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어느샌가 배우 김혜준의 이름 옆엔 '장르물'이 따라붙는다. 가장 잘하는 걸, 가장 멋지게 해 낸 김혜준이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각본 지호진·연출 이권)은 삼촌 진만(이동욱)이 남긴 위험한 유산으로 인해 수상한 킬러들의 표적이 된 조카 지안(김혜준)의 생존기를 다룬 스타일리시 뉴웨이브 액션물이다.
지난 7일 8부를 끝으로 종영한 '킬러들의 쇼핑몰'에 대해 김혜준은 "연기를 하면서 보시는 분들이 재밌게 봐주시는 것들이 모든 배우의 목표니까 그렇게 봐주셨다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혜준이 연기한 정지안은 평범한 대학생의 삶을 살던 중 삼촌 정진만이 남긴 수상한 쇼핑몰을 물려받게 되며 킬러들의 표적이 된 인물이다.
정지안에 대해 김혜준은 "지안이는 평범함 속에 특별함을 가진 친구다. 어떤 사건들을 마주했을 때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법한 자연스러운 리액션을 하려고 많이 연구했다"며 "그러다가도 어떤 특별한 사건에 맞닥뜨렸을 때 지안이가 가지고 있는 특정한 부분이 각성하면서 튀어나올 때 어떻게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변주와 호흡에 대해 고민하면서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삶에 대해 밋밋한 감정선을 가지고 살던 정지안은 삼촌 정진만의 죽음 이후 폭발하는 감정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에 '삼촌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의 감정선을 다르게 그려내야 했다.
김혜준은 "지안이는 기저에 외로움이 깔려있는 친구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표출하지 못했는데 삼촌의 감정으로 응축된 것들이 폭발했다고 생각한다"며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삼촌의 부재를 체감하는 순간이 지안이가 가장 아이 같은 순간이 아닐까 싶다. 삼촌에 대한 미안함 보다는 괘씸함, 그리움 등을 쌓아놨다가 원기옥처럼 터뜨렸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킬러들의 쇼핑몰 김혜준 인터뷰 / 사진=콘텐츠 웨이브 제공
특히 정지안이 각성하는 순간마다 '잘 들어, 정지안'이라는 삼촌 정진만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김혜준은 이를 바탕으로 단계별로 성장해 가는 정지안을 그려내야 했다.
이에 대해 김혜준은 "삼촌의 말을 복기하면서 어떻게 하면 단계별로 변화를 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호흡이나 속도, 시선 같은 것들에 변주를 주면서 디테일하게 연구했다. 매번 같은 놀라움, 같은 깨달음일 수는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또한 김혜준은 "이동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땐 단순하게 서로 시니컬한 삼촌, 조카라고 생각해서 심드렁했다. 근데 이동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단순히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아니라 그 안에 가진 유대감이 크다고 생각했다"며 "이동욱이 자연스럽게 웃긴 포인트들을 만드려고 했던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고마운 건 어린 지안이(안세빈)가 연기했던 부분들이 제가 현재는 할 수 없는 유대감을 쌓아가는 과정을 너무 잘 그려줬다. 그래서 안세빈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더불어 킬러들에게 맞서며 자신의 몸을 지키는 지안이의 모습도 그려내야 했다. 김혜준은 "몸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촬영 전부터 액션스쿨을 다니면서 기초 체력훈련부터 시작했다. 총기 연습도 했고, 무에타이가 기반으로 깔린 무슬을 하다 보니 액션 스쿨에선 한계가 있더라. 파신 역의 김민과 함께 무에타이 도장에 다니면서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그중에서도 3부에 등장하는 파신(김민) 사부와의 무에타이 강습 장면을 언급한 김혜준은 "애정이 많이 갔다. 실제로 3~4일 정도 오래 찍었다. 김민과도 실제 사제 관계처럼 유대감을 쌓았다"며 "전우애가 생기게 되더라. 그러면서 저도 차츰 정지안이 됐다. 촬영 초반에 찍었던 건데 그 장면에 애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김혜준은 "5부에서 배정민(박지빈)에게 묶여있다가 의자로 밀어붙이고 공격하는 장면이 체력적으로 정말 많이 힘들었다. 보는 것보다 테이크도 많이 가고, 의자를 밀고, 구르고, 사력을 다해서 악바리로 찍었기 때문에 목에서 피 토하는 것처럼 찍었던 것 같다"며 "그 장면을 찍을 땐 정말 한계에 다다르니까 못하겠더라. '이거 하고 죽겠다'는 악바리 정신으로 액션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액션 동료는 소민혜 역의 배우 금해나였다. 김혜준은 "촬영하면서 가장 친해진 배우가 금해나다. 저에겐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장에서 제가 마주치는 유일한 여자이기도 하고, 유대감이 많이 높아졌다. 액션스쿨도 같이 다녔다. 촬영하면서 대화를 나눌 상황도 많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로 인한 고충도 있었다. 김혜준은 "민혜는 저를 지키려고 목숨을 바치지 않냐. 저도 그 마음을 알아서 다시 돌아오게 된다. 나중엔 전우애가 쌓이다, 쌓이다 못해 그러면 안 되는데 촬영하기 전부터 금해나와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났다"며 "너무 애틋했다. '울면 안 돼!'라고 하면서 눈물을 참은 적도 있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언니가 됐다"고 자랑했다.
킬러들의 쇼핑몰 김혜준 인터뷰 / 사진=콘텐츠 웨이브 제공
'킬러들의 쇼핑몰'에 앞서 '커넥트' '구경이' '킹덤' 시리즈 등 연이은 장르물에 도전했던 김혜준은 "제 스스로 생각했을 때 주체적인 캐릭터를 많이 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길을 깊게 파진 않았지만, 맛보기 정도"라며 "이런 작품도 어울리고, 이런 얼굴도 있다는 궁금증을 일으키는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다만 김혜준은 "'장르물을 선택해야지'라고 한 건 아니었다. 항상 매력 있는 캐릭터들이 다 장르물일 뿐이었다"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런 캐릭터들이 세고 강렬했던 것 같다. '꼭! 장르물을 해야지'라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혜준은 "로맨스 코미디, 멜로물을 하고 싶다. 원래 장르물을 안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하게 됐지만, 너무 행복하다. 후회는 하나도 없다. 대본이 좋으면 제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더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혜준은 작품 속 회상신에서 등장하는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진짜 웃겼다. 둘 다 오글거렸다. 대문 앞에서 준면(조지안)이가 다가올 때 제가 눈을 감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에서 카메라로 정면을 찍는데 자꾸 NG가 나더라. 감독님이 '설레는 표정을 지어보라'고 했다. 저는 되게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