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대한축구협회의 무리수가 독이 돼 돌아왔다. 2024 파리 올림픽 준비에 전념시켜야 할 황선홍 감독에게 A대표팀 임시 사령탑이라는 무거운 짐을 맡겼고, 이는 40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6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와 연장전까지 2-2로 맞섰지만, 승부차기에서 10-11로 졌다.
4강 진출에 실패한 황선홍호는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 확보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1-3위에게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4위에게 아프리카 4위 기니와의 대륙간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부여한다. 4강에 오르지 못하고 8강에서 대회를 마감한 한국에게는 그 어떤 티켓도 주어지지 않는다.
두 달 전의 무리수가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지난 2월 아시안컵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대한축구협회는 3월 A매치 2연전을 준비할 임시 사령탑을 찾았고, 황선홍 U-23 대표팀 감독을 임시 감독으로 선임했다. 황선홍 감독은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모두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물론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겸임하는 사령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U-23 아시안컵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굳이 황선홍 감독에게 A대표팀까지 겸임토록 하는 것은 악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한축구협회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황선홍 U-23 대표팀 감독의 A대표팀 겸임을 발표하며 "두 팀을 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많은 고심 끝에 선임 과정을 거쳤다"면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시 전적으로 전력강화위원장인 내가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3월 A매치에서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1승1무의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황선홍 감독은 본업인 U-23 대표팀을 지도하지 못했다. 결국 그 후폭풍은 한 달 뒤 U-23 아시안컵 8강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났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것은 지난 1984 LA 올림픽 이후 40년 만이다. 이후 1988 서울 올림픽부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이어지던 연속 본선 진출 기록도 9회에서 중단됐다.
결국 두 달 전 무리수를 던진 대한축구협회에 책임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황선홍 감독의 겸임을 최종 수락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정 회장은 지난해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클린스만 체제의 실패 이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책임을 회피한다면 한국 축구의 수장의 자격이 없다.
스스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역시 자신의 말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아시안컵부터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까지. 한국 축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의 실패는 안된다. 이제는 대한축구협회와 주요 인사들의 책임 있는 자세가 나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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