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영화인들의 축제로 불리던 아카데미 시상식이 인종차별 논란으로 먹칠됐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관하는 제96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이 지난 10일 저녁 7시(현지시간, 한국시간 11일 오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은 전년도 수상자가 올해 수상자에게 트로피를 단독으로 넘겨주는 방식 대신, 역대 수상자 일부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어 남우조연상 시상에는 지난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트로피를 받았던 키 호이 콴이 올해 수상자를 발표했다. 수상자는 '오펜하이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였다.
그러나 문제는 수상 직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태도였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키 호이 콴으로부터 한 손으로 트로피를 건네받은 뒤 백인 배우 두 명과 각각 손인사를 나누고 돌아섰다. 키 호이 콴이 손을 내밀며 인사를 나누려 했으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여우주연상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전년도 수상자인 양자경(랑쯔충)은 올해 수상자로 '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을 호명했다. 무대에 오른 엠마 스톤은 양자경을 제외한 백인 배우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어 양자경이 들고 있던 트로피를 절친 제니퍼 로렌스 쪽으로 내민 뒤 자신에게 건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두 배우의 행동은 곧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졌다. 동양인 배우를 고의적으로 무시한 '아시안 패싱'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양자경은 해당 장면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당신의 절친 제니퍼와 함께 오스카를 당신에게 넘겨주는 영광스러운 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는 글을 적었다. 또한 엠마 스톤을 위한 축하와 지지의 뜻도 전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엠마 스톤의 행동은 우연과 찰나의 순간으로 포착된 모습일 수 있다. 다만 공교롭게도 해당 장면들이 모두 '동양인 배우'에게만 일어났다는 점이 탄식을 부른다.
양자경의 성숙한 태도로 해당 논란은 한차례 일단락 됐지만, 유명 배우들이 공식석상에서 보여준 모습은 현재 전 세계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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