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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돌아온 클린스만 감독, 사퇴 요구 거부 "월드컵 예선 준비할 것"(종합)
작성 : 2024년 02월 08일(목) 23:37

클린스만 감독 / 사진=권광일 기자

[인천국제공항=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실패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귀국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겠다"며 계속해서 대표팀을 지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지난달 2일 전지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한 이후 약 한 달 여 만의 귀국이다.

이날 귀국길에는 클린스만 감독과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조현우, 김영권, 설영우(이상 울산 HD), 송범근(쇼난 벨마레), 김주성(FC서울), 김진수, 김태환, 박진섭, 문선민(이상 전북 현대), 이기제(수원 삼성), 이순민(대전하나시티즌) 등이 함께 했다. 김승규(알샤밥)의 부상으로 급하게 대표팀에 합류했던 김준홍(김천상무)도 함께 돌아왔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등 몇몇 선수들은 카타르 현지에서 곧바로 소속팀으로 이동했다.

내용도, 결과도 아쉬운 대회였다. 한국은 역대급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번 아시안컵에 출전했지만, 대회 기간 내내 불안한 수비와 조직력,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전술로 인해 고전했다. 6경기에서 10실점을 기록했고, 무실점 경기는 한 번도 없었다. 특히 대회 내내 우리(23위)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낮는 국가들만 상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후반 90분 내에 승리한 경기는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3-1 승) 뿐이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승부차기 승), 8강 호주전(연장전 승)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4강까지 진출했지만,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하며 허무하게 대회를 마감했다.

아시안컵에서 탈락한 후에도 한국 축구는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또한 주장 손흥민은 준결승전 패배 향후 대표팀 소집에 대해 의미심장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한국에 도착한 클린스만 감독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요르단전 패배 후 미소로 구설수에 올랐고, 현재 자신을 향한 경질 여론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귀국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들이 계속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 팀을 이끌고 있어 행복하다. 나 역시 우승을 하고 싶었지만, 요르단전에서 패해 우리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는 13경기 무패 기록이 있었다. 이제는 코앞에 다가온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월드컵 예선에서도 대표팀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 거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도 "정 회장과는 현지에서 두 번 정도 만났다. 대회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면서 "보완할 부분에 대해 이야기 중이며, 곧 있을 태국과의 월드컵 예선전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권광일 기자


또한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대회가 실패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그래도 대회 4강에 진출했다. 실패라 말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또한 "4강에 올라온 점은 긍정적이다. 많은 팬들이 찾아와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에 대한 질문에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며 "지난 1년 동안 우리의 성장 과정을 말씀드리고 싶다. 부임 후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잡아가고 있다. 다가오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또 "축구에서의 희노애락은 당연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 극적인 승리 후 행복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 대회에서 패한다면 분위기가 가라앉고 실망스럽다. 경기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았을 때는 비판이 이어진다"면서 "이런 부분은 우리 모두가 받아들여야 한다. 긍정적인 부분은 우리가 올바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흥민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대표팀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과는 지속적으로 문자를 나누고 있다. 그는 최고의 선수다. 손흥민과 같은 선수가 결승에 못 올라가 아쉽다"면서 "3월에도 그는 주장으로 합류할 것이다. 다가올 월드컵도 있지만, 그 사이 함께 목표를 세워 새롭게 나아가길 원한다. 아쉽게 아시안컵을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소속팀에서도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안컵 목표 달성 실패에도 불구하고, 클린스만 감독의 근무 스타일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년 간 국내에 상주하지 않고 잦은 해외 출장과 대표팀 감독직 외의 일들로 축구팬들의 바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에도 다시 출국해 해외파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다음주 출국해 짧게 휴식한 뒤 유럽으로 넘어가 유럽파 선수들의 컨디션을 보려 한다. 3월 태국과의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있기에 많은 시간을 비우고 있을 수 없다"며 "팬들이 내가 일하는 방식이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존중하나, 제가 일하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귀국 현장에는 많은 축구팬들이 찾아와 선수들을 위로했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여론은 차가웠다. 인터뷰 진행 도중 한 남성이 가까이 다가와 "클린스만, 이게 축구야? 이게 축구냐고?"라고 소리를 질렀고, 엿이 날아들기도 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몇몇 축구팬들이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쳤고, 영어로 욕설을 하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설 연휴 이후 전력강화위원회를 소집해, 대표팀 운영과 이번 아시안컵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들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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