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크라임씬 리턴즈'는 시청자의 열렬한 사랑 속에 부활하고, 이전 시리즈의 열혈 시청자이자 팬이었던 제작진의 손길이 더해져 제작됐다. 그야말로 시청자와 함께 만들고, 팬들의 애정이 깃든 프로그램이었다.
티빙(TVING) 10부작 '크라임씬 리턴즈'는 용의자와 탐정이 된 참가자들 속 숨은 범인을 찾는 롤플레잉 추리 게임 예능 프로그램. 이번 시즌에는 경력직 플레이어 장진, 박지윤, 장동민은 포함해 신입 플레이어 키, 주현영, 안유진이 합류했다.
'크라임씬' 시리즈를 비롯해 많은 추리·두뇌 예능은 소수의 확고한 시청자층을 대상으로 한다. 확실한 팬덤은 얻었지만, 시청률이 절대적 성적표이던 시절 세상에 나온 '크라임씬'은 시청률 성적표로나 제작비 문제로나 여러모로 환영받지 못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라임씬'은 현재까지도 유튜브나 OTT를 통해 인기를 현재까지 이어왔고, 열렬한 시청자 성원 속 OTT플랫폼으로 무대를 바꿔 7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폐지되다시피했던 프로그램을 살려낼 정도로 이렇게나 확고한 팬덤이 있다는 건 장점이면서도 한편으론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질문에 "장점이다"라고 힘주어 말한 윤현준 PD는 "그때 당시 이 프로그램은 상황상 지속되지 못하고 없어진 프로그램이다. 폐지라고 보는 게 맞는 거였다. 획기적인데 아쉬웠다. '우리도 대중적인 거 해보자' '많이 보는 거 해보자' 다들 그런 길로 가는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환경적 이유로 사라졌던 프로그램이지만, 다양해진 채널을 통한 '다시보기'로 오히려 더욱 팬덤이 커진 거 같다고. 윤현준 PD는 이러한 팬덤에 힘입어 티빙에서 제작 제안까지 받을 수 있었다며 "그런 측면에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크라임씬 리턴즈 포스터 / 사진=티빙(TVING) 제공
곳곳에서 쏟아진 격려에 용기를 얻어 제작에 돌입하게 된 '크라임씬 리턴즈'. 당연하게도 시간이 흐르면서 제작진도 조금은 바뀌었다. 윤현준 PD는 "저와 메인작가 외에는 했던 제작진이 없더라. PD 중에서도 당시 연차가 좀 낮았던 PD가 리턴즈의 공동연출을 하게 되고 나머지 PD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희망적이었던 게, 작가 모집을 하면서 프로그램이 힘들다고 악명이 높아 아무도 지원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많이 지원해주셨다. 다들 너무나 '크라임씬' 시리즈의 광팬이라고 하시더라. PD 중에도 팬이라고 말해주던 분이 있는데, 그 친구가 '크라임씬 리턴즈'의 막내가 됐다. 그 말 때문은 아니지만 팬인만큼 '크라임씬'에 대해 잘 알고 계셔서 생각한 것보다 제작이 수월했다"고 말했다. '크라임씬 광팬'이라 자처했던 PD, 작가들은 윤현준 PD가 미처 챙기지 못한 디테일한 포인트를 살리거나, 단서나 장치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며 '크라임씬'의 새로운 퍼즐 조각이 됐다.
출연진 중 절반인 3명도 뉴페이스로 바뀌었다. 윤현준 PD는 "사람이 바뀌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다보니 '기존 멤버들로 해라' 그런 얘기가 있었다. 그런 고민 지점이 있었지만 창작자로서 이전 시즌과 똑같이 하고 싶진 않았다. 어렵지만 새로움과 다름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그 첫 번째가 캐스팅이었다"고 설명했다.
