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짧은 등장, 긴 여운이다. 배우 박정우가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혼'자서 '다'해내는 캐릭터로 단단히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7일 전 회차가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각본 지호진·연출 이권)은 삼촌 진만(이동욱)이 남긴 위험한 유산으로 인해 수상한 킬러들의 표적이 된 조카 지안(김혜준)의 생존기를 다룬 스타일리시 뉴웨이브 액션물이다.
'킬러들의 쇼핑몰'은 설 연휴 직전 전 회차가 공개되며 정주행 열풍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박정우는 "외가 쪽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다 봐주셨더라. 지인의 지인들도 보고 저한테 SNS로 공유해 줬다"며 "'킬러들의 쇼핑몰'이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았고,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신 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렇게까지 기대하지 못했었다"고 인사했다.
극 중 박정우는 정진만(이동욱)의 과거 동료인 혼다 역을 맡았다. 다만 박정우는 당초 배우 박지빈이 맡은 배정민 역으로 오디션에 임했다고.
박정우는 "오디션 대본이 배정민이었다. 사실 그 역할에 욕심이 있었다. 이후에 '혼다'라는 역할을 받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해서 촬영에 임했다"며 "결과물을 보고 나니까 어쩌면 저한텐 혼다가 더 맞는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배정민은 욕심이고, 제게 어울리는 옷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정우는 "사실 제가 회사에 처음으로 먼저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던 게 이번 작품이다. 지인이 오디션을 봤는데 내용이 너무 매력 있더라"며 "이사님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는데 사실 부담감도 컸다. 제가 보고 싶다고 해서 오디션을 봤는데 결과가 안 좋으면 안 되지 않냐. 처음엔 부담이 컸는데, 다행히 연락이 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박정우는 "사실 처음부턴 배정민이 욕심이 났었다. 마지막에 돌변하는 느낌의 반전 인물이지 않냐"며 "제가 가지고 있는 제 얼굴의 부드러운 면과 싸한 면을 둘 다 잘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욕심이 났었다"고 털어놨다.
킬러들의 쇼핑몰 혼다 양말삼촌 박정우 인터뷰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박정우가 연기한 혼다는 말을 더듬는 동생 브라더와 함께 살며 '브라더 철물점'으로 위장한 무기상을 운영하는 인물이다. 다만 들을 순 있지만, 말을 할 수 없어 수어로 소통하는 인물이다.
이에 대해 박정우는 "수어 연기에 앞서 영상을 받았다. 제가 하는 모든 대사를 영상으로 받았고, 처음 레슨을 받으러 가기 전에 익혀서 가려고 했다. 근데 하나하나 무슨 단어인지 모르니까 막막하더라"며 "저에겐 그저 움직임으로써만 보였는데 외워오라고 하시니까 막막하면서도, 외워서 갔다. 차차 선생님께 지도를 받으면서 한 동작, 한 동작에 대한 뜻을 알고 재미를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수어는 생각보다 틀에 박혀있지 않았고, 표현하는 사람의 성향이나 아이디어에 따라서 표현 방식이 다양하게 연출되더라. 같은 뜻이어도 조금 더 다양하게, 혼다스럽게 저만의 매력을 넣어서 표현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재밌었다"고 말했다.
다만 박정우는 "촬영장에서 카메라가 왼쪽에 있을지, 오른쪽에 있을지 모르니까 양손으로 수어를 할 줄 알아야 했다. 근데 저는 오른손잡이니까 반대로 해야 한다는 게 막막했다"며 "결국 왼손, 오른손 다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다행히 촬영장에 갔는데 카메라가 제 왼쪽에 위치해 있더라"고 말했다.
또한 '혼다'라는 이름처럼, 극 중 혼다는 오토바이를 타는 인물이다. 이를 위해 직접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했다는 박정우는 "어렵다고 하는데 한 번에 땄다"고 뿌듯한 웃음을 보였다. 이어 "회사 본부장님이 오토바이를 좋아하셔서 많이 연습했다. 근데 촬영장에 있는 오토바이는 또 다르다 보니 초반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카메라 앞에 서면 더 긴장되니까 조금 더 떨렸던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혼다의 첫 등장신을 위해 액션 연습도 해야 했다. 극 중 혼다는 정진만의 연락을 받고 어린 조카 정지안(안세빈)을 지키기 위해 바빌론 용병들과 혈투를 벌인다.
이와 관련해 박정우는 "제가 예전부터 움직임에 대해 흥미가 많았다. 대학교 수업도 좋아했다. A+를 받았다"고 깜짝 어필했다. 이어 "그때부터 움직임, 액션에 대해서 욕심이 있었다. 마침 혼다 역을 받게 되고, 액션스쿨을 처음 가게 돼서 너무 설레고 행복했다. 그래서 열심히 배웠다"며 "근데 생각보다 제가 복싱이나 타격, 이런 겨루기 종목에 대한 스포츠를 초등학교 때 이후로 해본 적이 없더라. 그러다 보니 자세가 멋있게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엔 다음 액션에선 조금 더 멋있게 선보일 수 있도록 복싱을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킬러들의 쇼핑몰 혼다 양말삼촌 박정우 인터뷰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혼다가 아닌 '배우 박정우'의 첫 촬영 장면은 터미널씬이었다. 바빌론을 퇴사한 정진만이 조력자 혼다와 만나는 장면이다.
