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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쇼핑몰' 박지빈의 쓰임새 [인터뷰]
작성 : 2024년 02월 18일(일) 11:58

킬러들의 쇼핑몰 박지빈 인터뷰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박지빈이 자신의 20대를 넘어 30대를 열기 시작했다. 스스로 '쓰임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박지빈이다.

지난 7일 전 회차가 공개된 '킬러들의 쇼핑몰'(각본 지호진·연출 이권)은 삼촌 진만(이동욱)이 남긴 위험한 유산으로 인해 수상한 킬러들의 표적이 된 조카 지안(김혜준)의 생존기를 다룬 스타일리시 뉴웨이브 액션물이다.

박지빈은 공개 소감에 대해 "사실 촬영이 끝난 지 너무 오래됐다. 찍어 놓고 저희도 궁금해서 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댓글들을 찾아서 읽는 스타일은 아니다. 근데 제 지인들에게 굳이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재밌게 봤다고 연락이 와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킬러들의 쇼핑몰 박지빈 인터뷰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극 중 박지빈이 연기한 배정민은 지안의 소꿉친구이지만, 바빌론의 사주를 받고 정진만의 쇼핑몰에 잠입하는 스파이다. 극 초반부 지안의 조력자로 그려지던 배정민은 중반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에 대해 박지빈은 "4부 엔딩 전까진 '쟨 뭘까' 의심할 수 있지만, '쟤는 나쁜 놈이다'라는 포인트가 없도록 연기했다"며 "지안이 옆에서 같이 봉변당하고, 답답해 보이고, 바보 같이 말하는 모습을 그려내려고 했다. 그게 실제로 정민이의 성격이기도 하다. 3부에서 집안에 폭격을 맞을 때 총알받이가 되지 않냐. 그건 정민이의 계획에 없었던 일이기 때문에 숨기는 것 없이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중반부 브라더(이태영)에 의해 민낯이 드러날 위기에 처한 배정민은 끝까지 정지안을 속이려 든다. 박지빈은 "지안이가 헷갈려하면서 브라더와 정민이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장면이 극의 흐름에서 중요한 장면"이라며 "그 장면을 기점으로 지안이는 정민이에게 신뢰를 주게 되고, 브라더는 쫓겨나게 된다. 그 장면으로 인해 전개가 이뤄지기 때문에 정민이의 반전을 조금 더 극적으로 다가오게 하려고 중요하게 생각하며 연기했던 장면"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배정민의 서사와 함께 그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조력자로 보였던 정민은 어린 시절 지안(안세빈)을 가둔 장본인이자, 친구의 죽음 앞에서도 바빌론을 향해 '시체는 치워주시나요'라고 뻔뻔하게 묻는 인물이다.

친구의 죽음과 함께 본색을 드러낸 배정민에 대해 박지빈은 "감독님이 의도하신 포인트였다. 그 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직접적으로 '나는 남들과 달라'라는 포인트를 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며 "애초에 친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정민이는 그저 자기 방이 더러워지고, 핏물이 떨어지면서 나뒹구는 집이 싫었던 거다. 그 장면이 정민이의 캐릭터성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에서 배정민이 가장 많이 외치는 말은 "무시하지 마"다. 정지만과 정지안, 바빌론을 향해 열등감을 드러내며, 끊임없이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하려 한다.

