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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몰입' 워워"…가상 이혼→부부 싸움 콘텐츠의 피로감 [ST이슈]
작성 : 2024년 02월 18일(일) 14:24

한 번쯤 이혼할 결심 / 사진=MBN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가상 이혼부터 갈등을 위한 인위적인 부부 싸움까지. 소위 '과몰입' 분노 유발 소재들이 시청자들의 피로도를 유발하고 있다.

지난달 파일럿 방송으로 첫 선을 보인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이하 '이혼할 결심')은 스타 부부들이 '가상 이혼'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파격적인 콘셉트의 '가상 이혼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이혼할 결심'에선 이혜정-고민환, 정대세-명서현, 류담-신유정 부부가 출연해 각자 결혼 생활에 대한 고민을 밝히고, 가상 이혼에 돌입했다.

특히 이 중에서 이혜정-고민환 부부는 결혼 45년 차 다운 오랜 앙금을 보여줬다. 이혜정은 "나에게 결혼은 '죽음'이다. 그때 제일 힘들었던 건 내 존재가 없다는 거였다. 결혼이 이런 건가. 그땐 절망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혜정은 남편 고민환에게 "더 이상은 방법이 없다. 이혼하자. 옛날에 나한테 했던 얘기 생각해 봐라. 어떤 상처를 줬나 생각해 봐라. 왜 그랬냐"고 물었다. 반면 고민환은 "그런 부분은 난 싹 잊는다. 나한테 두 번, 세 번 대꾸하고, 반격하고"라며 "혼자만 힘든 것 아니다. 그런 우여곡절이 누구나 있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혜정 / 사진=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이혜정은 고된 시집살이와 이를 방관한 고민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이미 앞서 여러 차례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회자된 바 있다. 앞서 이혜정은 MBN '속풀이쇼 동치미'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등을 통해 오랜 시집살이에 대한 정서적·신체정 고통을 호소해 왔다. 이어 이혜정은 '이혼할 결심'에 출연해 고민환과 가상 이혼에 돌입하며 또 한 번 지난 고통을 곱씹었다.

당초 '이혼할 결심'의 취지는 '가상 이혼'을 통해 이 시대의 부부 및 가족 관계를 되짚어보는 것이다. 18일 방송되는 '이혼할 결심' 최종회에서 이혜정은 고민환과 45년 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다정히 팔짱을 끼고, 지난 시간을 회상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처럼 방송을 통해 출연자들이 호소한 아픈 과거사에 공감해 온 시청자들은 반복된 갈등에 다소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방송용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고조의 갈등을 노출시키며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발하지만, 결국 끝은 이들의 사랑과 화해다. 함께 분노해 준 시청자들은 화해도, 사랑도 없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동안 다수의 부부 예능프로그램에서 갈등 소재가 사용돼 왔다. 사소한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번졌고, 이는 방송용 재미에 불을 붙였다. 시청자들은 이들의 감정선에 깊이 공감하며, 함께 분노해 준다. 다만 절정의 순간에 당사자들만 쏙 빠지며 과몰입한 시청자들만 남게 된다.

정주리 / 사진=본인 SNS


방송인 정주리 역시 과거 자신의 SNS를 통해 남편의 장난을 게재하며 홀대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누리꾼들이 남편을 비판하자 나서자 정주리는 관련 사진들을 삭제, 남편에게 받은 선물들을 자랑하며 입장을 바꿨다.

이들이 보여주는 갈등에 대중은 충실히 반응하고, 함께 공감해 주지만 결국 '그들만의 세상'이 되는 셈이다.

물론 단편적으로 보이는 방송용 모습과 SNS를 통해 이들의 일상을 가늠할 순 없다. 시청자 역시 어느 정도의 몰입에 대한 '선'이 필요하지만, 화제성 몰이를 위한 과도한 갈등 부각은 관심과 응원이 아닌 피로감만을 느끼게 할 뿐이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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