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환호했던 한국 축구대표팀이 불과 1년 만에 다시 찾은 카타르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했다.
한국은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등 유럽 빅리거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지만, 결승행 문턱조차 넘지 못하며 4강에서 대회를 마감했다.
환희의 땅이 절망의 땅이 됐다.
한국 축구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당시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강호들과 한 조에 편성되며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지만, 이들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특히 조별리그 최종전 포르투갈전 승리는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16강에서는 브라질에 가로막히며 탈락했지만, 한국 축구의 저력을 이미 충분히 보여 준 뒤였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다시 카타르를 찾은 한국 축구대표팀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한국보다 객관적인 전력이 한참 아래인 팀들과의 경기에서도 졸전을 거듭했다. 이번 대회 한국이 치른 6경기 가운데 전후반 90분 안에 승리를 거둔 경기는 바레인전(3-1 승)이 유일했다. 그동안 아시아권 국가들을 상대로는 늘 주도권을 갖고 경기를 펼쳤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오히려 우리가 상대팀에게 경기의 흐름을 내주고 힘든 경기를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힘든 경기를 펼치는 상황에서도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1-1, PK 4-2), 8강 호주전(2-1)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4강까지 진출했지만, 투혼 만으로는 결승전에 진출할 수 없었다.
1년 전 세계 정상급 팀들과 대등한 경쟁을 했던 한국 축구가 이제는 아시아권 팀들을 상대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것은, 지난 1년 간 한국 축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동안 자신을 향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아시안컵에서의 성적으로 증명하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이제는 한국 축구의 방향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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