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그룹 룰라 출신 이상민이 20년 만에 약 69억 원의 빚을 청산했다. 채권자를 만나 그간 보관하고 있던 채무 증서도 찢었다. 이젠 '궁상민' '가난 코스프레'와도 작별할 때다.
7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이상민이 20년에 걸쳐 빚 69억원을 모두 갚았다고 밝히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상민은 자신을 믿어준 한 채권자를 만나 지난날을 회상했다. 20년 동안 겪었던 아픔, 채권자를 향한 고마움, 별세한 어머니를 향한 죄송스러움 등을 전했다.
그는 "아직 200만 원이 남았는데 조금 꼬여서 그렇다. 압류를 다 해지해야 하는데 그 계좌만 해지를 못한 것"이라며 "이제 다 청산된다"고 밝혔다. 수많은 양의 채권 증서도 깨끗하게 찢으며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민이 빚 69억 원을 청산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수고했다"는 격려가 대다수이나, 그간 보여줬던 '궁상민' 콘셉트에 대한 지적도 계속된다.
이상민은 90년대 당시 룰라 멤버로 활약했다.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연이은 사업 실패로 69억 원의 빚을 떠안게 된 이상민이다. 그는 자신의 채무를 방송을 통해 공개하며 회생 의지를 드러내왔다.
이 과정에서 이상민은 '궁상민'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응원 아닌 응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예능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의 괴리가 문제 됐다.
대표적으로 이상민의 집이다. 지난해 7월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이상민의 용산 집이 공개된 바 있다. 당시 그가 20층에 위치한 51평형 새 집에 보증금 없이 월세 560만 원에 입주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져 이목을 끌었다. 해당 매물은 약 18억 원에 거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치게 절약하는 소비 습관으로 '궁상민'이라 불렸던 이상민이다. '미운 우리 새끼'는 그의 새 집을 '궁상 하우스'라고 표기하며 '궁상민' 캐릭터를 부각했지만,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이밖에도 이상민은 가난한 이미지는 유지하면서 명품 신발을 공개하고, 코인 투자 실패 경험담까지 공유했다. 자신이 한국 저작권협회 정회원이라며 "죽어서도 70년간 내 가족에게 돈이 들어온다. 하지만 빚으로 잡혀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선 가난을 희화화 소재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재정 상태가 어렵다 해서 좋은 집, 좋은 신발을 가질 수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69억 원의 빚이 결코 가벼운 금액이 아님에도 지나치게 예능적인 이미지로 소비해 진정성이 떨어졌다.
빚 청산을 완료했다는 방송분에서도 궁상민 캐릭터는 계속됐다. 아직 압류 해지가 안된 통장이 있다는 사실, 청약통장 개설 시 위기감 등이 강조돼 괜한 불안감을 형성하기도.
이상민이 채무 증서를 찢어버렸듯, '궁상민' 캐릭터와도 시원하게 작별할 때다. 더 이상의 콘셉트 유지는 대중의 반감만 살 뿐. 방송 후반에 흘러나온 BGM '브라보 마이 라이프'처럼 '희망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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