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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감독·스티븐 연 "'성난 사람들', 우리 모두의 이야기" [종합]
작성 : 2024년 02월 02일(금) 10:59

성난 사람들 스티븐 연 이성진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이성진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이 '성난 사람들'을 통해 이민자의 삶을 돌아봤다.

2일 오전 화상으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영제 BEFF) 기자 간담회에서 이성진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이 참석했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 대니(스티븐 연)와 성공했지만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에이미(앨리 웡),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 난폭 운전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며 그들의 일상마저 위태로워지는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다.

이날 이성진 감독은 '성난 사람들'을 향한 전 세계적 사랑에 대해 "많은 분들이 '성난 사람들'을 보고 마음이 울렸던 부분이 각자 자신의 일부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저와 스티븐 연이 작품 초반부부터 이야기를 했던 건 각자의 마음속 깊이 감춰져 있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고,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성진 감독은 "물론 작품을 보고 각자 개인마다 느끼는 점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생각했을 땐 그렇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연 역시 "일단 너무 감사하다. 이러한 이야기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 제가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게 느껴진다. 이런 주제를 표현할 수 있는 이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깊이 연결돼 있는 순간들, 인류로서 연대를 느낄 수 있다는 게 기분 좋다"며 "과거의 저에게 돌아간다면 '괜찮아. 마음 편히 먹어'라고 해줄 것 같다.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이성진 감독은 "저도 '괜찮다'고 말해줄 것 같다. 제가 뭔가를 창조하는 과정에 있으면 눈앞에 닥친 일들이 많아서 때론 그 과정을 즐기는 법을 잊어버리기도 한다"며 "너무 가까운 친구들과 운 좋게 함께할 수 있었다. 스티븐, 앨리, 제이크 등 함께 있던 분들이 제가 즐기지 못할 때도 늘 땅에 발을 붙일 수 있도록, 현재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성난 사람들 스티븐 연 이성진 감독 / 사진=APInvision for the Television Academy, Television Academy 제공


특히 '성난 사람들'은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11개 부문 13개 후보에 올라 TV미니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작가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앨리 웡)을 5개의 트로피를 수상했다. 앞서 열린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는 캐스팅상, 의상상, 편집상 3개 부분에서 수상, 총 8개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이성진 감독은 "너무 좋다. 내가 속한 공동체, 동료들, 내가 존경하고 높게 샀던 분들에게 인정받는 건 기쁘다"며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어땠는지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극 중 운전자 대니 역을 맡은 스티븐 연은 "대니는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모습의 수치심을 집약한 인물"이라며 "대니는 몹시 무력하다는 것이 다른 인물들과 차별점이다. 대니가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할 때 저도 굉장히 공감이 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역시 제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때 무력하고 가장 불안하다고 느낀다. 근데 배우로서 연기를 할 때 선택권이 주어진다. 통제력을 잃어버린 사람을 연기하지만, 배우인 나는 통제력이 있는 것처럼 연기할 수 있다"며 "하지만 대니는 그렇게 하면 안 됐다. 저도 아예 그 인물에 녹아들어서 배우인 나 조차도 그 통제력을 잃어버리고, 놓아야 했다. 두려움조차 내려놔야 했다"고 털어놨다.

스티븐 연은 "제가 수상소감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앤드류가 '절대 대니를 포기하지 마'라고 했던 것처럼, 대니를 포기한다면, 우리 자신을 스스로가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스티븐 연은 "사실 이민자 현실이라는 건 일단 제가 직접 겪었기 때문에 잘 아는 부분이다. 이성진 감독과 협력도 있었고, 앨리 웡과의 협력도 있었다"며 "제 삶 속에 참고할 다양한 인물들이 많았다. 재밌는 건 저희 각자의 삶 속에 참고할만한 이야기들을 모아 왔는데 얘기해 보면 왜 이렇게 다 똑같은지 흥미로웠다"고 웃음을 보였다.

또한 이성진 감독은 "'성난 사람들'을 통해 딱 짚어서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저희가 원한 건 솔직한 캐릭터들을 그려보자는 것이었다"며 "시작하는 지점은 난폭 운전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은 서로의 어둠을 인식하고 유대하고, 상호 간에 연결되는 시작과 끝이 있다. 그 과정을 최대한 진실되게 그리려고 했다"고 전했다.

성난 사람들 스티븐 연 이성진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아울러 '성난 사람들' 속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도 전해졌다.

이성진 감독은 "이에 대한 답변을 저희 작품에 담은 것 같다. 미국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저희 작품에서 대놓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유기적으로 많은 캐릭터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을 녹여내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더불어 스티븐 연은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봤을 때 긴 길을 돌아왔구나 싶다. 제가 기쁘게 생각하는 건, 어쨌든 그걸 통해서 이전보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제가 지나온 모든 과정과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사실 결국 말이 되는구나 싶다. 긴 말을 했지만, 이 이야기의 끝은 결론적으로 그저 제가 살아있고, 이런 걸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것"이라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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