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마동석이 이번엔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떨어졌다. '범죄도시' 시리즈 마석도와 '황야'의 남산 사이 딜레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황야'는 지난 26일 공개된 후 3일 만에 키노라이츠(콘텐츠 시청 분석 서비스) 기준 주간(1월 22일~28일) 통합랭킹 1위 차지했다.
'황야'는 공개하자마자 주간 랭킹 1위에 올랐다.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를 담았다.
특히 '황야'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무술 감독을 맡았던 허명행 연출의 첫 데뷔작이다. 여기에 '범죄도시' 시리즈 주인공 배우 마동석이 힘을 보태며 이들의 '믿고 보는' 호흡을 자신했다.
이들의 자신감처럼 '황야'에선 마동석 표 액션이 터진다. 그동안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맨몸 액션을 선보였던 마동석은 이번에 장총과 소총, 마체테 등의 무기를 이용해 전투를 벌인다.
허명행 감독도 그동안 쌓아온 액션 노하우를 대방출하며 다채로운 시퀀스를 보여준다. 총기 액션부터 맨몸을 이용한 단체 액션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액면 대잔치'다.
다만 액션을 제외한 등장인물들과 스토리 등을 짚어봤을 땐 어딘가 기시감이 든다. 남산 역을 맡은 마동석은 여전히 빵빵 터지는 액션이지만, 동시에 '범죄도시' 속 마석도 형사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말맛을 살린 일부 유머 대사 장면들 역시 그러하다.
수나(노정의)를 찾기 위해 갱단의 본거지를 찾은 남산이 갱단원들을 무릎 꿇려놓은 채 "알아, 몰라?"라며 뺨을 치는 장면은 '범죄도시' 속 '진실의 방'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네가 사냥꾼이냐"는 대사에 "그럼 사랑꾼이겠냐"고 대꾸하는 남산은 '범죄도시1' 속 '혼자 왔니?" "어, 아직 싱글이야"라는 모습과 겹쳐 보인다.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아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남산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이야기 전개 역시 부실하다. 선생(장영남)을 따라간 수나를 되찾는 것이 남산 일행의 주된 전개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얄팍하고 평면적이다. 남산이 수나를 구하려는 모습은 부성애의 일부로 표현되지만, 그 안에 담긴 서사가 너무 짧게 스쳐가며 설득력을 잃는다. 양기수(이희준) 박사의 딸을 향한 삐뚤어진 부성애에서 비롯된 인체 개조 실험이 더 강렬하다.
더불어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황야'의 연결고리 역시 의문을 남긴다. 당초 '황야'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세계관을 공유한다고 홍보했으나, 허명행 감독이 제작보고회에서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다. 속편이 아닌 독립적인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작품 내에선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핵심 장소인 황궁아파트가 재차 등장하며 세계관 공유에 대한 궁금증을 안겼다.
또한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이라는 짧은 시놉시스만을 제공한다. 만약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세계관을 공유한다면 끄덕일 일부 장면들이 '황야'에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오히려 대한민국 전체가 양기수 박사의 미친 프로젝트에 동원됐다고 생각한다면 무법천지에 대해 조금은 이해가 갈 법하다.
마동석 표 액션은 시원하다. '황야'라는 제목에 걸맞게 황량한 작품 내 분위기 속 남산만이 우뚝 서있다. 다만 애매한 세계관과 낯익은 등장인물들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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