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한국야구 레전드 박찬호가 2024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 '서울시리즈' 시구자로 나선다. 그는 이날 30년전 자신이 쓰던 글러브까지 챙기며 의미를 더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는 2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24 MLB 공식 개막전 2연전 일정을 시작한다.

이날 시구자로 나서는 박찬호는 "너무나도 많은 생각을 했다. 시구를 하나 던지는데 한 경기를 던지는 것처럼 긴장된다. 의미가 크고 뜻깊은 하루가 될 것 같다. 30년 전에는 그 이후 일어날 일을 상상하지도 못했다. 정말 많은 일을 겪었고 배우면서 헤쳐나갔어야 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성장했고 한국야구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다. 오늘 30년전 쓰던 글러브도 챙겼다"고 말을 시작했다.

글러브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야구를 시작하면서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 크지 않았다. 당시 선배들이 쓰던 물건을 쓰고, 후배들에게 이를 물려주는 문화였다"며 "그런데 미국에 간 뒤 첫 삼진을 잡고 토미 라소다 감독이 포옹을 하면서 한 공을 줬다. 데뷔전에서 2실점을 해 아쉬움을 갖고 있었는데, 다시 토미 감독이 '역사적인 공이 될 것이다. 이는 한국인이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삼진을 잡은 공이다'고 말해줬다. 그 이후부터 물건을 모으는 습관이 생겼다. 글러브도 같은 것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친정팀 다저스에 대해 "한국 팬들에게는 첫사랑과도 같다. IMF 당시 한국은 어려웠다. 그러나 스포츠가 힘이 됐다. 다저스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한국 선수가 던지는 모습이 그 하나였다. 같이 울고 웃는 삶의 한 부분이었다. 50대, 60대, 70대 한국인들께 다저스는 좋은 추억이 있는 팀이다. 지금은 많은 한국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면서 다양한 팀들이 응원을 받고있다"고 전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으로 동양인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쫓고 있는 샌디에이고의 다르빗슈 유를 두고는 "기록은 중요하다. 2007년 제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보냈는데 당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노모 히데오를 보면서 다시 노력하게 됐고, 다시 제기할 수 있었다. 124승 기록은 깨져야 한다. 다르빗슈가 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야 그 다음 어떤한 동양 선수의 새로운 목표가 생길 수 있다"고 얘기했다.

현재는 샌디에이고의 고문으로 몸 담고 있는 박찬호다. 계속해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주며 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김하성을 두고는 "계약 당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도움을 주고 싶었다. 계약 후에도 많은 책임감이 들었다. 물론 (김하성은) 첫 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꾸준한 노력 끝에 지난 시즌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고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러면서 내면의 인성 또한 단단해졌다"고 칭찬했다.

끝으로 그는 30년 간의 한국야구 방향과 발전 방향성에 대해 "큰 발전이 이뤄졌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문이 열렸고, 어린 팬들이 쉽게 접하게 됐다. 제가 어릴 적 볼 수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선수들이 마이너리그, 메이저리그에 대해 모두 이해하고 있고, 앞서 선배들이 어떻게 경험하고 어려움을 극복했는지를 알고 있다. 더 많은 어린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꿈꿀 수 있다"며 "오늘 한국에서 열리는 개막전인 만큼 최고의 승부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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