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골프가 좋아졌어요"
한 달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돌아온 박민지의 말이다.
박민지는 25일 경기도 양주의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655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크리스에프앤씨 제46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3억 원, 우승상금 2억3400만 원) 1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아직 오후조 경기가 진행 중인 오후 2시 현재, 박민지는 공동 선두 서연정, 안지현(이상 5언더파 67타)에 1타 뒤진 공동 3위 그룹에 자리하고 있다.
이날 박민지는 4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7번 홀에서 첫 버디를 낚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박민지의 본격적인 버디 사냥은 후반부터 시작됐다. 10번 홀과 11번 홀에서 연달아 약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타수를 줄였다. 이어 15번 홀과 16번 홀에서도 연속 버디를 보태며 순위를 끌어 올렸다.
기세를 탄 박민지는 18번 홀에서 공동 선두 도약을 노렸지만, 회심의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 나오며 아쉬움을 삼켰다.
박민지는 "오늘 샷이 크게 좋지는 않았는데, 그린에서 퍼트가 빠져도 컵을 스치거나 다 들어갔다. 오늘은 퍼터가 주인공이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오랜만에 대회에 나왔는데 좋은 성적으로 첫날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과분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민지는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중 한 명이다. 루키 시즌인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승씩을 거뒀고,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6승을 쓸어 담으며 KLPGA 투어를 '민지 천하'로 만들었다. 지난해에도 2승을 추가하며 통산 18승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4월 동안 KLPGA 투어에서는 박민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지난 시즌 후반부터 괴롭혔던 신경통이 박민지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통증이 사라지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KLPGA 투어에 돌아올 수 있었다.
박민지는 "2주 전부터 통증이 아예 없어서 이번주부터 시합에 나왔다. 지금까지는 굉장히 좋다"며 "매일매일 오늘을 건강하고, 착실하게 살자는 목표로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음식과 규칙적인 생활에 신경을 쓰고 있다. 누가 제대로 살아야 한다고 알려 준 것 같다. 고마운 병이 아닐 수 없다"며 웃었다.
반갑지 않은 병이지만, 박민지는 이를 마인드를 새로 하는 계기로 삼았다. 박민지는 "(이전과) 100%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골프에만 너무 집중을 해서 골프가 싫고 재미가 없었다. 잘 쳐야만 재밌는 골프를 하고 있었다"며 "아프고 나서 골프를 치기 위해 밖에 나와있는 것 자체가 건강하다는 이야기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박민지는 또 "이번 아픔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전에는 30살이 되면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마음이 바뀌어서 40살까지 치고 싶다. 그 정도로 골프가 좋아졌다"고 전했다.
오랜만에 만난 팬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도 전했다. 박민지는 "너무 감사했다.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랜덤조였는데, 그래도 좋은 시간대에 걸렸다.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셔서 '나 이렇게 사랑받는 선수였지'라고 생각하고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리려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도 밝혔다. 박민지는 메이저 대회 중 한국여자오픈, KB금융 스타챔피언십,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아직 KLPGA 챔피언십과 한화 클래식에서는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사는 그랜드슬램 달성 여부에 쏠린다.
박민지는 "(그랜드슬램을) 하게 되면 너무 좋을 것 같다"면서도 "아무 대회에서나 우승했으면 좋겠다. 그랜드슬램을 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목표를 보고 가고 싶지는 않다. (그랜드슬램도) 목표 중에 하나이지만 치우치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민지는 "내일도 오늘처럼 쳤으면 좋겠다. 조금 더 성숙한 골프를 하면 덜 후회되는 라운드를 하는 것 같다"면서 "조금의 실수가 있더라도 관대하게 칠 수 있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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