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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김고은, 혼신의 힘 [인터뷰]
작성 : 2024년 03월 01일(금) 08:37

파묘 김고은 인터뷰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그야말로 '신이 들렸다'. 배우 김고은의 새로운 얼굴이 드러난 '파묘'다.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330만)을 돌파한 '파묘'는(연출 장재현·제작 쇼박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파묘 김고은 인터뷰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22일 개봉한 '파묘'는 첫날 33만명 이상의 선택을 받으며 호기로운 출발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고은은 "너무 감개무량하다. 너무 감사하다. 처음 겪어보는 속도라 신기하다"며 "전 개인적으로 오컬트 장르를 좋아해서 제가 안 나오더라도 극장에서 봤을 것 같긴 하다. 또, 장재현 감독님의 오컬트 장르 팬분들이 많기도 해서 기대감이 생기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파묘'에서 무당 이화림 역을 맡은 김고은은 그동안 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사랑받아온 '러블리 대명사'에서 파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김고은은 "시나리오가 왔을 때 저도 당연히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에게 제안해 주셔서 감사했다"며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이런 소재를 쓰기 위해 얕게 공부한 느낌이 아니라 정말 공을 많이 들여서 완성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감독님이 몇 년에 걸쳐서 자료 조사를 하시고, 공부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게 영화에 잘 담긴 것 같다"고 감탄했다.

파묘 김고은 인터뷰 / 사진=쇼박스 제공


특히 '파묘'는 개봉 전부터 김고은 표 대살굿 연기가 명장면으로 꼽혔다. 예고편에 짧게 등장한 김고은의 굿 장면은 "투잡을 뛰는 게 아닐까 싶었다"는 최민식의 말처럼, 실제로 작품 내 최고 명장면에 속한다.

다만 김고은은 "굿 장면은 초반에 나오기 때문에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진 않았다"며 "화림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프로페셔널한지 관객분들에게 믿음을 심어주는 장면이지 않나 싶다. 젊은 무속인이기 때문에 화림이가 갖고 있는 아우라가 직업적으로 프로페셔널하게 믿어지는 지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화림이를 믿고 따라갈 수 있도록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큰 굿 장면을 넣으신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장면 준비 과정에 대해 김고은은 "영상을 정말 많이 봤다. 실제로 굿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근데 대살굿은 너무 터프한 굿이라서 잘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며 "제가 직접 그 굿을 볼 순 없었고, 영상을 많이 봤다. 각자 선생님들마다 스타일도 달라서 참고도 많이 하면서 공부했다"고 전했다.

또한 김고은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굿은 혼을 달래는 거라고 하더라. 그게 한국의 정서 같다. 대살굿 같은 경우엔 '방어를 하는 굿'이라고 했다. 일꾼들을 방어해 주고, 대신 돼지의 살을 치는 굿이라고 해서 무속인 분들이 굿을 할 때 혼신을 다해서 하신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누군가를 위해서 혼신을 다하시는 모습을 보고 첫 번째 대살굿을 할 때도 간이고, 쓸개고 다 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혼 부르기를 할 때 경문을 외면서 구슬프고, 대신 울어줄 수 있을 만큼 그렇게 한을 달래주려고 했다. 내용이 '떠돌고 있는 혼이 왜 안 오시냐. 오셔라. 무엇 때문에 안 오시냐. 이렇게 해서 오시면 안 되냐'라는 식으로 달래는 경문이기 때문에 그렇게 접근했다"며 "도깨비 놀이 땐 속이는 거라서 최대한 봉길(이도현)한테 집중하면서도, 말투나 톤은 일상에 가깝다는 느낌으로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제 무당들의 경문을 외는 음을 찾아가는 것이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김고은은 "실제로 선생님들이 경문을 하실 때 진짜 멋있다. 음이나 톤이 너무 멋있어서 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 근데 음을 타는 게 애드리브라고 하시더라. 할 때마다 다르고, 하시는 분들마다 스타일이 달랐다. 제가 배울 때도 그 경문으로 배웠는데 시범을 보여주실 때마다 음이 달랐다"고 웃음을 보였다.

