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멜로와 미스터리 로맨스를 줄타기 한다. 작품 내내 파도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당신이 잠든 사이'다.
14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연출 장윤현·제작 로그라인스튜디오)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려 장윤현 감독, 배우 추자현, 이무생이 참석했다.
'당신이 잠든 사이'는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 상실을 앓게 된 덕희(추자현)로 인해 행복했던 부부에게 불행이 닥치고, 남편 준석(이무생)의 알 수 없는 행적들이 발견되면서 진실을 추적해가는 미스터리 로맨스다.
이날 장윤현 감독은 "오랜만에 연출을 해서 그런지 처음 '접속'(1997년 작)할 때가 생각난다. 끝나고 꽤 오랫동안 중국에서 영화를 촬영하면서 활동을 못했다. 그러다 팬데믹까지 오면서 활동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굉장히 불안했다"며 "팬데믹 상황에선 영화를 다시 찍을 수 있을지, 극장에 다시 사람이 올 수 있을지 불안했다. 저예산 영화고, 짧은 시간에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절박하게 시작했다. 다 끝나고 나니까 절박함이 잘 안 보여서 아쉬운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저한텐 힘든 상황에서 찍다보니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쏟았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저희 동료들, 배우들이 헌신적으로 도와줬다. 지금은 작업하면서 생각했던 고마움과 감동만 생각난다. 저에겐 중요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장윤현 감독은 "깊은 우울과 트라우마와 연관돼 있다. 신체적으로 병을 앓는 사람도 많지만, 정신적인 병을 앓고 고통받는 분들도 많다. 팬데믹 상황을 보내면서 대면 접촉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했던 것인지 알게 되지 않았냐"며 "조금은 다시 소통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제가 처음 '접속'을 생각할 때 PC 통신이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지 않았냐. 지금 또다시 우리한테 이런 '진정성있는 소통'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작품 구상 계기를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장윤현 감독은 "사실 주변에 착한 사람이 많지 않냐. 그 사람들이 어떤 선함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때가 많다. 그런 사람들이 아주 위험한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선함의 에너지로 뚫고 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덕희라는 인물은 애초에 불행한 과거를 갖고 있지만, 그걸 긍정으로 극복해내려고 하는 인물이다. 그 인물한테 닥쳐오는 엄청난 위기와 고통이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어떻게 극복되고, 그들과 소통으로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남편 준석에 대해선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착한 남편, 인자한 아버지다. 누군가를 위해서 희생할 준비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인물이 등장해서 우리에게 훈훈함과 따뜻함, 기억에 남는 감정을 주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덕희 역을 연기한 추자현은 "배우들이 막연하게 캐릭터나 장르, 연기에 도전하고 싶지 않냐. 제가 40대가 되다 보니까 더 나이가 먹기 전에 진정성 있는 멜로를 해보고 싶었다. 드라마가 되든, 영화가 되든, 구분짓지 않고 싶었다"며 "배우는 나이를 먹어도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지만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 막연한 연기적인 욕심이 있었다. 마침 감독님이 대본을 보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추자현은 "이미 결혼한 부부가, 사고로 기억상실로 인한 현실보단 조금 더 영화적인 요소가 들어가있긴 하지만 그 안에 부부로 살고 있는 남녀가 '찐'으로 보여주는 사랑 이야기에 매료가 됐다"고 작품 선택 계기를 전했다.
남편 준석 역의 이무생은 "사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비밀을 간직해야 하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무게를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 무게감이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길 바랐다"며 "그 중간 선상이 어떤 부분인가에 대해서 고민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제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으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덕희의 무게감이 너무 크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제 무게감을 더할 순 없었다. 그래야 '당신이 잠든 사이'라는 배가 앞으로 잘 나아가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추자현 역시 "이무생과 과거씬 찍을 때말고는 다 힘들었다. 과거 장면에서 두 사람이 만나 연애를 시작하는 달달한 장면 외에는 매일 촬영장에 가는 것에 마음이 힘들었다. 일단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 지 계산이 전혀 안 서더라. 접해보지 못하고, 상상할 수 없는 상황들이 들이닥쳤다. 그냥 현장감에 몸을 맡겼던 것 같다. 매 장면 찍을 때마다 많이 힘들었다"고 공감했다.
'당신이 잠든 사이'는 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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