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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영웅' 진종오, 선수 생활 마침표…"사격 선수 진종오 인사드립니다" (종합)
작성 : 2024년 03월 04일(월) 16:17

사진=권광일 기자

[성수=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가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진종오는 4일 오후 2시 서울 성수에 위치한 브리온컴퍼니 사옥에서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두각을 나타낸 진종오는 20년 가까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올림픽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4개를 목에 걸었다.

진종오의 올림픽 메달 기록은 양궁의 김수녕과 함께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금메달(4개)과 메달(6개) 타이기록으로 이렀다. 더불어 2008 베이징 올림픽 권총 50m, 2012 런던 올림픽 권총 50m, 권총 10m,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권총 50m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사격 역사상 단일 종목 3연패를 달성했다.

코로나19 판데믹으로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주 종목인 50m가 폐지돼 공기 권총 10m와 공기 권총 혼성 경기에 나섰지만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이후 진종오는 40대가 넘어가는 나이에도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에도 도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진종오는 선수 생활 은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진종오는 자신의 SNS를 통해 "27년이라는 선수 생활을 마칩니다"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지난해까지 서울시청 사격팀 소속으로 선수를 이어간 그는 지난해 9월 경찰청장기 전국사격대회를 끝으로 총을 내려놓게 됐다.

진종오는 선수 시절 학업과 스포츠 행정가로서 업무도 병행했다. 경남대학교 경영학 학사를 따낸 후 경남대 대학원 체육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행정가로서는 2014년 국제사격연맹(ISSF) 선수 위원 후 꾸준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후 스피드스케이트의 이상화와 함께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날 진종오의 은퇴 기자회견은 '캐비넷 토크'로 이어졌다. 은퇴와 연관된 물건들을 캐비넷에서 하나씩 꺼내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었다.

준비된 캐비넷에는 기념패, 노트와 펜,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마스코트 '뭉초'가 들어있었다.

진종오는 첫 번째 물건으로 기념패를 짚었다. '사격의 신 진종오를 기념하며'라는 문구가 적혀진 은퇴 기념패를 두고는 "사격을 하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은퇴를 마음 먹었을 때 아내가 직접 디자인해서 기념패를 만들었다. 원래는 1995년이라고 적혀있어야 하는데 1996년으로 잘못 표기됐다"며 "선수 생활 동안 대한사격연맹, KT, 서울시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제가 선수로서 활약하며, 올림픽에 나서면서 정말로 많이 도와주셨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 제작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두 번째로는 노트와 펜이다. 해당 노트와 펜은 진종오가 선수 시절 직접 수기로 작성한 훈련 일지다. 진종오는 "그동안 훈련하면서 썼던 일지들이다. 은퇴할 때면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담겨져 있다"며 "매년 새 노트와 펜을 사면서 다짐하고 각오했다. 노트 첫 페이지에는 항상 노력과 지식에 대한 칭찬들을 적었다. 표지에는 부모님이 주신 네잎클로버를 붙여 행운까지 상징했다"고 전했다.

마지막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마스코트를 들고서는 "선수 생활을 마치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간 행정 쪽 일들을 꾸준히 해왔는데, 첫 업무였다. 항상 선수로만 대회를 참석했는데, 대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치르다 보니 많은 부분들을 신경쓰게 됐다"고 말했다.

진종오의 사격 종목은 하계 올림픽 종목이다. 하지만 이번 동계 올림픽의 조직위원장으로 나선 것. 이에 대해서는 "동계와 하계를 나누는 것을 떠나서 올림픽 대회 자체에 의미를 뒀다. 저는 주로 자원봉사자분들의 근무환경과 선수들의 식사, 잠자리 등 컨디션 관리 쪽에 최대한 초점을 맞춰 준비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진종오는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제가 돌려드려야 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많은 분들께 더 많은 사랑 베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사격 선수 진종오'의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권광일 기자


■ 다음은 진종오와 질의응답이다.

