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징계는 끝났지만, 신뢰 회복은 이제 시작이다.
'오구플레이' 논란으로 징계를 받았던 윤이나가 약 1년 9개월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복귀했다.
윤이나는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제주도 서귀포시의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파72/6685야드)에서 열린 2024시즌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We’ ve 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 우승상금 2억1600만 원)에서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를 기록, 공동 34위로 대회를 마쳤다.
윤이나가 K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한 것은 지난 2022년 7월 호반 서울신문 위민스 클래식 이후 약 1년 9개월 만이었다. 길었던 공백으로 인해 완벽한 몸상태는 아니었지만, 여전한 장타를 보여주며 무난히 복귀전을 마무리 지었다.
오랜만에 KLPGA 투어로 돌아온 윤이나였지만, 윤이나를 바라보는 동료 선수들과 팬들의 시선은 다양했다. 윤이나의 공백이 오구플레이로 받은 징계로 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윤이나는 루키 시즌이었던 지난 2022년 6월 한국여자오픈 도중 오구플레이를 했다.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뒤에야 늑장 신고를 했다. 이는 골프의 기본 정신인 신뢰와 페어플레이를 저버린 행동이었다.
KLPGA 투어의 차세대 스타로 기대를 모았던 윤이나였기에 팬들의 실망은 더욱 컸다. 대한골프협회와 KLPGA는 윤이나에게 출전 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윤이나는 국내 무대에서 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윤이나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해 9월 대한골프협회, 올해 1월 KLPGA가 차례로 윤이나의 징계 기간을 3년에서 1년 6개월로 감경했다. 윤이나의 징계는 지난달 20일 만료됐고, 윤이나는 다시 KLPGA 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됐다.
다만 KLPGA 투어 선수들과 팬들 사이에서는 윤이나에 대한 비판 여론과 징계 감경이 적절한 것이냐는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윤이나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받으며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갤러리들에게 인사하는 윤이나 / 사진=권광일 기자
대회 기간 내내 윤이나는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1-4라운드 내내 티오프 전 갤러리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를 전했다.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에서는 "잔디를 밟는 것 만으로도,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몸을 낮췄다. 1라운드 종료 후 기자회견 때는 참회의 반성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복귀전을 마친 뒤에도 윤이나를 향한 팬들과 동료 선수들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윤이나의 잘못이 결코 가볍지 않았고, 징계가 도중 감면된 것이 오히려 윤이나에 대한 용서를 쉽지 않게 만드는 듯한 분위기다.
윤이나도 이러한 분위기를 인식하고 있다. 윤이나는 대회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팬들 덕분"이라며 "그 감사한 마음을 (인사로) 표현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티오프 전에 인사를)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동료 선수들을 향해서도 "나 때문에 상처를 받았을 선수들한테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면서 "앞으로 계속해서 정직한 모습으로 모범적인 선수가 돼서 동료 선수들한테도 믿음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시 한 번 사과했다.
결국 윤이나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말처럼 진정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는 방법 밖에 없다. 얼마나 많은 대회, 시간이 지나야 할 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해야만 진정으로 팬과 동료 선수들의 믿음을 되찾을 수 있다.
윤이나는 이번 대회 이후 정상적으로 KLPGA 투어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어렵게 다시 KLPGA 투어로 돌아온 윤이나가 앞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진정한 KLPGA 투어의 일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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