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그래미 어워드에 여풍이 거세게 불었다. 주요 네 개 부문을 여가수가 휩쓴 데 이어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올해의 앨범상을 네 차례 수상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다만 K팝 아티스트는 노미네이트조차 되지 못해 아쉬움을 샀다.
5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제66회 그래미 어워드가 열렸다.
이번 그래미는 여성 아티스트가 강세를 보였다. 주요 부문 4개상인 올해의 앨범, 레코드, 노래, 신인에서 모두 여성 가수들이 상을 받았다.
특히나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래미의 여왕으로 우뚝 섰다. 이날 테일러 스위프트는 정규 10집 '미드나이츠(Midnights)'로 베스트 팝 보컬 앨범상에 이어 올해의 앨범상까지 거머쥐었다. 이번 수상으로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래미 역사상 최초로 올해의 앨범상을 4번 수상한 최초의 가수에 이름을 올렸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믿기지 않는다.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라면서 "이 상을 받음으로써 음악 작업을 계속 할 수 있어 행복하다. 내 곡으로 행복감 느끼셨다니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또 테일러 스위프트는 베스트 팝 보컬 앨범상을 수상한 뒤 "팬들에게 비밀을 말하고 싶다"며 4월 19일 정규 11집 발표 소식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의 레코드상은 마일리 사일러스의 '플라워스(Flowers)'가 차지했다.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부문에 이어 올해의 레코드까지 수상한 마일리 사일러스는 "이 상은 정말 대단한 상이다. 하지만 모든 게 바뀌진 않았으면 좋겠다. 어제 내 인생은 완벽하게 아름다웠기 때문"이라며 "모든 사람들이 그래미를 받진 않지만 모든 사람이 다 특별하고 의미 있다"고 소감을 남겼다.
올해의 노래상은 빌리 아일리시가 부른 영화 '바비' OST '왓 워즈 아이 메이드 포?((What Was I Made For?)'에게 돌아갔다. 빌리 아일리시는 "후보들이 모두 너무 대단해 내가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믿기지가 않는다"며 "'바비'라는 올해 최고의 영화를 만나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해의 신인상인 베스트 뉴 아티스트 역시 여성인 빅토리아 모네의 차지였다. 빅토리아 모네는 "홀로 저를 키운 엄마에게 감사하다"면서 "꿈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를 보고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다. 이 상은 15년 동안 노력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오랜 시간 무명이었는데 오늘 뿌리를 심고 땅에서 피어난 느낌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던 시저는 베스트 R&B 송,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베스트 프로그레시브 R&B 앨범상 등을 받았다.
흑인 음악 산업 발전에 기여한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닥터 드레 글로벌 임팩트 상은 제이지가 수상했다. 특히 제이지는 수상 소감을 하며 소위 '화이트 그래미'를 비판해 화제를 모았다. 제이지는 "한때 그래미 수상 결과와 후보 선정을 두고 보이콧한 적이 있는데 TV로 그래미를 보긴 했다. 많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더 정확한 시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내 비욘세를 언급하며 "그녀는 누구보다 그래미상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올해의 앨범상을 받지 못했다. 누군가는 상을 뺏겼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제이지는 "결과에 상관없이 우리는 계속 이곳에 나와야 한다. 인생에서 그냥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상을 탈 때까지, 여러 수식어를 얻을 때까지 계속 나타나야 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다만 올해 그래미에는 K팝 아티스트가 전무했다. 지난 3년간, 방탄소년단이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활약했으나 올해는 단 한 팀도 노미네이트조차 되지 못했다.
방탄소년단은 현재 멤버들의 군 복무로 완전체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럼에도 입대 전,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하며 해외 차트를 휩쓰는 등 글로벌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이밖에도 스트레이 키즈, 뉴진스, 피프티 피프티 등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그래미의 후보로는 지명되지 못했다.
외신도 이를 꼬집었다. 미국 매체 USA투데이는 "94개의 카테고리가 있음에도 그래미 어워드는 명백한 경쟁자 몇몇을 간과했다"면서 "그래미가 일반 카테고리에서 K팝 장르를 무시한다면, 전문분야를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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