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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 땅도 낯설고 로맨스는 더 낯설고 [OTT 무비뷰]
작성 : 2024년 03월 02일(토) 10:29

로기완 리뷰 송중기 최성은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낯선 땅 위에 피어난 사랑을 담았다. 그러나 '낯선 땅'의 소재도, '사랑'도 잡지 못한 '로기완'이다.

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연출 김희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탈북민 로기완이 벨기에에 첫 발을 내딛으며 시작한다. 로기완은 벨기에에서 생활하기 위해 난민 지위를 신청하지만, 낯선 땅 위 이방인에게 세상은 그리 친절하지 않았다.

로기완은 난민 지위가 인정되기 전까지 벨기에에서 오롯이 혼자 '버텨야 했다'. 이를 위해 로기완은 화장실에서 노숙을 하고, 공원을 돌며 빈 병을 줍고,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러나 불량배들과 만나 몸도, 마음도 얼어버린 어느 날 코인세탁소에서 몰래 잠을 청하던 로기완의 지갑에 마리가 손을 대며 두 사람의 악연이 시작된다.

로기완은 단 한 장뿐인 엄마 옥희(김성령)의 사진을 돌려받기 위해 마리를 붙잡는다. 처음엔 마리를 그저 '도둑'으로 보던 로기완은 점차 그가 가진 상처와 자신의 불안정한 삶을 겹쳐보기 시작한다.

마리 역시 그런 로기완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삶을 포기해 버린 자신과 어떻게든 삶을 버티려는 로기완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낀다.

과연 로기완과 마리는 낯선 땅 위에 오롯이 자신의 두 발로 삶을 살아나갈 수 있을까.

로기완 리뷰 송중기 최성은 / 사진=넷플릭스 제공


작품은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한다. 다만 주인공 캐릭터 로기완만을 빌려왔을 뿐, 마리는 영화화되며 새롭게 투입된 인물이다.

영화는 초반부 벨기에에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기완의 모습을 그린다. 크게는 인종차별부터 언어장벽, 작게는 사소한 생활방식까지 전혀 다른 곳에 던져진 로기완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쓰레기통을 뒤지고, 공원 화장실에서 노숙을 하는 로기완의 모습은 처절하다. 그런 기완의 생존기는 마리를 만나며 달라진다. 문제는 극의 흐름과 장르마저 바꾼다는 점이다.

'로기완'은 당초 원작 소설과 달리 로맨스 장르를 앞세웠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기까지 꽤나 긴 시간과 감정선을 할애하지만, 관객을 설득하긴 어렵다. 중반부까지 벨기에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완은 가장 중요한 순간, 자신의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지고 달려간다. 엄마 옥희(김성령)를 팔아서까지 벨기에에 도착했다는 서사를 가진 기완이 그저 사랑에 미치는 순간이다.

물론 '사랑'은 인간이 가진 가장 보편적인 감정이다. 혈혈단신이던 기완에게 마리는 삶의 목적과 방향을 바꾼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로기완'에서 그려내는 두 주인공의 '사랑'은 인물이 처한 상황만큼이나 낯설다. 작품이 전개되는 내내 이방인으로서 차별받는 기완을 그리다가도, 마리와 로맨스를 엮어 넣는다.

기완과 사랑에 빠지게 된 마리의 서사도 엉성하다. 마리가 삶을 포기하게 된 과정이 억지스럽진 않지만, 보는 이들을 설득할 만큼인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그럼에도 김희진 감독이 보여주는 특유의 영화적 색감은 작품 끝까지 곧게 이어진다. 초반부 기완이 바라보고, 겪는 세상에선 서슬퍼렇게 느껴지지만 작품이 전개되며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로기완'은 생존기도, 로맨스도 아닌 애매한 줄타기를 하며 섞이지 못한다. 반복되는 시련들은 두 사람을 단단하게 해줄 지 언정, 관객을 붙잡진 못한다.

◆ 기자 한줄평 :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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