박지빈은 "감독님이 의도하신 건 정민이가 가진 열등감이었다. 감독님이 주변에서 한 가지에 꽂히는 분들을 본 경험이 있으시다더라. 그런 것들을 정민이의 캐릭터에 담았다"며 "사실 각자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이 그려놓은 서사가 더 길었다. 캐릭터에 대해서 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제가 받았던 대본들은 함축된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궁금하거나 설득되지 않는 부분들은 감독님께 많이 여쭤봤다. 가장 많이 강조하셨던 건 밀리터리 덕후이면서, 총기에 관심이 많고, 최고의 블랙 해커를 꿈꾸는 인물이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박지빈이 그려낸 배정민은 어린 시절부터 정지안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가진 인물이었을까. 다만 박지빈은 "감독님의 서사 안에 있을진 몰라도, 제가 봤던 대본엔 없었다. 그냥 일차원적으로 생각했다. 정민이는 그렇게까지 똑똑한 아이가 아니다. 단순히 '가둬놓으면 말을 할 수도 있잖아'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행동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인 사고에서 보면 이상한 사람이다. 저는 정민이를 연기하면서 1차원적으로 생각했다. 1부에서 총질을 당하고, 집에 있는 폭탄이 터졌을 땐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었고, 4, 5부에선 '쇼핑몰은 내 거야. 정지안이고 나발이고, 바빌론도 내 아래야'라는 단순하고 현실적인 생각이었다. 마지막에 총질하는 것도 똑똑하지 않고, 참 바보 같은 1차원적인 인물로 접근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킬러들의 쇼핑몰 박지빈 인터뷰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2001년 뮤지컬 '토미'로 아역 배우 활동을 시작한 박지빈은 성인이 되면서 꾸준히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지빈은 "아역 배우 시절과 지금까지 새롭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은 없었던 것 같다. 항상 똑같다"며 "'블라인드' 때 한 번 빌런을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킬러들의 쇼핑몰' 1, 2부 리뷰 중에 '전작에서 빌런이었으니 이번에도 빌런이겠지'라는 반응이 있더라"며 "제 전작이 하필 빌런이라서 그걸 보시는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더라. 그래서 오히려 더 답답하고, 바보처럼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했다. 확실히 배우가 전작에 대한 이미지나 캐릭터들에 대한 반전이 있으면 다음 작품에서도 똑같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저도 그렇다. 이번에도 의도치 않은 반전이 있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와 함께 박지빈은 "제가 다음에 하고 싶은 건 악역보단 청춘물이다. 그냥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아니면 사극. 제가 커서 사극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며 "스물두, 세 살 때 청춘 연기를 하는 것과 20대를 지나서 하는 것은 조금 차이가 있을 것 같다. 20대 초반에 20대를 연기하기엔 저도 잘 모르니까 표현하는데 답답할 것 같다. 지금은 다 살아오면서 지나온 이야기니까 공감할 수 있게끔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청춘을 돌아보던 박지빈은 "저에겐 딱히 청춘이 없었던 것 같다. 요새 다들 살아가기 바빠서 청춘을 즐길 수나 있나 싶다. 어떻게 보면 꿈도 다 똑같은 것 같다. 지나고 나서야 청춘이라는 걸 안다고 하지 않냐"며 "제가 군대 갔을 때 가장 하고 싶었던 건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거였다. 근데 막상 제가 그걸 해보니까 하루가 무료하고 '현타' 오더라. 지나고 보면 그 시간이 필요했고, 나를 충전하기 위함일 수 있는데 막상 쉬어가고 있을 땐 스스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쉼도 있어야 하고, 충전의 시간도 필요한데 지나고 나서야 아는 것 같다. 물론 제 청춘이 다 지나갔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청춘에 대한 대본을 받았을 때 20대 초반보단 감정의 깊이나 스펙트럼을 조금 더 경험해 봤던 순간들이 많지 않나 싶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박지빈은 "저는 큰 목표를 정해놓고 살지 않는다. 일단 배우도 상품이니까 그 상품 가치가 되려면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배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친구가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면 어떨까'라는 것들이 있어야 쓰임이 있지 않냐. 쓰임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지빈은 "인간 박지빈은 고민이 너무 많다. 스물여덟, 아홉, 서른을 지나오고 있다. 사실 저는 빨리 30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이가 바뀐 게 굉장히 별로인 사람"이라고 농담했다. 이어 "20대는 행복을 알기엔 너무 어린 나이 같다. 저의 30대에 더 기대가 된다. 스스로 기대하는 만큼 열심히 뭔가를 해보고 싶다. 기대했던 제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주어진 바에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하면서 살고 있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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