Q. 은퇴를 결정적으로 결심한 순간은 언제였나
"2020 도쿄 올림픽이 끝나고다. 1년 늦어지기도 했지만 경기를 하면서 제가 더 이상 자리를 차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을 위해 비켜줄 시기라 느꼈다. 이전부터 학업은 준비했었다. 당시 대회에 대한 집중력도 문제였다. 사격 선수로서 치명적인 노안이나 수전증은 없었지만 물러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Q. 도쿄 올림픽 당시 2024 파리 올림픽 출전할 것이라고 했었는데
"도쿄 올림픽 때 다음 올림픽 출전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때 은퇴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긴장감을 더 주는 것 같았다. 이미 선수에 대한 마음은 내려놓고 있었는데 여러 부담으로 인해 답을 제대로 못했다.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Q. 철저한 몸 관리로 유명한데 자신이 생각해도 대단했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는지
"평범하거나, 모든 분들이 그럴 수도 있는데 항상 12월 31일이 되면 새해 목표를 세웠다. 어떤 부분을 자중하고 참아보자고 결심했다. 새로운 메모장을 써내리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참는게 제일 힘들었다. 사람들과 만남, 식사자리 등을 차단하다 보니 지독히 외로웠던 부분이 견디기 힘들었었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가장 기억에 남는 메달과 대회는 2012 런던 올림픽이다. 당시 세계기대회 우승과 더불어 랭킹 1위였다. 가장 자신 있었고, 즐겼던 대회였다. 당시에는 세계 1위 자리를 다시 확인시켜주자라는 거만함도 있었고, 이를 달성해 성취감도 있었다. 올림픽이 아니었던 대회 중에는 2018 세계선수권이다. 제일 힘들었고, 가장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가장 힘든 순간은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선후배 간의 문화 차이도 있었고, 운동을 하다가 다친 적이 있었다. 특히 부상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우측 쇄골 부상이었는데 너무 치명적이었다. 선수 생명이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당시 재활에 많은 힘을 들였고, 수영을 하면서 재활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다시 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대학 생황을 버텼다"

Q. 작년 9월 대회가 공식적으로 마지막 대회가 됐는데, 그때 경기 후에는 어떤 메모를 적었는가
"솔직히 은퇴에 대해서 많이 썼었다. 이제는 선수로서 몸을 다 썼다고 적었다. 앞으로 내려놓자는 이야기를 제 스스로에게 많이 했었다. 첫 발부터 마지막 발까지 모두 소중하게 쐈다"

Q. 얼마 전 은퇴한 양궁의 기보배는 '다시 태어나면 양궁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진종오는 다시 태어나도 사격을 할 것인가
"사격이 너무 좋다. 다시 태어나도 사격하고 싶다. 아직도 사격장에 가면 설렌다. 다음 생에도 사격 선수 진종오로 서고 싶다"

Q. 얼마 남지 않은 파리 올림픽에 나설 후배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판데믹으로 한동안 대회가 열리지 않았는데 최근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올림픽 전까지 한두 번의 대회가 더 있는데 조금 더 철저하게 자신의 바이오리듬을 확인했으면 좋겠다. 지도자가 잘 챙겨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꼼꼼하게 메모하면서 일정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Q. 이제 인생의 2막이 시작된다. 계속해서 노트를 쓸 예정인가. 혹시 쓴다면 가장 맨 앞 페이지에 어떤 글을 작성하고 싶은지
"청렴결백이라고 쓰고 싶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고 쓸 것 같다. 받은 사랑이 많아서 많이 베풀고 싶다. 현재는 일적인 부분을 가장 많이 쓰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팬들께 한 마디
"30년 가까이 사랑받으면서 제가 좋아하는 사격을 했다. 국가대표로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이제는 그 사랑을 국민들께 돌려드리고 싶다. 그동안 사격 선수 진종오로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리겠다"

[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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