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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찾기 [인터뷰]
작성 : 2024년 02월 07일(수) 09:01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터뷰 / 사진=미디어캐슬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괴물'을 통해 '진짜 괴물'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선보인 영화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터뷰 / 사진=미디어캐슬 제공


'괴물'은 지난 2일 누적 관객수 50만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했다. 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일본 실사 영화 중 최고 흥행 신기록이다. 더불어 영화는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2022)에 이후 처음으로 일본 실사 영화 중 50만 관객을 돌파, 최근 15년간 일본 실사 영화 흥행 기록에서도 흥행 TOP2에 올라섰다.

50만 관객 돌파와 맞물려 한국을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단 작품이 가진 힘이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저도 완성된 '괴물'을 보고 모든 스태프분들이 정말 일을 잘 해냈다고 실감했다"며 "무엇보다 사카모토 유지가 써준 이야기와 전개방식이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각본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또 앞서 한국을 찾아왔던 두 소년(주연 배우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를 바라보는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사오리는 미나토의 이상행동 배경에 학교 폭력 피해를 의심한다. 이어 작품이 진행되며 학교 폭력을 향한 다양한 시선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한국 사회에서 학교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괴물' 속 이야기와 시의성이 맞아떨어진다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에서 그런 사건, 사고가 있었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괴물'이 프랑스에서 개봉할 땐 프랑스 학교에서 왕따 사건이 있었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다"며 "그러한 사회적 사건들이 있어서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조금 더 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일 자체가 좋은 일은 아니긴 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기억하기론 이 영화가 2018년 12월, 코로나19 이전에 플롯이 나온 상태였다. 촬영 중엔 팬데믹 시기였다"며 "영화를 다 찍고 개봉하기까지 '코로나'라는 힘든 일도 있었지만,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분단을 상징할 수 있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지금 영화 속에서 그 내용들이 현재의 사회를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그리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포기하는 것을 '괴물'이라고 치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는 아마도 이 시대에 대해서 조금 더 먼저 그런 분위기를 읽고, 이 시대의 위기의식을 알고 계셨던 게 아닐까 싶다"며 "이미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상황을 예견해서 쓴 것이 시대와 맞아떨어진 게 아닐까. 그 재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감탄했다.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터뷰 / 사진=미디어캐슬 제공


국내 사회적 문제와도 연결고리를 느낄 수 있는 '괴물'은 현재 국내 관객들에게도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에 오기 전엔 사실 인터넷에서 평가를 거의 찾아보지 않았다. 그런 평가를 보면 심리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에 어떤 호평을 하고 계신지 잘 몰랐다"며 "근데 먼저 한국을 찾았던 두 소년들이 굉장히 따뜻하게 환대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좋아하더라. 그들의 반응만으로도 한국에서 많이 좋아해 주신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직접 서울에 와서 GV를 해보니까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N차 관람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실감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외 함께 고레에다 감독은 "N차 관람을 통해 저보다 더 이 영화의 디테일을 포착하고, 해석하고, 그것에 대해서 의견을 내시는 것들을 들었다. 그건 이 작품에 있어서 엄청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말처럼, '괴물'은 다수의 장면에서 관객들의 자체 해석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중에서도 몇 장면은 결말까지 완벽히 해소되지 않아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에 대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 속에선 몇 가지 전혀 해결되지 않고 남아버린 묘사들이 존재한다. 그것에 대해서도 GV 때 많은 질문이 나왔다"며 "슈퍼마켓에서 교장이 아이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장면이나, 미나토가 지우개를 떨어뜨리고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똑같은 자세로 있는 것에 대해서 질문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다만 고레에다 감독은 "사실 작품에선 명확한 해답이 제시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영화라면 그런 이유가 후반부에 발견되게 하는데,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에선 이 영화의 전반부에선 엄마가 느끼고, 엄마가 얻은 정보만으로 학교의 탓을 하게 되는 엄마의 정서에 관객도 똑같이 젖어들어가게 하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엄마가 느끼는 감정들을 똑같이 느끼게 하려는 목적에서 만든 전반부라고 생각한다. 미나토를 연기한 배우에게 '기본적으로 감정은 얼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손끝, 발끝에도 있다'고 얘기했었다. 지우개 장면은 무언가를 의식하려고 표현했다기 보단 몸으로 감정을 표현했다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다. 미나토의 감정은 주우려고 하는 자세 말고도 줍고 나서 자기가 쓴 글을 지우개로 지우는데 더 많이 표현되지 않을까 싶다. 배우에게 항상 동작으로 감정을 치환하라는 이야기를 했었다"고 전했다.

더불어 엔딩 장면에 대한 해석도 언급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일단 그 장면을 찍을 때 두 아역 배우에게 '일단 기뻐하고, 소리를 질러도 되고, 뛰어올라도 되고, 외쳐도 된다'고 했다. '우리로서 괜찮다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 축복하라'는 이야기를 했었다"며 "원래는 두 아이가 뛰어가다가 이쪽을 돌아보는 장면이 있었다. 그렇게 끝내려고 생각했는데 찍고 나니까 그 장면에 故 사카모토 류이치의 곡 '아쿠아'(Aqua)를 입혔을 때 멈춰서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뛰어가는 것이 더 그 둘을 축복하는 느낌을 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편집 마지막에 고쳤다"고 밝혔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장면을 찍을 때 생각한 건 '축복'이라는 한 마디다. '아쿠아'라는 곡은 사카모토 류이치의 딸이 태어났을 때 축복하는 마음을 담아서 만든 것이라 알고 있다. 그래서 생명을 축복하는 곡이라는 걸 알고, 그런 부분을 의식해서 조금 더 축복하는 느낌을 그려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터뷰 / 사진=미디어캐슬 제공


아울러 고레에다 감독은 '진짜 '괴물'은 '방관자''라는 해석과 관련 "일단 요리의 아버지나 교장 선생님 같이 아이의 인간성을 잃어버린 존재를 '괴물 같다'고 지칭하는 건 간단하고 쉬운 일"이라며 "그런 사람들보다도 이 중니공 둘을 궁지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가까이 있는 엄마나 부모, 선생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일반적인' 혹은 '행복' '평범한 가족', 혹은 호리 선생님이 종종 '남자답게' '남자다운' 이런 이야기를 뱉지 않냐. 그렇게 내뱉는 언어들이 가지고 있는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동조 압력 의식이 전반적으로 깔려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것들이 아이들의 반 안에서도 깔려있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의 가치관이 아이들에게도 스며들었다. 단지 아이들 자체가 원래 나빠서 그런 건 아니다. 그런데 언뜻 생각해 보면 굉장히 평범한 엄마나 선생님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아이들 스스로 '나는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일 수도 있다는 걸 많은 관객들이 알아차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레에다 감독은 "이런 식으로 일반화시켜서 죄송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이 요리의 아빠나 교장선생님 같은 사람들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미나토의 엄마나 선생님 같은 입장에서 살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반적인' '평범한' 이런 말들을 담고 살아가면서, 동시에 주위에서 괴물 찾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어쩌면 나도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건 언젠가 깨닫게 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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