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배우 김지연의 도전이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배우로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나아가 학교 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까지 일깨우며 '피라미드 게임'의 중심이 됐다.
'피라미드 게임'(극본 최수이· 연출 박소연)은 한 달에 한 번 비밀투표로 왕따를 뽑는 백연여고 2학년 5반 학생들의 잔혹한 서바이벌 서열 전쟁을 그린 드라마다.
김지연은 극 중 2학년 5반 전학생 성수지 역을 맡았다. 등급을 나눠 학교 폭력을 정당화하는 피라미드 게임의 실체를 알고 이를 파괴하는 인물을 열연했다.
이번 작품 속 김지연의 얼굴은 전작 '스물다섯 스물하나' '조선변호사'에서 보여줬던 김지연의 얼굴과는 사뭇 달랐다. 당차고 심지 곧은 모습은 같았으나, 시원하게 욕설도 날릴 줄 아는 냉정함이 더해졌다.
김지연은 "먼저 대본이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학교 폭력 자체를 게임이란 소재로 무너트린다는 점, 마냥 착하지 않은 주인공이 재밌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착하지만은 않은 주인공'. 김지연은 보여준 성수지 캐릭터는 마냥 착하지 않지만 정의롭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차분함과 냉정함으로 피라미드 게임을 분석하고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폭력 방관자였다가 피해자, 처단자로 변화하는 성수지의 모습을 깊이 열연했다.
김지연은 이러한 성수지의 감정 변화를 차분히 분석해 나가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갔다. 그는 "자립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고, 튀지 않게 노력해 온 아이라 생각했다. 자기한테만 피해가 오지 않으면 나서지 않는 평범한 친구였지만, 처음으로 피해자가 되면서 이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경험하게 된다"고 얘기했다.
이어 "친구들을 만나면서 우정이란 걸 처음 경험한다. 피해자인 순간에도 남을 생각하는 친구구나, 인간의 정을 느끼고 경험한다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본인을 방관자로 인정하는 게 좋았고, 성장하는 모습이 좋았다. 또 어느 부분도 미화되지 않아서 좋았다. 성수지가 나서서 하지만 조력자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 다 같이 함께 해결하는 것이 좋았다"고 전했다.
"크게 마음먹고 시작했다"는 김지연이다. "연기이지만, (학교폭력) 장면을 찍고 나니까 더 크게 다가오더라. 힘들긴 했지만, 이 감정 자체가 성수지의 감정일 것 같았다.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무너트릴 거야'라는 상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며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간접적이지만 많이 속상하더라. 학교폭력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피라미드 게임'은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알려준 작품이다. 김지연은 "(몸에) 증거 남기면 학폭 열린다는 말이 충격적이었다. 정말 이런 것들이 있나 싶었다"며 "가해자는 가해자일 뿐이고, 학교 폭력은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게 이 작품의 메시지다. 마지막에 성수지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가해자 백하린(장다아)에게 일침 하는 대사가 작품이 말하는 메시지다. 대사가 너무 길어서 힘들었지만, 이 장면을 너무 좋아한다"고 얘기했다.
김지연은 재차 학교폭력은 정당화할 수 없음을 강조하며 "저라면 일단 경찰에 신고했을 것 같다. 빠르고 정확한 방법으로 해결하지 않을까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드라마 분위기는 어두웠으나, 촬영 현장만큼은 또래 배우들과 함께라 화기애애했다고. 그는 "진짜 학교 다니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하루종일 같이 있으면서 밥 먹고 밤까지 촬영하고 다음날 또 만나니까 학교 다닐 때 생각도 많이 나더라. 괴롭히는 역할의 친구들도 실제로는 엄청 순둥순둥하다"며 웃었다.
특히 김지연은 이번 작품에서 다른 배우들의 '언니'이자 '선배'로 중심을 잡아갔다. 그는 "제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과 책임감이 있었는데, 막상 현장에 오니 제가 할 게 없더라"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다만 나이 차에 놀라 '피라미드 게임'이 자신의 마지막 학원물이라 확신했다고. 김지연은 "활동하면서부터도 교복을 많이 입어 초반에는 부담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부담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이 차가 (배우들과) 기본 4~5살 차이가 나더라. 태어난 연도가 0년생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스물다섯 스물하나' 때는 언니 오빠들이 많이 이런 생각을 안 했는데, 이번에 느끼게 됐다"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출연진들과의 관계는 현재 단체대화방으로도 이어지고 있단다. 서로 오디션 경험 등을 공유하며 연예계 동료로서 인연을 유지하는 김지연. 마지막 촬영 당시의 감정을 묻자 "정말 다 울었다.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 그랬던 것 같다"고 먹먹해했다.
'피라미드 게임'은 공개 후 티빙 자체 집계에서 지난 25일 기준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드라마 시리즈 선정 행사 '시리즈 마니'에 한국 작품 중 유일하게 초정받는 등 외신 호평도 쏟아졌다.
김지연은 작품 흥행에 대해 "좋은 기사들이 많이 나왔다. 감사하고 신기하기도 하더라. 시리즈 마니아 초청된 것만으로도 너무 신기했다"고 얼떨떨해했다. 이어 "생각지 못해서 너무 신기하고 감사드린다. 나름대로 큰 도전이었다. 성수지라는 캐릭터, 이 정도로 큰 롤을 해본 적도 없었다. 이걸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는데, 반응을 이렇게 주셔서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큰맘 먹고 도전한 작품, 캐릭터로 가치 있는 성공을 이뤄낸 김지연. 그는 앞으로에 대해 "여러 가지 방향을 생각해 보고 있다. 제가 잘하는 걸 하고 싶기도 하고, 아예 안 해본 새로운 걸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하다"고 솔직히 말했다.
김지연은 "전혀 다른 결을 해보는 걸 하면 재밌겠다 싶은 요즘이다. 전혀 보여준 적이 없는 것 말이다. 액션이 될 수도 있고, 전혀 안 해본 장르, 겹치지 않을 만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 하나하나 제 필모를 잘 채워나가고 싶은 생각이 크다. 배울 게 있는, 얻을 게 있는 작품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고 미소 지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