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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데이즈' 윤여정, 외로움의 연습 [인터뷰]
작성 : 2024년 01월 31일(수) 07:46

도그데이즈 윤여정 인터뷰 / 사진=CJ ENM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윤여정이 자연스럽게 세월을 맞았다. 긴 세월 속 변화 없이 같은 길을 걸어온 윤여정은 외로움을 좋아하는 배우가 됐다.

영화 '도그데이즈'(연출 김덕민·제작 CJ ENM)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다.

윤여정은 작품 참여 계기에 대해 "감독님 때문에 했다"는 짧은 후일담을 전했다. 이어 "내가 한 영화를 자화자찬 못하겠다. 보면 '왜 저렇게 찍었지?'라는 것만 보인다"며 "제가 너무 오래 (연기)한 배우이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좋고, 감독이 명망 있고, 돈도 많이 주고 이런 건 좋지 않다. 그때그때 다르지만 언젠가부터 어쩔 땐 감독을, 어쩔 땐 시나리오를, 어쩔 땐 감독님을 본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윤여정은 "김덕민 감독이 조감독 시절부터 만났다. 둘이 전우애 같은 게 있었다. 19년 동안 입봉을 못하는 게 안타까워서 김덕민이 입봉 하는 작품이면 제가 꼭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럴 땐 작품을 선택하면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의리를 드러냈다.

김덕민 감독과 호흡 소감에 대해 윤여정은 "좋았다. 왜냐하면 김 감독은 준비를 많이 해온다. 19년 동안 조감독 생활을 해서 현장에서 배우나 스태프들이 곤란한 상황을 안 만든다"며 "정말 효율적으로 일하게 해 준다. 살다 보면 사람을 잘못 볼 때도 있지 않냐. 근데 이번엔 잘 본 것 같다. 혼자 뿌듯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도그데이즈 윤여정 인터뷰 / 사진=CJ ENM 제공


윤여정은 극 중 성공한 건축가 조민서 역을 맡았다. 조민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지만 정작 외롭게 반려견 완다와 단 둘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남편은 먼저 세상을 떠났고, 아들 내외는 뉴질랜드에서 생활하고 있다.

조민서의 유일한 가족인 완다와 호흡에 대해 윤여정은 "그건 호흡이라고 할 수 없다. 투쟁이다. 개는 말을 못 알아듣는다. '액션!' 해도 마음대로 안 되니까 괴로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촬영하면서 제일 괴로운 존재가 아역배우와 동물이다. 컨트롤 할 수 없다"며 "근데 감독이 스팅(작품 속 또 다른 반려견)이 '액션' 사인을 알아듣는다고 하더라. 하나도 어렵지 않다고 했는데 완다는 길길이 날뛰더라. 알고 보니 스팅은 나이가 많고, 훈련받은 아이였지만 완다는 7개월 밖에 안 됐더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윤여정의 반려견 경험담에 대한 질문도 나왔으나, 그는 "가족 말곤 부담스러워서 (소중한 존재를) 안 만든다. 옛날에 포메라니안을 키웠는데 잃어버렸다. 길에 지나갈 때마다 '쟤인가?' 하면서 보게 되더라. 다신 안 키우기로 했다. 이젠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다"고 고백했다.

완다 다음으로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등장인물은 MZ라이더 진우 역의 배우 탕준상이었다. 윤여정은 "걘(탕준상) 사람이라서 호흡이 괜찮았다. 잘하는 배우다. 아무 문제 없이 찍었다. 제가 젊은 배우들하고 촬영할 때 할 말이 없으니까 '어머니가 몇 살이시니'라고 묻는다. 근데 탕준상 아버지가 75년생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내 아들이 75년생이다. '엄마는 몇 살이시니' '너는 몇 살이야'하고 깜짝 놀랐다. 내가 배우를 너무 오래 했다"고 말했다.

