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잘 되겠다는 믿음이 무조건적으로 있었다. 근데 제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사랑을 받은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지은 작가의 세계관에 안착하게 된 이주빈은 "제작발표회에서 어떤 배우가 '작가님은 시청자들을 롤러코스터를 태우신다'고 하지 않았냐. 작가님은 그걸 정말 잘하시는 것 같다. 저도 대본을 보면서 다음회가 궁금해지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입체적이라고 느꼈다. 시청자들을 울렸다, 웃겼다 하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 감탄했다.
작품 초반부 천다혜는 홍수철의 아내로만 그려진다. 그러나 그 이면엔 모슬희(이미숙), 윤은성(박성훈) 모자와 함께 퀸즈그룹의 재산을 넘보는 검은 속셈이 담겨있다.
이주빈은 "사실 다혜가 나쁜 짓을 해도, 연기를 하는 입장에선 그렇게까지 나쁘다고 느끼진 못했다. 제가 생각하는 악인, 빌런은 누군가를 엄청난 위험에 빠뜨리거나 위해를 가하거나, 위협적이지 않냐. 근데 그건 제 고정관념이었던 것 같다"며 "다혜가 빌런이라는 걸 방송을 보고 깨달았다. 연기할 땐 철없고 사랑 못 받은 금쪽이 느낌이 있었다. 막상 방송을 보니까 심각하더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연기를 할 땐 제가 고아원에서부터의 서사를 알고 연기해서 그렇게까지 악인이라는 생각은 못 했다. 나쁜 짓은 하지만, 허술하고 철이 없고, 만만한 인물로 비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며 "다혜의 정체가 2화 마지막에 드러나는데 누가 봐도 사랑받는 재벌집 며느리였지 않냐. 그런 걸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스타일링으로 많이 노력했다. 내면이나 행동으로 보여주기보단, 이미지적인 것이 크니까 초반엔 그런 부분을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뒷부분에 갈수록 다혜 캐릭터가 자유로워지는 걸 느꼈다. 그게 좀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아마 시청자분들도 그렇게 보시지 않았을까. 숨기고 있던 답답한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에 쾌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초 퀸즈그룹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의도적으로 홍수철에게 접근했던 천다혜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젖어들며 사랑을 느끼게 된다. 혼란을 겪던 천다혜는 결국 자신이 홍수철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주빈은 "혼란스러워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부분은 수철이와 같이 있는 장면들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촬영장에 갔는데 막상 수철이 얼굴을 보니까 그냥 나오더라. 이 친구가 진심으로 잘 표현하니까 연기를 한다기보단 그냥 멍히니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표정이 잘 나오는 것 같았다"며 "특히 자전거 장면에서 '내 아들은 이런 거 내가 직접 가르쳐주고 싶어. 넘어져본 적도 없다고'라는 대사를 대본에서 봤을 때부터 울컥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듣고 있어도 되는 게 맞는지, 내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자칫 빌런으로만 비칠 수 있던 천다혜는 홍수철과 만나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는 커플이 됐다. 이에 대해 이주빈은 "사실 다혜만 놓고 봤을 땐 받아들여지기 힘든 캐릭터다. 그런데 대본상에서도 수철과 다혜가 절절하게 사랑하지만, 수철이를 연기한 곽동연의 힘이 정말 큰 것 같다"며 "수철이를 이렇게까지 절절하고, 진심으로 연기하지 않았으면 시청자들도 다혜를 사랑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눈물의 여왕 이주빈 인터뷰 / 사진=앤드마크 제공
곽동연과의 호흡이 물 흐르듯 흘러갔다면, 그다음은 아들 건우(구시우)와의 호흡이었다. 이주빈은 "건우의 데뷔작이다. 9개월, 10개월 때 첫 촬영을 했다고 들었다. 그 당시엔 10개월 정도 촬영했고, 지금은 어린이가 됐다. 그땐 실제 아버님이 안고 계시다가 저한테 넘겨주시면 조금 울다가 적응을 바로 해서 안심을 했다. 살이 닿는 느낌이 중요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며 "근데 점점 발달하면서 이 누나한테 가면 내가 아빠랑 떨어진다는 걸 알게 됐다. 분리불안이 생겨서 나중에 저를 거부하더라. 너무 신기했다. 저 혼자만 건우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동시에 모성애 연기도 도전해야 했다. 이주빈은 "아기 엄마 역할이 처음이라서 주변에 출산한 친구들한테 물어보니까 아이를 안을 때 가장 티가 많이 난다고 하더라. 아이를 들어 올리고, 눕힐 때 티가 많이 난다고 해서 나름 익숙해지려고 친구들을 쫓아다니면서 '놀러 가자. 내가 볼게' 했는데 아무도 마음 편히 맡기지 않았다"며 "제가 결혼을 안 해서 모성애 부분을 잘 모르겠더라.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비슷한 구석을 찾자면 저의 반려견을 아이처럼 키웠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마음이 조금이라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다혜만을 놓고 봤을 때 건우에게만큼은 제가 고아로 자랐지만, 완벽한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돈이라도 많아서 풍족하게 키우겠다는 책임감이 있던 부분인 것 같다. 그런 걸 대입하고 나니까 다혜가 짠하더라"고 털어놨다.
눈물의 여왕 이주빈 인터뷰 / 사진=앤드마크 제공
앞서 가수 연습생으로 출발해 배우가 된 이주빈은 "가수 연습생을 시작했을 땐 사실 아이돌 데뷔를 해도 바로 연기 파트로 빼주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그렇게 연기가 뭔지도 몰랐다. 학교도 다니고, 배우 회사도 들어가서 아이돌 준비도 하고, 프로젝트 그룹을 하려고 했는데 그 시간이 지나니까 더 이상 저도 아이돌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며 "그래서 학교도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자유롭게 살았다. 그땐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믿음이나 소망이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오다 보니까 작품에 캐스팅 됐다. 그때가 스물아홉 살 정도였다. 그때야 '연기란 게 이런 거구나'라는 걸 느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거다. 그래도 지금은 작품을 많이 하고, 배우 생활을 오래 했으니 어느 정도 조금 알 것 같다. '이렇게 하는 게 잘하는 거구나'라는 판단력이 있었다. 신인 시절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안 보였다. 카메라가 어딨는지, 동선이 어떤 건지 아무것도 안 들리고 대사 하는데만 급급했던 것 같다. 참 많이 부족했었다"고 회상했다.
이와 함께 이주빈은 "불안감은 누구나 함께 가는 것 같다. 해소되지 않고 잠깐 제 안에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데 어느 순간 인정했다. 전 원래 불안하다. 제가 앞으로 차에 치일 수도 있고, 안 좋은 일에 휘말릴 수도 있는데 불안하기 전에 떠올리지 않도록"이라며 "불안함을 느끼는 것도 습관이라고 하더라. 지금은 그냥 웬만하면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 '아 나 또 불안하네~ 뭐가 불안하지~'라고 생각해 버린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주빈은 "시청자분들과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궁극적으로 '이주빈이 나온대. 재밌겠다'라고 하는 게 중요하지 않냐. 그 얘기가 제일 듣고 싶다. 이젠 '연기를 잘한다'보다 더 우선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주빈은 "다혜한테 고생했다고 얘기하고 싶다. 본인의 선택이 잘못을 저질렀고, 매 순간 잘못된 선택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 환경의 요인도 있었을 거고, 결과적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과 보호받고 싶은 것이 너무 큰 아이였다"며 "이제 그 사랑이 충족됐고, 수철이한테 사랑받았으니까 고생했고, 행복해질 일만 남았다.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