6명 중 딱 절반인 3명을 바꾸는 것으로 결정된 후에는 그 3명을 어떤 인물로 채울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윤 PD는 캐스팅과 관련해 먼저 "기존 멤버들은 왜 남았는지 너무나 잘 아실 거 같다. 박지윤은 아나운서이면서 거친 연기자다. 정리도 되면서 막장 연기까지 되는 분이다. 장진 감독님은 장 감독님의 추리를 보는 맛으로 보는 사람도 많았고. 나머지 분들의 추리가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하니, 진호도 너무 좋았다. 새로운 멤버들이 셋이나 있으니 편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싶었다. 의견이 많이 나뉘었지만 장동민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새 멤버 키, 주현영, 안유진을 캐스팅 이유로 "유진이는 '지구오락실'하면서 알게 됐다. 하니를 대체할 수 있는, 당차고 똘똘한 인물이라 생각했다. '안유지니어스'라는 말을 들을 정도기도 하고. 사실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친구는 아니었고 워낙 스케줄이 살인적이고 해외도 많이 가서 일찍부터 얘길해서 '스케줄 5번만 빼자' 해서 했다. 너무 열심히 하고 잘하더라. 집착이 심하다. 그런 면이 보여질 거다. 단서가 똘똘하지 않으면 찾기 힘들다. 대본도 숙지 잘 해와서 스토리가 막힘없고. 그리고 누구한테나 대들 수 있는 친구다.(웃음) 또한 현영이는 누구나 탐낼 캐릭터 같다. 그런 연기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않나. 그걸 높이 샀고. 본인은 추리를 못한다더라. 추리물을 되게 좋아하는데 따져 캐묻는 걸 못한다고 하더라. 만나고보니 걱정할 필요 없겠더라. 키는 사실 작가분들이 처음부터 말하던 인물이었다 '놀토'를 보면 재치도 있고 잘 맞히는 캐릭터 아니냐. '크라임씬'에서 큰 매력을 발휘할 거란 얘기가 있었다. 그런 것만 아니라 연기도 했더라 '만능 키'라는 생각했다"고 밝혔다.
출연진 라인업도 완성되고, '크라임씬 리턴즈' 연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치밀한 스토리였다. 윤현준 PD는 "버그가 생기는 순간 스토리든 뭐든 꼬이게 된다. 저희가 현장에 단서를 엄청 심어놓고 빡빡하다 방송에 나오는 건 다 풀어낸 게 아니다. 어떤 건 찾지 못하거나. 결정적인 게 아니라면 풀어내지 못하기도 한다"면서 추리 게임의 가장 기본을 강조했다.
크라임씬 리턴즈 윤현준 PD 인터뷰 / 사진=티빙(TVING) 제공
간혹 출연진이 주요 단서를 찾지 못할 때면 지켜보면서도 안타깝고 고통스럽기도 하다는 윤현준 PD는 아쉬움에 해설편을 만들어볼까 생각도 했다고.
"리턴즈에는 분명 이전 시즌과 다른 지점이 있어요. 캐스팅도 바뀌었고 에피소드가 130분을 넘기기도 하는 등 시간도 늘어났어요. 내용상 스케일이나 깊이도 더 좋아졌다 보실 수 있겠습니다. 또 우리가 리턴즈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새로운 포인트가 분명히 있기에 잘 봐주시면 좋겠네요."
방송을 통해 공개됐던 시즌1~3은 다소 아쉬움이 남더라도 방송시간에 쫓겨 낼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다. 티빙으로 옮겨오면서 여유는 많아졌지만, 오히려 에피소드 하나를 만들어내는데만 한, 두 달이 소요되기도 했다. "좀 더 세밀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짜는 것도 편집하는 것도 오래 걸리더라. 두 달에 하나씩 하다 보니 8~9월부터 시작해서 10월에 촬영이 끝났다. 결국엔 녹화를 하면서 마지막 에피소드를 짜게 되더라. '그게 정도로 그렇게 짤일이야?' 하겠지만 5명의 동선을 모두 버그가 생기지 않도록 짜줘야 한다. 각각의 단서를 다 심어야 하고, 이상한 해석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들었다. 또 밤샘하면 안 되니까.(웃음) 방송 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들더라"면서 고충을 털어놓았다.
공개되기 전 진행된 인터뷰다보니 윤현준 PD는 "'뭐 7년 만에 돌아왔다더니 뭐야?' 이런 반응만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나 획기적이라니!'란 반응을 얻을 순 없겠지만 최선을 다했고 이 정도면 '이 정도면 고생했고 다음 시즌 기대해봐도 되겠는데?' 이런 반응이었으면 좋겠다. '이럴 거면 뭘 다시 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겼으면' 이런 반응도 나올 수 있는 거 아니냐"면서 조심스러워했다.
비록 '품이 많이 드는 프로그램'인데다 엄청난 기대를 알고 있는 윤현준 PD는 다소 걱정을 표하기도 했지만, 우려가 무색하게 '크라임씬 리턴즈'는 공개된 이후 티빙에서 연일 1위를 차지하고 재소환된 이전 시즌들까지 '오늘의 티빙 TOP20'에 랭크됐다.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만들어달라는 팬들의 요청까지 이어지면서 여전히 건재한 '크라임씬'의 명성과 인기가 증명됐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