특히 촬영 당시 탕준상은 윤여정에게 애드리브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졌다. 그러나 윤여정은 "애드리브를 하고 싶어 하는 게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그렇게 하고 싶니?'라고 했더니 '하고 싶어요'라고 하더라. 근데 틀려서 못하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윤여정은 "탕준상이 군소리를 넣고 싶어 했지만, 난 그런 게 싫다. 난 구식 배우이기 때문에 그런 훈련을 안 받았다. 애드리브를 하면 느닷없으니까 상대가 곤란할 수 있다"며 "젊은 애들은 많이 하지만, 난 그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디서 주워듣고 와선 그렇게 하고 싶어 하면서도 틀리더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탕준상은 앞서 기자들에게 "윤여정 선생님이 현장에서 너무 잘해주셨다"는 후일담을 남긴 바 있다. 그러나 윤여정은 "탕준상에게 딱히 해준 것도 없다. 난 그냥 무심하다. 많이 살아서 그런지 그렇게 감동받을 것도 없고, 그다지 슬픈 것도 없다. 탕준상에게 그렇게 잘해준 기억도 없다"고 반응했다.

도그데이즈 윤여정 인터뷰 / 사진=CJ ENM 제공


극 중 조민서는 청춘의 시기를 보내는 진우에게 '꼰대'스럽지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이에 대해 윤여정은 "작가가 저를 통해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썼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청년들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데 걔네들한테 감 놔라, 배 놔라 한다고 해서 들을 리 없다. 오지랖이다. 그런 충고의 말이나 조언은 싫어한다. 나 같으면 그런 말 안 한다"고 단호히 답했다.

이와 함께 윤여정은 "젊은 사람들이 봤을 땐 우리도 눈에 걸리는 게 많을 거다. 여러분이 늙은 사람이 눈에 걸리듯이"라며 "그걸 얘기하면 꼰대라고 한다. 그래서 난 그런 말 안 한다. 절대 안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여정은 지난 1966년 데뷔 이후 약 60여 년간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이는 많은 후배 배우들에게 귀감이 됐고, 롤모델로 언급됐다.

그러나 윤여정은 "우습다. 내가 왜 롤모델이냐. 난 곧 죽을 사람인데"라며 "각자의 인생은 그대로 살면 된다. 날 왜 롤모델로 삼냐. 인생은 다 다르다. 당신이 살아야 하는 인생과 내가 사는 인생은 다르다. 내가 이렇게 살았다고 당신이 나를 쫓아서 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미국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윤여정을 향해 수많은 주연 러브콜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윤여정은 "사람이 간사한 걸 볼 수 있다. 난 여기서 쭉 살았고, 쭉 활동했는데 갑자기 상 탔다고 주인공으로 섭외 오고 이러는 걸 보면서 간사하다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선 각 타임마다 약 20매체에 가까운 인원들이 쏠렸다. 윤여정은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간사스럽다. 제가 그동안 영화 라운드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이렇게 많이 오신 적은 없었다. 전 인기스타인 적이 없었다. 지금 약간 약장수가 된 기분"이라고 농담했다.

또한 윤여정은 "상처받을 때도 많다. 요새 늙으니까 노여움이 많아지더라. 애들이 잘했을 때 '이 아이 괜찮구나'라고 생각해서 도와주려고, 일을 주고 그랬는데 나를 등쳐먹으려고 하면 정말 싫더라"며 "내가 이렇게 배신을 겪고 일해야 하나 싶었다. 나는 도인이 아니"라고 털어놨다.

도그데이즈 윤여정 인터뷰 / 사진=CJ ENM 제공


아울러 윤여정은 "미국에서 다시 한국에 왔을 때 제가 이혼한 여자라고 저를 못 쓰게 했다. 어디에 방(榜)을 붙인 건 아닌데, 나를 못 쓰게 했다. 그때 김수현 작가가 제일 잘 나가던 시절이었는데 '너는 재능이 있으니까 나의 도움 없이도 자립할 수 있다. 내 드라마를 하는 순간 네 거 다 없어지고 내 덕이 되니까 도움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근데 2년이 넘도록 아무도 나를 안 써주더라. 김수현 작가가 결국 그 약속을 깨고 저를 써줬다. '정말 촌스러운 놈들'이라고 하더라. 그 사람에게 제일 고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윤여정은 "매 순간 배우를 업으로 삼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제 삶에서 달라진 건 없다. 일상은 늘 외롭다. 외로운 건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늙어가는 건 외롭다. 외로움을 즐기진 않지만 저는 좋아한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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