김고은은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연습을 했지만 애드리브가 쉽지 않더라"며 "결국 선택한 방법은 선생님께 처음부터 끝까지 딱 세 번만 녹음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세 개 중에서 제가 음을 더 멋있게 탈 수 있고, 소화할 수 있는 음의 방향으로 통째로 외웠다. 애드리브는 안 되더라. 너무 길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김고은은 "아기를 진단할 때 휘파람을 불면서 귀에 손을 댄다. 근데 이런 거부터 하나하나 무당 선생님들께 여쭤봤다. 너무 조심스럽더라. 무속 쪽에서 아무도 안 그러는데 제가 하면 안 되니까"라며 "현장에서 수시로 영상통화를 하면서 선생님들께 정말 사사로운 것까지 다 물어봤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고은은 자문을 해준 무당 선생님들에 대해 "시사회에 오셨었는데 너무 좋아하셨다. 저한텐 따로 말씀해 주신 건 없지만, 감독님께는 한 두 말씀 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파묘 김고은 인터뷰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굿과 경문 외는 장면에서의 활약뿐만 아니라 이화림은 함께 다니는 제자 봉길(이도현)과 함께 이른바 'MZ 무당'으로 화제를 모았다.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스니커즈를 신고 굿을 한다. 이에 대해 김고은은 "사실 촬영 당시엔 'MZ무당'이라는 말을 아무도 쓴 적이 없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그렇게 생각하고 접근한 건 아니고, 실제로 젊은 무속인분들이 정말 세련된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 좋은 차 트렁크에서 말피를 꺼내고, 닭피를 꺼낸다더라"며 "저희가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부분도 있지만, 말하지 않으면 (무당인지) 모를 정도로 그렇게 패션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 화림과 봉길이도 그런 무속인이지 않나 싶다. 의상이나 분장은 의상 감독님, 연출 감독님과 미팅하고 회의를 거쳐서 스타일을 만들어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중반부까지 김고은은 이화림의 '무당' 연기에 집중해 보여줬다면, 후반부엔 일본어 연기를 함께 보여줘야 했다. 김고은은 "사실 제가 일본어를 전혀 모른다. '영웅' 때도 일본어를 하긴 하는데 굉장히 짧게 한 두 마디를 한다. 사실 '영웅'에서 한 두 마디 일본어가 원어민처럼 들려야 한다는 생각 ‹š문에 굉장히 집착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저는 원어민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엔 뜻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 '나는 이 산에 주인이다' 이런 대사들은 한국어로 어순이 똑같더라. 그거로 얘기하는 것과 동시에 뜻을 인지할 수 있게끔 감정적으로 더 집중했다"고 이야기했다.

'파묘'엔 무당 이화림과 윤봉길을 필두로 풍수사 김상덕(최민식), 장의사 고영근(유해진)이 등장한다. 김고은은 대선배 최민식, 유해진을 비롯해 이도현과 함께 '묘벤져스('파묘'+'어벤져스')'로 활약했다.

이에 대해 김고은은 "최민식 선배는 현장의 기둥 같은 존재다. 중심을 잡고 계셔서 현장에서 다들 안정감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진지한 영화라고 해서 현장에서 마냥 진지하게 계시진 않았다. 서로 장난도 많이 치고, 유머러스하게 있었다"며 "막상 연기를 할 땐 에너지를 확 올려야 하는 장면들에서 분위기가 신나 있는 상태다 보니까 더 에너지를 받아서 할 수 있었던 지점도 있다. 더 과감하게 생각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해주셨던 것이 아닐까"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유해진에 대해선 "지방 촬영이 끝나고 복국에 한 잔씩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정말 '저세상' 유머러스함이다. 제가 차마 욕심낼 수 없는 타고난 지점"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현재 군복무 중인 이도현을 언급하며 "최근 '누나 고마워'라는 문자가 너무 뜬금없이 와서 '뭐가 고맙지?' 싶었다. 낯간지러웠다. 일상에서 서로 막 칭찬을 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같이 연기해 줘서 고마워'라고 하더라. '군 생활이나 잘해'라고 했다. 촬영하면서 힘든 와중에 티 안내고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파묘'로 장재현 감독과 처음 만난 김고은은 "처음 '검은 사제들'이 나오기 전에 '열두 번째 보조사제'라는 단편부터 감독님을 좋아했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격적인 단편이었다"며 "그 단편을 장편으로 다시 만든다는 기사를 보고 '정말 잘 만드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극장에 가서 제 돈 주고 봤다. 너무 몰입감이 있더라. 제가 원래 오컬트 장르를 좋아한다. 한국에서 이렇게 오컬트 영화가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등장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사바하'는 시사회로 가서 공짜로 봤지만, 'K-오컬트'를 개척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고은은 "현장에서 감독님의 머릿속엔 모든 그림들과 어떤 장르적 계산 같은 것들이 다 있었다. 훨씬 전문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 디테일하게 영화 전반적인 것을 고려해 가면서 한 컷, 한 컷 찍어내신다는 느낌은 든 순간이 굉장히 많았다. 디렉션을 주실 때도 명확했다"고 감탄했다.

파묘 김고은 인터뷰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울러 김고은은 "저는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제가 맡는 캐릭터들이 누군가에겐 일상적인 인물이니까 비슷하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받을 때마다 다른 사람 같고, 새롭고 어렵다"며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뿐이지, 전작의 이미지에 대한 고려는 크게 하지 않는다.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생긴다. 신인 때보다 작품에 참여할 때 저에 대한 기대치라든가, 제가 해내야 하는 지점이 조금 더 넓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서 주인 의식을 가지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김고은은 "'파묘'는 사람이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오컬트 장르고, 귀신도 나오지만 그 바탕엔 사람이 행하는 것들과 사람을 달래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며 "각자만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과 그 후손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그 모든 것들이 사실 서로 다른 생각이나 신념들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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