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 본 리뷰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제목이다. '살인자ㅇ난감'은 신이 내린 영웅과 심판 받을 악인의 경계선을 걷는다.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연출 이창희 감독)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 이탕(최우식)과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 장난감(손석구)의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살인자ㅇ난감'은 평범한 대학생 이탕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탕은 어느 날 새벽 진상 손님과 마주하게 된다. 이어 이탕은 퇴근길 다시 진상 손님과 그 일행을 마주치게 되고,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집에 돌아온 이탕은 자신의 살인 행각으로 인해 패닉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탕이 죽인 인물이 미제 연쇄살인사건 범인이라는 소식이 보도되고, 이탕은 죄책감과 동시에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낀다.
문제는 이탕의 살인 현장의 목격자가 있었다는 점이다. 맹인으로 보였던 여자는 그날 새벽 이탕의 살인을 목격, 증거물을 탈취했다. 이탕은 자신에게 매달 돈을 요구하는 여자를 살해한다. 실수가 아닌 진짜 살인을 저지르게 된 이탕은 혼돈에 빠진다.
같은 시각, 장난감 형사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이탕에 대한 의심을 품고 그를 쫓기 시작한다.
첫 살인 후 죄책감에 시달리던 이탕은 조력자 노빈(김요한)을 만나 자신이 '죽어 마땅한' 사람만을 선별해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탕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도 그의 능력 중 하나다.
이탕같은 사람이 되고자 했던 전직 형사이자 연쇄 살인마 송촌(이희준) 역시 이탕을 향한다. 과연 이들의 끝은 어디일까.
살인자ㅇ난감 리뷰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 / 사진=넷플릭스 제공
'살인자ㅇ난감'은 꼬마비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네컷 만화로 진행되는 원작과 달리 영상화된 '살인자ㅇ난감'은 조금 더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특히 이창희 감독은 이탕이 첫 살인 후 죄책감에 빠지는 모습부터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게 되는 모습까지 화려한 시각적 효과로 표현했다.
또한 '죽어 마땅한 범죄자'를 감별할 줄 아는 이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기존의 다크 히어로물과는 다른 결을 그린다. 우발적 살인으로 시작되는 이탕의 범행들은 점점 다음 타깃을 찾아나간다. 우연의 살인이 필연이 되는 과정들을 이탕의 시선으로 쫓아가며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살인'이라는 범행이 이탕의 내부에서 어떻게 정당화되어 가는지의 딜레마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또한 이탕 같은 능력을 갖고 싶었지만, 결국 연쇄 살인마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송촌의 모습은 '신념'이라는 무서운 그늘에 갇힌 인물을 그려낸다. 스스로 법의 테두리 밖에서 악을 처단한다고 믿지만, 대중의 눈에 송촌은 그저 연쇄 살인마일 뿐이다.
더불어 히어로가 되고 싶었지만 스스로의 힘이 부족해 누군가의 사이드킥이 된 노빈은 '죽어 마땅한' 인물들의 살해를 부추긴다. 노빈 역시 그들을 죽이고 싶어 하지만 능력이 없다. 이에 매 살인마다 결정적인 순간엔 자신의 '히어로'에게 칼을 넘긴다.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들을 '히어로'라고 추종하는 노빈의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이들을 추적하는 장난감 형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들을 쫓으려 한다. 때론 난감한 헛발질을 하면서도, 그의 시선은 살인자들에 치우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다.
이탕을 연기한 최우식은 초반부 첫 살인을 저지른 뒤 패닉에 빠진 모습에서 중반부 죄책감 없이 사람을 죽이는 모습과 후반부 자신의 선택에 대해 혼돈에 빠지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장난감 형사 역의 손석구는 작품 내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사적 복수와 법의 테두리 경계선에 서있는 장난감 형사의 딜레마를 그려내는 손석구의 감정 연기가 섬세하다.
중반부부터 후반부를 끌고 가는 송촌 역의 이희준의 섬뜩함은 극의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최우식 표 이탕이 휘어지는 갈대같이 흔들리는 모습이라면, 이희준 표 송촌은 단단한 고목나무처럼 정반대의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다만 짧은 호흡의 원작 웹툰에서 8부작으로 영상화하며 스토리라인이 다소 늘어진다. 또한 시각적으로 화려한 효과가 터지지만, 일부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전개에 있어서도 불친절하다. 장난감이 이탕을 쫓게 되는 과정과 이탕이 가진 능력, 송촌의 등장 등은 생략된 감이 있다. 또한 이탕의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해 등장하는 일부 노출신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판타지적 'K-스릴러'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이번 설 연휴 정주행을 추천한다. 총 8부작.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