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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어디까지 믿으세요? [무비뷰]
작성 : 2024년 03월 27일(수) 08:19

댓글부대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왔다.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 없고, 믿고 싶지만 마냥 믿을 수 없는 블랙 코미디의 '댓글부대'다.

영화 '댓글부대'(연출 안국진·제작 영화적순간)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PC 통신 시절부터 촛불 시위를 거쳐 지금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이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짚으며 시작한다.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사를 쓴 사회부 임상진 기자는 사회고발이 아닌, 오히려 오보로 낙인찍히며 정직당하게 된다.

심기일전해 후속 취재에 나서지만, 안상진의 기사를 받아줄 언론사는 없다. 그런 그에게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었어요"라는 정체불명의 청년 찻탓캇(김동휘)이 등장하며 이야기는 반전을 맞는다.

찻탓캇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들은 찡뻤킹(김성철), 팹택(홍경)으로 이뤄진 삼인조 여론 조작단 '팀 알렙'이다. 의뢰를 받고 움직이는 이들은 여론을 고의로 조작하는 이른바 '댓글부대'다. 찻탓캇은 임상진의 오보 역시 누군가에 의해 조작됐음을 주장한다.

그러나 임상진은 실명도, 배경도 확인할 수 없는 찻탓캇의 제보를 의심한다. 동시에 그가 말하는 '댓글부대'의 존재에 점차 빠져들게 된다.

과연 임상진은 여론 조작단 '팀 알렙'의 실체를 파헤치고, 다시 복직할 수 있을까.

댓글부대


'댓글부대'는 안상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PC 통신 시절부터 촛불 시위의 역사를 거쳐, 지금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안상진의 목소리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이어 안상진이 정직을 당하고 찻탓캇을 만나 '댓글부대'의 존재를 알기까지 빠른 속도로 전진한다. 이처럼 속도감 있는 전개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안상진 감독 특유의 세련된 연출도 돋보인다. 누군가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팀 알렙'은 죄책감 없이 여론을 조작한다. 마치 천진난만한 아이가 놀이를 하듯 여론을 몰아가는 이들의 모습과 안국진 감독 표 연출이 만나 '팀 알렙'의 공간은 하나의 '놀이공원'이 된다.

뿐만 아니라 진실과 거짓 사이 혼란에 빠진 안상진이 카메라를 바라보는 장면에선 화면이 줌아웃되는 연출로 이어져 마치 스크린 밖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듯한다는 점이 재밌다.

여기에 온라인 커뮤니티 생태계를 면밀하게 파악한 점도 관전 포인트다. 대중이 익히 아는 '밈'(meme)부터 '짤'까지, 현재의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다만 작품 초반부 긴 내레이션과 중후반부 재차 이어지는 내레이션은 자칫 관객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쉽다. 빠른 화면 전환이 이어짐에도, 장황한 대사는 관객들에게 쉽게 와닿지 못한다.

또한 '팀 알렙'의 등장 이후 안상진의 '진실 찾기'는 흥미롭지만 뒷심까지 발휘하진 못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음은 확실하나, 흐릿해진 경계선은 많은 관객들의 호불호를 유발할 듯하다.

그럼에도 안상진 기자를 연기한 손석구는 취재를 향한 열정부터 갈등에 빠진 모습까지 다채롭게 소화했다. 손석구의 연기는 관객들까지 안상진이 겪는 혼란을 느끼게 한다.

'팀 알렙'의 활약도 돋보인다. 각각 찡뻤킹, 찻탓캇, 팹택으로 분한 김성철, 김동휘, 홍경은 한 몸 같은 티키타카를 보여준다. 세 배우는 각 캐릭터의 개성을 톡톡히 살려내면서도, '팀 알렙'으로 뭉쳐 시너지를 발휘한다.

'댓글부대'는 관객들에게 어떠한 정답도 내밀지 않는다. 오히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만을 남긴다. 이들이 보여주는 열린 결말마저 의도된 블랙 코미디의 한 부분이 된다. 과연 관객들이 이들을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해진다. 러닝타임은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 기자 한줄평 : 웃긴데, 안 웃겨요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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