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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파묘' 장재현 감독 "관객들, 어디까지 알아냈을까요" [인터뷰]
작성 : 2024년 03월 25일(월) 08:22

파묘 장재현 감독 인터뷰 /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장재현 감독이 오컬트 작품으로 한국 영화계의 한 획을 그었다. 오컬트 장르로써는 최초로 천만 영화를 달성한 '파묘'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파묘'는(연출 장재현·제작 쇼박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특히 '파묘'는 개봉 3일째 100만, 4일째 200만, 7일째 300만, 9일째 400만, 10일째 500만, 11일째 600만, 16일째 700만, 18일째 800만, 24일째 900만 돌파에 이어 24일 오전 기준 개봉 32일째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2023년 최고 흥행작 '서울의 봄'보다 하루 빠른 속도이자 '범죄도시 3'와 타이 기록이다.

이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장재현 감독은 "항상 영화를 만들 때 손익분기만 생각하고 만든다. 천만은 정말 조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항상 '손익분기만 넘기자'는 마인드"라며 "영화를 만들고, 완성하면서 항상 감독 입장에선 아쉬운 거만 많이 보인다. 그래서 어안이 벙벙하다.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같이 좋아해 주시니까 저도 덩달아 좋다. 주변에서 이런 시간이 평생 또 오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저도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 감독은 "제가 어떤 걸 의도하고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관객들을 읽고, 어떤 타깃층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 자체는 안 한다. 제가 첫 번째 관객이니까 어쩔 수 없이 글을 쓸 땐 제가 재밌는 걸 위주로 만들게 된다"며 "이 소재에서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이 상황에서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걸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영화를 준비하고 만들고부터는 그 생각이 희미해진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렇게 많이 사랑받은 건 여러 가지로 배우들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배우들의 워낙 역할을 잘 소화해 줬고, 궁합이 잘 맞았다. 마케팅도 잘 해주셨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어서 흥행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재 '파묘'는 국내뿐만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 북미, 영국, 아일랜드, 베트남 등에서도 개봉하며 글로벌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말레이시아에선 영화 '기생충'을 꺾고 역대 현지 개봉 한국 영화 중 1위를 달성한 '파묘'다. 이에 대해 장재현 감독은 "처음엔 한국 사람만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과거에 대한 감정, 정서를 최대한 도드라지지 않게 하려고 했다. 그것 보단 이 영화를 90~95% 정도 장르적인 재미 안에서 끌어오려고 했다"며 "그런 장르적인 재미와 새로움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결국엔 장르적인 재미에 집중했는데 그걸 외국 관객분들도 보시지 않으셨을까 싶다"고 말했다.

파묘 장재현 감독 인터뷰 / 사진=쇼박스 제공


장재현 감독이 '파묘'를 준비하며 오랜 시간 자료 조사에 임한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풍수지리사를 비롯해 장례지도사, 무속인들을 다수 만나며 '파묘'에 대한 '빌드업'을 쌓아왔다.

장 감독은 "풍수지리사 세 분 정도를 만나서 지내다 보니까 '파묘'라는 소재 자체에 집중을 하게 되더라. 이 소재가 그냥 무덤을 파는 것 말고 뭐가 있을까 집중하다 보니까 파고, 파고, 파고, 안으로 들어갔다. 결국 타임머신을 타고 땅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결국 우리나라에서 항상 부딪히는 건 '한(恨)'이라고 해야 하나. 항상 그 끝에 다다르게 된다"며 "'쇠말뚝'이라고 하지 않냐. 저희 세대 분들에겐 다 교과서에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풍수지리사분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건 그게(쇠말뚝) 있는지, 없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저도 그걸 믿을 순 없다. 그 존재를 저도 쉽게 결정할 수 없다. 그래서 소재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다. 장르에 녹이다 보니까 쇠말뚝을 상징화시키는 것과 그 사상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말하는 '험한 것'에 대한 존재가 물체화된 게 등장하는 걸로 표현했다. 사실 조심스럽다. 사람들이 쇠말뚝의 존재에 포커싱 하지 않길 바랐다. 그걸 꺼내서 없앴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항일(抗日)' 영화라는 의견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답했다. 장재현 감독은 "이 영화를 하면서 절대 어떤 나라에 포커싱을 두지 않으려고 했다. 저의 성장을 도운 게 일본 영화나 일본 만화다. 저의 영화적 성장에 아주 큰 원동력이다. 그 나라의 문화를 리스펙 하고 존중한다"며 "프레임이 짜여있어서 그렇지 절대로 그 부분에 포커싱을 두지 않으려고 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과거에 포커스를 두려고 했다. 피가 묻은 우리나라 땅에 집중하려고 했다. 과거는 과거다. 뭔가를 겨냥한 적대감을 영화에선 최대한 안 보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재현 감독은 "친일을 비판한다기보단 우리나라, 이 땅에 어떤 상처나 앙금, 트라우마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턱' 걸린다. 해방기부터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웬만한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본다"며 "그때부터 시작된 거다. 그때부터 몇 백 년 더 뒤로 가보면, 또 다른 시기가 있었던 거 같다. 갑자기 물 건너와서 침범당하고, 우리나라가 피해를 봤던 트라우마가 있지 않나 싶다. 시간 여행을 하다 보니 거기서부터 걸린 것 같다. 비판을 한다기보단 거기가 맞닥뜨려지더라"고 덧붙였다.

