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브라질 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 중인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반복되는 인종차별에 결국 눈물을 보였다.
브라질 축구대표팀은 27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에 위치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스페인 축구대표팀과 친선경기를 치른다.
경기를 하루 앞둔 26일 기자회견에서 비니시우스는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최근 다시 불거진 자신을 향한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굵은 눈물을 보였다.
비니시우스는 "인종차별은 매우 슬픈 일이다. 뉴스에서 인종차별과 관련한 기사들이 나올 때마다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며 "이런 일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입을 뗐다.
이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유럽축구연맹(UEFA)을 비롯해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메리카축구연맹(CONMEBOL) 등 큰 기관에서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생으로 올해 23세인 비니시우스는 2018년 10대의 나이로 브라질을 떠나 스페인 레알로 이적했다. 빠른 발과 드리블 능력을 갖춘 그는 한때 결정력이 아쉽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이를 많이 보완하며 이제는 레알의 에이스이자 핵심으로 떠올랐다.
상대팀들 또한 비니시우스를 향한 견제가 강해졌고, 그를 거칠게 다루며 방해하는 일까지 잦아졌다.
축구 선수로서 경쟁은 경기장 안에서만 일어나면 좋겠지만, 일부 팬들은 이를 넘어 '인종차별'적인 구호를 외치며 비니시우스의 플레이를 방해하기도 했다.
그를 견제하는 팬들의 행동은 점점 선을 넘었다. 지난해 1월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마드리드 더비전을 앞두고는 일부 팬들이 마드리드 발데베바스 근처 다리에 그를 본 딴 인형을 목매달아 다리에 걸어놨고, 같은 해 5월 발렌시아전에서는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을 태운 레알 버스가 도착하기 전부터 비니시우스를 향한 인종차별 구호를 외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비니시우스는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비난을 보냈고, 인종차별 구호를 외친 스페인 축구 팬들을 저격하기도 했다.
당시 발렌시아 구단은 인종차별을 강력히 규탄하며 조사를 통해 인종차별성 발언을 뱉은 관중 3명을 경찰 당국을 통해 체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인종차별이 불거졌다. 지난 3일 공교롭게도 또다시 발렌시아전이었다. 당시 어린 한 팬이 비니시우스를 향해 '원숭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조롱해 논란을 일었다.
이어지는 인종차별 논란에도 비니시우스는 스페인 라리가에서의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내가 이곳을 떠난다면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승리하는 것이다. 저는 세계 최고의 구단에서 뛰고 있고, 이곳에 머물고 싶다. 계속해서 그들과 마주할 것이다. 레알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도, 구단도 나를 지지하고 있다. 떠나지 않을 것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슬프고, 또 슬프다. 축구를 하고 싶다는 의욕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싸울 것이다"며 "저를 좌절하게 만드는 것은 인종차별에 대한 처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고 전했다.
결국 비니시우스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고, 기자회견장은 용기 있게 말을 꺼낸 그를 향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후 비니시우스는 "눈물을 보여 죄송하다. 그냥 축구를 하고 싶을 뿐이다. 축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유색인종들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평범하게 삶을 이어가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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