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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작' 박예영이 완성한 퍼즐 [인터뷰]
작성 : 2024년 03월 06일(수) 11:45

세작 박예영 / 사진=씨제스스튜디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독립영화계 전도연' 박예영이 '세작, 매혹된 자들'이란 퍼즐을 성공적으로 맞췄다. 그간 수많은 작품 속 캐릭터 그 자체를 소화했던 그다. 데뷔 11년임에도 초심을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박예영. 그가 앞으로 완성할 퍼즐들이 기대된다.

tvN 토일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은 높은 자리에 있지만 마음은 비천한 임금 이인(조정석)과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세작(첩자)이 된 몽우 강희수(신세경)의 잔혹한 운명을 그린 드라마다.

먼저 박예영은 "짧지 않은 시간 치열하게 준비를 했다. 촬영이 끝났을 때는 여운 없이 후련하게 떠나보냈는데, 방송을 보니 여운을 뒤늦게 느끼고 있다. 잘 마무리가 되고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세작'이 첫 사극이었던 박예영은 "독립영화를 오래 하다 보니 장르적으로 사극은 해보지 못해 기대감이 늘 있었다. 동상궁 역할로 오디션을 봤을 땐 주어진 정보가 많지 않았고, 4화까지는 대사가 많이 없었다. 그럼에도 합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것을 배우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세작 박예영 / 사진=tvN 제공


그가 연기했던 동상궁은 이인의 지밀상궁이자 궁중실세로서 많은 장면, 대사 없이도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안기는 캐릭터였다. 동시에 이인이 사랑하는 몽우 강희수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등 두 사람의 사이를 방해하는 빌런 아닌 빌런이었다.

박예영은 동상궁 역을 소화하기 위해 "대사는 많이 없는데 나오는 장면들이 임팩트가 있었다. 동상궁을 연기하는데 퍼즐 같은 재미가 있었다"며 "이인을 향한 순애보란 힌트로 동상궁이 명확해지더라. 일단 동상궁이 나올 때는 시청자들이 웃을 수 없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계속 궁금하고, 질문을 던지는 그 집중도를 깨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상궁의 모든 장면을 고심했기에 기억에 남는다는 박예영이다. 그는 "동상궁은 명확한 설명이 없는 캐릭터였다. 그 라인을 적어도 잃지 않으려고 저만의 타임라인을 채웠던 것 같다. 처음에 이선(최대훈)이 손가락을 입에 물리는 걸 걱정했지만, 나중에 이인을 죽이려고 입에 연지를 바르는 장면에서 '아 손가락' 하고 첫 회를 떠올려주는 분들이 있더라. 퍼즐을 맞췄구나란 생각에 다행이다"라고 뿌듯해하기도 했다.

특히 박예영은 상처 난 이선(최대훈)의 손가락을 핥았던 첫 장면에 대해 "어떻게 해석할지에 따라 다르겠다 생각했는데, 너무 광범위했다"며 "따로 작가님에게 물어보니 동상궁의 키워드는 순애보라고 하시더라. 주어진 힌트로는 거부감이 있지만 동상궁으로서 받아들여야 할 입장이었다. 폭력적인 장면이지만, 그 시대에선 그럴 수밖에 없던 계급차이가 담긴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것보다 못하지도 않고 더하지도 않게 나온 것 같다. 수위에 대한 얘기도 나왔었다. 다른 걸 연상시키지도 않아야 했고, 선을 맞춰보는데 집중을 했다"며 "방송을 보니 생각했을 때보다 튀거나 거북하진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동상궁의 마지막 자결 엔딩도 만족스럽다는 그다. 박예영은 "동상궁이 죽는다는 건 알았지만,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궁금했다"며 "작가님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동상궁 입장에선 최선이었다. 나쁜 선택들이 있었지만 다른 선택이 뭐가 있을까 싶었다. 첫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이인이었지만, 그 시대 궁 안에 있던 여자로서 비참하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빌런 아닌 빌런. 사랑에 미친 빌런이었다"고 털어놨다.