해당 장면에 대해 박정우는 "설렘을 안고 촬영장에 갔다. 이동욱 선배 촬영이 먼저 진행됐는데 모니터로 봐도 너무 놀랍더라. 가만히 서서 혼다를 기다리는데 스크린 안으로 모든 서사가 그려지더라. 아무것도 안 하고, 대사도 없는데 이 사람의 과거가 다 그려졌다"며 "이게 선배의 내공인 건지, 경력에서 오는 차이인지 많이 놀라웠다. 저 또한 선배처럼 많은 서사가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탄했다.
특히 정진만은 혼다와 수어로 대화를 나눈다. 두 사람은 말로 하는 언어가 아닌, 손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에 대해 박정우는 "우선 손과 얼굴로 저의 모든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해야 하다 보니 선배에게 더 집중하게 됐던 거 같다. 단순히 대화로 하는 것보다 더 상대에게 집중하고, 상대가 말하는 바를 캐치해야 하니까 집중이 잘 되도록 호흡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정우는 "제가 사실 총 파지법을 배우지 않았다. 제가 혼자 영상을 보고 익혀서 갔다. 근데 제가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시곤 이동욱 선배가 '이렇게 들었을 때 조금 더 안정적이고, 카메라에서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말씀하시더라"며 "'지금은 어색해 보일 순 있다'고 하셨는데 모니터에서 보니까 훨씬 더 안정적으로 보이더라. 굉장히 시크하고 차분하게 말씀하시지만, 그 안에서 저를 섬세하게 관찰하시면서 따뜻한 조언의 말씀을 해주시는 걸 느꼈다. 너무 감사했다. 섬세함에 반했다. 겉으로는 안 느껴지지만, 행동에서 절 챙겨주시고 신경 써주신다는 것에 많이 감동받았다"고 이야기했다.
킬러들의 쇼핑몰 혼다 양말삼촌 박정우 인터뷰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작품 속 혼다는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어린 지안이 내는 '말은 말인데 타지 못하는 말은?'이라는 암호에 '양말'이라고 답하며 '양말 삼촌'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박정우는 "제 SNS에 많이 찾아와 주셔서 댓글을 달아주시니까 재밌더라. 그만큼 혼다에 대해 친밀감을 갖고 댓글을 달아주시니까 제가 시청자분들의 친구나 삼촌이 된 것 같다"며 "사실 2화가 공개되고 나서 너무 짧은 순간이라 어떤 기대도 안 했다. 근데 네이버 실시간 댓글창에 '혼다 누구' '양말 삼촌 누구' '박정우 누구'라고 올라오더라. 인상 깊게 봐주시고, 저라는 사람을 궁금해하시니까 바로 캡처했다. 나중에 제가 지치거나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 그런 말씀들로 다시 동기를 부여하고, 저를 불태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박정우는 "감독님께서 혼다는 극 중 유일하게 밝은 인물이라고 하셨다. 저 또한 킬러지만, 순수하고 다정한 면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린 브라더와 어린 지안이와의 씬에서만큼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순수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며 "그런 부분이 다른 킬러분들이랑 다르게 다정하게 연출이 됐고, '양말 삼촌'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킬러들의 쇼핑몰'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은 박정우는 "저는 촬영을 '여행 떠난다'고 표현한다. 촬영 세트장에 들어가면 저 박정우가 아닌 다른 인물로 변하고, 제 주변인물들도 다 변하게 되지 않냐. 세상도 변하니까 그게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모든 촬영 순간이 길었으면 한다. 금방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촬영하면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하면서 '언제 끝나지' '끝나는 시간이 몇 시지'라는 걸 확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마음가짐을 계속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정우는 "촬영 현장이 제 방과 같이 느껴졌으면 좋겠다. 제가 혼자 있는 제 방에선 하고 싶은 것들을 제 마음대로 상상해서 뭐든지 할 수 있지 않냐"며 "촬영장 속에서 어떤 우주도 보지 않고, 제가 상상하는 대로 모든 걸 표출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면 행복할 것 같다. 그렇게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정우는 "제 첫 인터뷰다. 굉장히 설레고 새롭다. 행복하다. 앞으로 이런 기회들이 계속 생겨서 제가 하고 싶은 연기를 이어 나가고 싶다. 앞으로 저의 모습을 기대해 주시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며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사랑받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돼서 굉장히 영광이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킬러들의 쇼핑몰 혼다 양말삼촌 박정우 인터뷰 / 사진=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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