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황유민이 54홀 노보기 플레이로 선두를 달리며 국내 개막전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황유민은 6일 제주도 서귀포시의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파72/6685야드)에서 열린 2024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We’ ve 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 우승상금 2억1600만 원)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낚아 3언더파 69타를 쳤다.
중간합계 13언더파 203타를 기록한 황유민은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한 박혜준, 강지선, 문정민(이상 11언더파 205타)과는 2타 차.
황유민은 지난해 정규투어에 데뷔했으며, 그해 6월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수확하며 주목을 받았다. 김민별, 방신실과 '루키 트로이카'로 불리며 빼어난 기량을 보여줬고, 상금 11위, 대상포인트 12위, 신인상포인트 2위에 오르는 등 인상적인 루키 시즌을 보냈다.
황유민의 기세는 2024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공동 12위),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공동 4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더니, 국내 개막전인 이번 대회에서는 1-3라운드 내내 노보기 플레이를 펼치며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이하게 됐다. 지난 대회까지 포함하면 55라운드 연속 노보기 행진이다.
노보기 플레이를 이어갔지만 황유민에게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라운드였다. 4번 홀에서는 티샷이 우측으로 치우쳤지만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들어오는 행운이 따랐다. 기회를 잡은 황유민은 4번 홀에서 첫 버디를 낚으며 기세를 올렸다.
이후 황유민은 6번 홀에서 티샷이 물에 빠지며 위기를 맞았지만,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노보기 행진을 이어갔다. 7번 홀에서는 두 번째 버디를 낚으며 2위 그룹과의 차이를 2타로 벌렸다.
그러나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샷과 퍼트가 모두 흔들리면서 불안한 경기를 펼쳤다. 몇 차례 버디 찬스가 있었지만, 퍼트가 번번이 홀을 외면했다. 어느새 2위 그룹과의 차이도 1타로 줄어들었다.
가장 큰 위기는 18번 홀에서 찾아왔다. 페어웨이에서 세컨샷을 준비하던 황유민은 거리측정기를 사용한 뒤 캐디에게 건넸는데, 이것이 바로 땅에 떨어져 공에 바짝 붙은 곳에 위치했다. 만약 공이 움직여 이동했다면 벌타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벌타를 받는다면 선두 수성도, 노보기 행진도 장담할 수 없었다.
다행히 경기위원의 증언과 비디오 판독 등을 통해 공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벌타는 주어지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쉰 황유민은 세컨샷을 핀에 바짝 붙인 뒤 버디를 성공시키며 2타 차 선두로 3라운드를 마무리 지었다.
황유민은 거리측정기를 떨어뜨린 상황에 대해 "(이전에도) 떨어뜨린 적은 있지만 이렇게 공과 닿은 적은 처음이었다. 좀 미끄러웠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긴장도 많이 됐고, 벌타를 안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의 실수로 인해 나온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냥 받아들이자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황유민은 또 "(3라운드는) 전체적으로 1, 2라운드에 비해 샷도 흔들리고, 퍼트도 아쉬운 게 많았다. 그래도 18번 홀에서 벌타를 안 받는 행운도 따르고, 보기가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세이브도 했다.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전했다.
위기를 넘긴 황유민은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노보기 행진을 이어가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금상첨화다. 황유민은 "오늘 샷감이 괜찮으면 최대한 많이 도망가려고 공격적으로 치려고 했는데, 샷이 흔들려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서 "내일은 샷 미스한 것을 연습하고, 퍼트도 좀 더 체크를 잘해서 최선의 라운드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혜준과 강지선, 문정민은 나란히 11언더파 205타로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했다. 세 선수는 모두 정규투어에서 활약했다가 시드를 잃었지만, 지난해 드림투어에서 상금 랭킹 20위 안에 들며 올해 정규투어 시드를 획득했다. 와신상담 끝에 정규투어로 돌아온 세 선수는 최종 라운드에서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에 도전한다.
박혜준은 "처음 챔피언조에 들어가는 건데 떨리기 보다는 많이 설레는 것 같다. 편하게 즐기며 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강지선도 "챔피언조는 처음인데 냉정하고 차분하게 플레이하려 한다. 욕심을 내려놓고 내 플레이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박현경과 전예성, 박주영, 김민선7은 9언더파 207타로 공동 5위에 자리했다. 유현조는 8언더파 208타로 9위에 랭크됐다.
3년 8개월 만에 KLPGA 투어 국내 대회에 출전한 신지애는 5언더파 211타를 기록, 김민솔, 안선주 등과 공동 20위에 포진했다. 방신실은 4언더파 212타로 공동 29위, 윤이나와 김재희는 2언더파 214타로 공동 40위에 이름을 올렸다. '디펜딩 챔피언' 이예원은 1언더파 215타로 공동 48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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