세작 박예영 / 사진=씨제스스튜디오 제공


극 중 이인 빼곤 모든 인물들과 적대적 관계에 놓였던 동상궁. 이를 연기한 박예영은 분노, 눈물, 공포 등 감정소모가 짙은 연기를 했음에도 "힘든 건 없었다. 그런 것보다는 정말 동상궁이 기댈 곳이 없구나 싶었다. 이인에게는 비참함을 느끼고, 대비에게도 공포를 느낀다. 대들었다고 생각하지만, 혼자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데 애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서사 연기는 없는데 늘 예민해있는 동상궁이었다. 어느 날은 촬영이 몰려있을 때도 있지만, 오랜만에 방문할 때도 있었다. 갈 때마다 첫 촬영장이란 긴장감이 있었을 뿐이다. 꾸준히 에너지 소모를 했으면 힘들었을 텐데 오히려 갈 때마다 그 긴장감을 떠올리려고 했다"고 웃었다.

배우 조정석, 신세경 등 다수 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박예영은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며 감사함도 전했다. 이인 역을 맡았던 조정석에 대해 "워낙 편하게 해 주고, 유머러스했다. 남을 배려하는 에너지라고 생각했다"며 "사극이 처음이라 의상, 동선 등이 어려울 때가 있었다. 이걸 내가 시도해도 되나 싶은 긴장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명쾌하게 정리가 됐던 것 같다. 큰 틀을 잡아주면 전 그 안에서 놀면 되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강희수 역을 연기한 신세경에 대해서도 "동상궁이 몽우를 혼자 의식하고 쫓아다녀서 그렇지 독대하는 장면은 딱 두 번이다. 그래서 그런지 촬영장에서 마주치면 너무 반가웠다. 아마 다른 장면들이 있었다면 다른 결로 재밌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세작 박예영 / 사진=씨제스스튜디오 제공


필모그래피 첫 사극을 성공적으로 채운 박예영. 독립영화계 전도연으로 불릴 만큼 다수 작품을 통해 업계 입지를 다진 박예영은 지난 2019년 '어비스' 후 '갯마을 차차차' '구경이' '안나' 등으로 드라마판에서도 내공을 쌓는 중이다.

특히 매 작품마다 높은 캐릭터 소화력으로 "이 배우가 이 배우라고?"라는 놀라움을 안기기도. 이에 박예영은 "약점인가 싶었다. 절 못 알아보시니까"라며 한탄(?) 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구경이' '갯마을 차차차' 할 때는 원래 장발이었는데 단발로 변화를 주고 싶어 잘랐다. 여태 단발이었다가 이번엔 사극이라 몰래 기를 수 있었다. 연기로도 좀 더 다른 모습들을 극단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못 알아보시더라"면서도 "처음엔 내가 특징이 없는 배우인가 싶었다. 밋밋한가 싶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엄청난 칭찬이구나로 바뀌었다"고 웃었다.

어느덧 데뷔 11년 차인 박예영은 최근 SNS도 활발히 하는 중이란다. 노래 부르는 영상, '안나'를 통해 인연을 맺은 배우 수지와 프라하 여행 사진 등 다양한 게시물을 게재하며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이 중 "배우라는 직업은 삶의 한 부분이다. 부끄럽지 않게 살다 보면, 적어도 기본에 충실한 배우는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과거 인터뷰 내용을 고정해 놓고 연기 지침으로 삼고 있다고.

박예영은 "처음 시작은 추억 놀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단편이 영화제를 가고, 매체 연기를 하면서 방향을 잃어버릴까 봐 고민되기도 했다. 홍보물만 올려야 하나 했는데, 예전 인터뷰가 저의 평소 지침이 돼주더라. 이 점만 잊고 살지 않으면 SNS에 뭘 올리던 나인데라는 생각을 한다. 아직도 연기를 짝사랑하듯 거리를 두려고 하는 편이다. 그렇게 좀 더 건강하게 대할 수 있는 방식이었던 같다"고 얘기했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는 늘 긴장이 돼요. 같은 고민을 갖고 시작하게 되고, 같은 마음으로 끝까지 임하게 되죠. '안나' 때 상을 받고 크게 달라진 마음가짐도 없어요. '세작' 미팅할 때까지도 전 회사가 없었어요. 인지도도 없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감독님 마음이 결코 쉽지 않았으리란 것을 깨닫게 됐죠. 감독님들을 창피하게 하지 말자는 마음. 선택해 주신 분들을 부끄럽지 않게 하자. 이런 마음은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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