특히 '파묘'는 오컬트 영화 중에선 이례적으로 흥행을 거뒀다. 오컬트는 그동안 대중 사이에서 극명한 호불호 장르로 꼽혔다. 더불어 '파묘'는 국내 언론시사회 당시 전반부와 후반부 흐름이 달라지며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장재현 감독은 흥행 요인에 대해 지난해 11월 개봉한 천만 영화 '서울의 봄'을 꼽았다. 그는 "'서울의 봄' 흥행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한국 영화계에 큰 생명줄이 됐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봄'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의 봄'은 기존 흥행 영화의 문법이 그렇게 많이 있진 않다. 그저 잘 만들면 된다, 영화에 집중하면 된다는 걸 보여준다. 관객들을 재단하지 않고 영화에 집중하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장재현 감독은 "오컬트 영화가 대중성을 장착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후반부는 마니악하다. 제 기준에서 앞부분은 대중적이고, 뒷부분은 마니악하다. 그래서 앞부분은 편하게 봐주실 거라 생각했고, 뒷부분은 마니아분들이 좋아해 주실 줄 알았다. 앞부분은 이 영화를 좋아해 주셨던 분들에 대한 서비스라고 생각했다"며 "근데 의외의 반응이다. 뭐라고 해야 하나. 관객들을 절대 판단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 영화의 교훈은 제가 너무 대중과 마니아를 나눠서 생각했다는 것. 전 그냥 재밌는 이야기를 잘 만들고, 새로운 걸 도전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정체되지 않고, 더 깊게 들어가고, 엄청난 버짓(예산)의 영화만 만들지 않으면"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파묘 장재현 감독 인터뷰 / 사진=쇼박스 제공


'파묘' 흥행에 톡톡한 공을 세운 부분 중 하나는 관객들의 '해석'이다. '파묘'는 개봉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다양한 해석들이 공유되며 '역대급 N차 관람' 열풍을 일으켰다.

다만 장재현 감독은 "사람들이 영화를 해석하게 만드는 건 영화의 실패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해석하려고 보는 게 아니"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장재현 감독은 "재밌게 봤으니까 더 알고 싶어서 영화를 더 파지 않으시나 싶다. 근데 영화를 해석하게끔 의도해선 안된다. 어떤 감정이 즐거운지, 슬픈지, 후련한지 관객이 느끼는 감정에 집중해야지, 해석하게 만들거나 의도하면 안 된다. 저도 말끔한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해석하게 하려고 하진 않는데, 영화를 좋게 보시니까 그걸 재창조하고, 뭔가를 더 알아내려고 하시는 게 저한텐 너무 행복한 순간"이라며 "그걸 '해석'한다고 표현하고 싶진 않다. '디깅'(digging, 자신의 관심사에 깊이 파고든 행위)한다고 표현하면 영화가 생명력이 더 길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장재현 감독은 등장인물들의 이름, 차량 번호 등 다양한 영화 속 디테일에 대해 "저도 관객들이 어디까지 알아냈는지 잘 모르겠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서사적인 밀도도 그렇지만 정보적인 밀도, 화면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장면들과 디테일을 많이 넣으려고 한다. 등장인물 이름이나 차량 번호, 이런 것들 뿐만 아니라 차량 색상, 신는 신발 하나하나 이스터에그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스터에그'(영화, 책, CD, DVD, 소프트웨어, 비디오 게임 등에 숨겨진 메시지나 기능)가 아니라 이 캐릭터에, 서사에 도움이 되는 지점이다. 0.01%라도 도움이 되려고 채우다 보니까 그게 이스터에그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제가 연출을 못해서 두 번씩 보게 하는 것 같다"고 농담했다.

파묘 장재현 감독 인터뷰 / 사진=쇼박스 제공


아울러 장 감독은 "제 연출관은 그렇다. 했던 걸 더 잘 만들고 싶고, 좋은 바운더리 안에서 계속 새로운 걸 찾고 진보해 나가는 것을 하지 않는다면, 저는 이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이제 다소 '진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퇴보'라고 하시는 분도 있지만"이라며 "새로운 걸 도전하고, 새로운 장면을 만든다. 순수하게 있어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재밌게 즐기려고 한다. 영화는 정확한 매체다. 만드는 감독도 주인이 아니고, 투자사도 주인이 아니다. 무조건 영화를 보는 관객이 100% 주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재현 감독은 "저 스스로 있어 보이려고 하는 건 제 연출관이 아니다. 제 스스로가 새로운 걸 보고 싶고, 진부한 걸 보고 싶고, 새로운걸 도전하려고 생각한다"며 "제 바운더리가 좁기 때문에 그렇다. 제가 멜로도 하고, 정치 영화도 한다면 편안함을 선택할 것 같은데 제 바운더리는 좁다. 아마 이 장르를 계속할 것 같다. 계속 더더더더 깊게 들어가려고 하는 게 제 속성이자, 생명줄"이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장재현 감독은 "기쁨과 부담이 동시에 공존한다. 앞으로 영화를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다는 것에 대한 기쁨도 있다"며 "근데 이번 영화가 이렇게 스코어를 했는데 다음 작품에서 예를 들어 한 400만 했으면 성공한 건데도 다들 아쉽다고 할까 봐 걱정된다. 영화는 사실 관객수를 생각하고 만들지 않는다. 새롭고, 완성도 있고, 재밌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파묘 장재현 감독 인터뷰 /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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