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한소희가 '경성크리처' 속 토두꾼 윤채옥을 만나 한 계단 성장했다. 두려움을 뚫고 나온 한소희다.
한소희가 주연을 맡은 '경성크리처'는 1945년 봄을 배경으로, 생존을 위해 그리고 탐욕에 의해 탄생한 괴물에게 맞서는 두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앞서 '경성크리처'는 지난달 22일 시즌1 파트1이 공개된 후 이달 5일 파트2가 공개됐다. 올 겨울 시즌2가 공개될 예정이다.
경성크리처 한소희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특히 '경성크리처'는 실제 역사적 사건인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에 대해 한소희는 "픽션과 논픽션을 섞어놓은 시대극이다. 다만 오로지 시대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다. 제가 오히려 중점을 둔 부분은 크리처물이었다. 저에겐 크리처물이 더 생소한 장르라서 오히려 더 이끌리게 되더라"며 "'마이네임'으로 액션을 한 번 해봤는데, 채옥이(한소희)도 칼에 능수능란한 캐릭터라고 하니까 제가 좀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한소희는 "무엇보다 강은경 작가님과는 '부부의 세계' 때 연이 있다. 다만 제가 작품을 선택할 때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누구인지를 떠나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하는 이야기다 보니, 감독님을 좋아하고, 작가님을 사랑해야 그 작품을 할 수 있다"며 "감독님이 백상예술대상에서 '스토브리그'로 상을 받으실 때 제가 밑에서 박수치고 있었다.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했는데, 제가 이 작품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박서준도 제가 평소에 너무 좋아하던 배우였다"고 작품 참여 계기를 전했다.
무엇보다 강은경 작가는 대본 집필 작업 당시부터 '윤채옥'으로 한소희를 점찍어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한소희는 "일단 채옥이와 저의 교집합을 찾으려고 했다. 그래서 가장 작은 거부터 시작했다. 저랑 채옥이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채옥이의 목표는 딱 하나, 엄마를 찾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채옥이는 엄마를 잃어버린 그 시점부터 '나이'라는 개념을 잃어버렸을 거라 생각했다. 10년 동안 계속 그 하루를 살고 있었을 거다. 그래서 엄마를 마주했을 때 조금 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은 표현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도 평소에 철이 안 들었단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웃음을 보였다.
경성크리처 한소희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한소희는 괴물이 된 엄마를 마주하는 장면을 언급하며 "뒷모습을 찍었다가 바스트샷을 찍고, 풀샷을 찍고, 또 바스트샷을 찍는 과정에서 계속 감정을 가져가야 했다. 그래서 그날은 하루 종일 계속 혼자 상상하면서 엄마가 어떤 모습일지, 괴물이 된 엄마가 듣는 내 목소리는 어떨지, 10년 만에 엄마를 만난 느낌은 어떨지, 그 기분을 계속 유지하려고 상상해 왔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한소희는 "마지막 장면에서 원래 대사가 '엄마 그만해'였다. 근데 제가 '엄마 우리 이제 그만하자'로 했다. 어쨌든 시작은 엄마로부터 시작했지만, 괴물이 바깥에 나와서 풍비박산 나는 것에 대한 원인은 저한테 있지 않냐"며 "모성애의 힘을 발휘한 거니까, 그 시작은 다른 사람이 했지만 끝은 채옥이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채옥이에게 있어 엄청난 성장이자 마무리였다. 그래서 저는 그 대사가 정말 좋았다. 오로지 엄마만을 찾아 배회하던 채옥이가 태상(박서준)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습득하게 되고, 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기 목숨을 내던질 줄 아는 그런 성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한소희는 "채옥이는 사실 독립군이 아니다. 채옥이는 토두꾼이라는 직업을 갖고 엄마를 찾아 헤매는 친구"라며 "1부에서 보시면 일본군들이 조선인들을 때려잡는 걸 보면서 그냥 가버린다. 이 친구는 그런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친구고, 자신이 그걸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 때문에 무력화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다른 정서를 가져오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소희는 액션 장면을 촬영 도중 얼굴에 부상을 입으며 한차례 우려를 산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소희는 "말 그대로 사고였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고 단호히 답했다.
이어 "그 뒤로 두려움이 없어졌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마이네임' 지우가 '너 죽고 나 죽자' 이런 느낌이라면 채옥이는 약간 어느 정도 스킬이 있는 느낌이다. 지우는 사람을 죽이는데 능수능란하지 않지만, 채옥이는 사람을 죽이는 망설임이 없다"며 "스킬적으로도 완전히 다른 친구여서 굉장히 잘 싸웠던 친구다. 그래서 액션 합을 짤 때도 보다 능숙하게, 보다 날렵하게, 보다 정확하게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경성크리처 한소희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경성크리처'는 1945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실제로 벌어졌던 우리 민족의 역사적 아픔을 담아냈다. 이에 일부 일본 누리꾼들은 작품을 홍보하는 한소희의 개인 SNS에 악성댓글을 달며 한차례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소희는 "그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받아들이는 것도 빠르다. 오히려 가감 없이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저는 이런 작품이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회자가 되고, 떠들썩하게 될 줄은 사실 몰랐다"고 털어놨다.
모델 활동을 시작으로 뒤늦게 연기 활동을 시작한 한소희는 "저를 움직이게 하는 건 잘해야 하는 압박감이었다. 그게 제 부스터"라며 "저를 계속 벼랑으로 내몬다. 벼랑 끝에 떨어질랑 말랑한 상태다. 잘 못하면 관둬야 한다. 잘하지도 못하는데 계속 이 직업을 갖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아울러 한소희는 "제가 배우를 업으로 삼지 않았냐. 적어도 제 팬들이 '못한다'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진 않다. 제 팬들한테 제가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못한다'는 소리는 안 된다"며 "그렇게 되면 연기를 업으로 삼을 수 없고, 이 돈을 받으면 안된다. 이 돈을 받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적어도 제 팬들이 저를 좋아할 때 창피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