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범죄도시4'의 매력은 반감, 진부함은 배가 됐다.
'범죄도시4'(연출 허명행·제작 빅펀치픽쳐스)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광수대&사이버팀과 함께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소위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판매하는 조직을 쫓는 마석도 형사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마석도를 비롯한 강력반 식구들은 마약 판매에 악용된 애플리케이션을 추적하던 중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에 광수대에 더해 사이버팀까지 합세해 이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같은 시각, 필리핀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백창기는 자신의 동업자인 장동철을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다. 마석도는 그런 백창기와 장동철의 존재를 눈치채고 포위망을 좁혀간다.
과연 마석도는 또 한 번 백창기와 장동철 조직을 일망타진하고, 새로운 실적을 쌓아 올릴 수 있을까.
범죄도시4 리뷰 /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도시4'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액션 프랜차이즈 시리즈다. 지난해 '범죄도시3'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범죄도시2'에 이어 2연타 천만 홈런에 성공했다.
이어 1년 만에 돌아온 '범죄도시4'는 더 넓어진 스케일을 자랑했다. 시리즈 최초 필리핀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한 '범죄도시4'는 서울뿐만 아니라 필리핀까지 수사망을 넓혔다. 여기에 '주(먹) 변호사'를 데리고 다니던 마석도와 함께 진짜 '지능 수사'를 보여주는 사이버팀까지 힘을 보탰다.
마동석 표 마석도는 모두가 아는 맛이다. 머리는 조금 부족하지만, 가슴만큼은 뜨거운 마석도는 시작부터 철문을 뜯어내고, 거침없이 나쁜 놈들을 시원하게 무찌른다. 앞선 시즌과 다른 복싱 기술을 사용했다는 마동석은 한결 묵직해진 주먹을 보여준다. 다수의 작품에서 액션 감독으로 활약했던 허명행 감독과 만나 시너지를 이룬다.
새로운 빌런으로 등장한 김무열의 활약도 더해졌다. 간결하고, 명확한 액션을 보여주는 김무열은 그야말로 날렵하다.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다. 묵직함이 특기인 마석도와 깔끔한 김무열의 액션은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또한 작품의 클라이맥스인 마지막 결투신은 긴 시퀀스를 자랑한다. 백창기와 제대로 맞붙는 마석도의 액션신은 특유의 통쾌함을 자랑한다. '어승리(어차피 승리는 마석도)'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를 응원하게 된다.
다만 두 인물이 만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이로 인해 자칫 지루하다는 인상을 준다. 각 인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으나, 중후반부가 돼서야 한차례 맞닥뜨린다. 이마저도 짧은 만남이 이뤄진 뒤 다시 최후의 결투신까지 긴 시간을 할애한다.
또한 '범죄도시' 시리즈 특유의 유머코드도 이번만큼은 빛나지 못한다. '두꺼비집'을 '거북이집'이라 부르고, '휴대폰 동기화'를 '동기들이 몰려와서 핸드폰을 해주는 것'이라는 실없는 대사를 날리는 마석도는 익숙하지만, 신선하지 못하다. 오히려 너무 잦은 언어유희들이 재미를 반감시킨다.
무엇보다 장이수의 쓰임새가 아쉽다. 장이수 캐릭터는 지난 '범죄도시1' 부터 이 시리즈를 책임진 명실상부한 '신스틸러'다. 다만 이번 '범죄도시4'에선 그의 어깨에 너무나 많은 기대감이 걸려있다. 극의 흐름이 지루해지고, 집중력이 흩어질 때쯤 어김없이 장이수가 투입돼 관객들의 멱살을 잡는다. 마석도와 보여주는 '티키타카' 역시 너무 잦은 탓에 매력을 잃는다. 신스틸러는 적재적소에 등장해야 재미를 배가시킨다. 그러나 '범죄도시4'에선 결정적 순간에, 또는 웃음 포인트에 장이수에게 모든 걸 떠넘긴다. 그럼에도 배우 박지환은 극의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애쓴다.
시리즈 최초 두뇌 빌런으로 등장한 이동휘의 존재감도 아쉽다. 'IT 업계 천재 CEO'라는 타이틀을 보여줄 활약보다는 코인 상장을 위한 물밑 작업과 불법을 자행하는 그저 그런 빌런에 그치고 만다. 더불어 시리즈 최초 여자 형사로 등장하는 사이버수사팀 한지수 역의 이주빈 역시 서포트 역할에 그쳤다. 그동안 '범죄도시' 시리즈는 여성 캐릭터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꾸준히 꼽혀왔다. 이어 이번엔 이주빈이 연기한 한지수 캐릭터가 새롭게 투입됐으나, 잠입 수사 장면을 제외하곤 활약이 미미했다.
이야기 전개 역시 새롭지 못하다.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진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남긴 쪽지를 손에 쥐고 "내가 약속을 했거든"이라고 속삭이는 마석도의 모습은 감동보단 그저 그런 신파극을 보는 느낌을 준다.
그동안 '범죄도시' 시리즈는 아는 액션에, 익숙한 개그코드로 사랑받아왔다. 다만 이는 양날의 검이 됐다. 기존 시리즈에 대한 의리만으로 안고 가기엔 아쉬움이 크다.
◆ 기자 한줄평 : 장이수 좀 놔주세요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