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차분함 속에 강인함. 신현빈이란 배우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말이다. 신현빈은 쉽지 않은 연기임에도 그 속에 행복을 찾으며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지니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극본 김민정·연출 김윤진)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다.
신현빈은 극 중 무병 배우 정모은 역을 맡아 연기했다. 배려심 넘치고 건강한 인물로, 차진우를 만나 사랑하며 자신 또한 성장하는 모습을 소화했다.
신현빈은 "캐릭터 설명에 잘 털어서 말린 린넨 셔츠 같은 사람이라고 써있더라. 구겨져도 괜찮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사람, 자기 자신이 건강하고 모든 상황이 좋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살아나가려고 하는 사람이다. 저도 보면서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저의 비슷한 점을 가져오기도 했다. 제 말투도 녹아있다. 하지만 드라마 속 모은이 저보다 용기 있을 때도 있고, 과감한 선택들이 있던 것 같다"고 웃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처음 수어를 배운 신현빈이다. 수어 연기에 대해 "배우다 보면 비슷한 점이 많아 재밌으면서도 어려웠다. 수어는 문장을 말하는 방식이 다르다. 하지만 정모은은 음성언어와 똑같은 방식으로 차진우와 소통한다. 촬영 1~2달 전부터 외국어 강의를 받는 것처럼 배웠고, 촬영 현장에는 선생님이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수어뿐만 아니라 자신이 한 작품 중 상대의 얼굴을 가장 오래 보며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 됐다고. 신현빈은 "수어를 하는 것보다도 상대의 눈을 바라봐야 소통이 되더라. 그렇게까지 오래 사람을 바라봤던 일은 없는 것 같은데, 외국어로 소통하는 느낌을 많이 느꼈다. 소리의 주고받음은 없지만, 감정을 오래 바라보고, 그걸 받아서 연기하는 새로운 경험이 됐다"고 전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신현빈 / 사진=스튜디오지니,스튜디오앤뉴 제공
신현빈이 보여준 정모은은 내면의 단단함으로 빛났다. 사랑하는 남자 차진우와 함께일 때, 그 내면의 아름다움이 배가 됐다.
극 중 정모은의 담백한 대사들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안기기도. 신현빈은 "순간에 진심을 다해서 표현하려고 했다. 특시 '심쿵'하게 하는 대사가 아닌, 마음에 깊게 남는 대사들이 많았었다. 진짜 마음을 다해 담백하게 솔직하게 표현해야지 싶었다"고 말했다.
'모든 게 다 싫어질 때까지 사랑해 보자'란 대사를 꼽은 신현빈은 "1부 시작할 때 나왔던 내레이션이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관통하는 대사다. 저한테도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며 "모은이가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이후에는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게 두 사람에게 가장 맞는 사랑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드라마가 나이를 탈까라는 생각을 했다. 의외로 어린 친구들이 재밌게 보더라. 사랑이란 핵심적인 부분은 같구나 싶었다"고 웃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신현빈 / 사진=스튜디오지니,스튜디오앤뉴 제공
물론 고민의 순간도 있었다고 한다. 로맨스 호흡을 맞추는 상대 배우의 목소리가 아닌, 자신의 목소리로만 대사가 전달되고 그 감정을 온전히 받아내는 작업은 쉽지 않았을 터. 신현빈은 "오히려 억지로 할 수가 없을 정도, 호흡이 안 좋으면 될 수 없는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이 점을 걱정했다. 하지만 결국엔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정우성 선배와는 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정우성 선배가 최선을 다해 주시는 것을 보고 느꼈다. 소리를 내서 연기하는 것 이상으로 표현해 내야 받아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에 멜로는 각자가 잘하는 것도 있겠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게 영향이 미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뭔가 감정을 오래 가지고 가는 드라마다. 각자 호감을 느끼고, 다가가려고 하는데 밀어내고, 그런 관계들이 쭉 나오다 보니 그 안에서 저도 사랑, 사람, 소통에 대한 것을 생각하게 되더라. 실제로도 찍으면서 배우들, 스태프, 내 곁에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많이 느끼게 됐다. 로맨스임과 동시에 인간, 삶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작품이 갖는 의미를 얘기했다.
신현빈은 "무슨 일이 크게 없었던 것 같은데 벌써 끝났다는 시청자 반응이었다. 잔잔한 것 같은데 뭔가 빨리 끝난 것 같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건 소소하지만 집중해서 봐주셨다는 뜻이니 감사하고, 저희가 이 작품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던 이야기다.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 그 안에서 소통해 나가고, 상대에게 집중해 나가는 모습들을 잘 봐주신 것 같다"고 호평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신현빈 / 사진=유본컴퍼니 제공
신현빈은 어느덧 데뷔 15년 차 배우로 접어들었다. 선배들이 많았던 현장에는, 점점 많은 후배들이 자리해 감회가 새롭다고. 신현빈은 "언제 15년이 됐을까 싶더라.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다고 싶었다. 저는 비슷한 것 같은데"라며 멋쩍어했다.
동시에 직업에 대한 책임감, 소신을 담담하게 밝힌 신현빈이다. 그는 "작품 때문에 힘들다고 얘기를 하다가 누가 '진짜 그렇게 편하고 행복하고 싶어? 안 되지'라고 하는데 깨닮음을 얻었다. 배우는 어렵고 행복할 수 없는 직업인 것 같다. 하지만 그 안에서 괴로움을 느끼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매 작품 괴로운데 행복하다. 작품을 촬영하는데 행복하지 않다면 저의 대부분의 시간은 불행 해지지 않나"라며 솔직히 말했다.
작품을 대하는 진정 어린 마음도 느껴졌다. 신현빈은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너를 닮은 사람' '괴이' '재벌집 막내아들' 등 웰메이드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있다. 신현빈은 "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작품이라는 게 운명 같은 느낌이다. 못하게 될 작품은 못하고, 하게 될 작품은 하게 되더라. 의외로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어떤 작품은 괴로움을 줬는데, 그것으로 다른 작품에 캐스팅되기도 한다. 좋아했는데 만족스러운 상황이 오기도 한다. 다행히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작품도 활발하게 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난 편이라고 생각한다"며 "작품이 지나가고 나서 다시 복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대신 사람이 남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 좋은 팀, 좋은 사람과 만나 좋은 작품을 했다는 것은 운과 복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신현빈의 다음 계획은 무엇일까. 그는 "로코를 찍고 있다. 올해 하반기쯤 공개될 것 같다. 이후에 할 작품을 검토하고 있다. 작년에는 쉬는 시간이 없었고, 올해는 작정을 하고 노는 시간을 갖기로 희망하고 있다. 일도 지치지 않고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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