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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 가족의 비극 [OTT클릭]
작성 : 2024년 01월 15일(월) 13:30

선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됐습니다.

피를 부르는 욕망은 핏줄, 끊을 수 없는 악연은 천륜. '선산'은 단순한 오컬트물이 아닌, 한 가족의 비극을 그려낸 이야기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극본 연상호·연출 민홍남)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시간 강사 윤서하(김현주)는 전임교수가 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철부지 남편 양재석(박성훈)의 불륜 사실까지 알게 됐다.

악재는 계속된다. 연을 끊었던 작은아버지가 사망한 뒤 선산을 상속받게 됐지만, 주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게 된다. 윤서하는 "나도 선산 자격이 있다"며 협박하는 이복동생 김영호(류경수)를 경계한다.

박상민 반장(박병은), 최성준 형사(박희순)는 모든 죽음에 선산이 얽혀있음을 알게 된다. 사건을 뒤쫓지만 김영호의 알 수 없는 행동, 무당과의 관계 등은 살인범의 정체를 헷갈리게 만든다.

윤서하는 점점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선산을 지켜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순간, 벼랑 끝에 몰린다. 그 옆엔 김영호도 함께. 윤서하가 선산과 얽힌 모든 것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사진=선산 스틸컷


'선산'은 영화 '부산행' '넷플릭스 시리즈 '괴이' '지옥'을 만든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연상호는 특유의 미스터리한 색채로 일명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선산' 역시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로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뚜껑을 열어본 '선산'은 익숙했다. 시작부터 등장하는 까마귀 떼 울음, 곳곳에 등장하는 부적, 무당의 굿판 등 샤머니즘 요소는 '연니버스'의 특징. 배경 음악까지 어우러진 오컬트적인 색채는 음산하다.

가족, 혈육, 핏줄은 '선산'을 관통한다. 그간 장르물에 모성애, 부성애, 가족애를 녹여왔던 연상호 감독이다. '선산'은 외면했던 가족의 아픔을 다시 마주하게 된 윤서하, 잘못된 신앙이 가져온 가족의 비극을 스산하고 처절하게 담긴다. 카피라이터 '피할 수 없는 악연, 피를 부르는 욕망'은 결국 천륜의 비극이다.

윤서하, 김영호의 삶은 기구하다. 직업, 남편, 부모의 사랑도 잃은 윤서하에게 남은 건 선산뿐이다. 희망일 것만 같았던 선산은 점점 그를 옭아맨다. 잘못된 사랑으로, 잘못된 삶을 살게 된 김영호에게는 선산에 대한 집착만 있을 뿐이다. 두 사람에겐 당연해야 할 가족의 사랑보다 애처로움만이 가득하기에, 결말도 최선의 방식으로 그려진다.

연기 구멍도 없다. 김현주, 박병은, 박희순은 제 캐릭터가 갖고 있는 아픔을 온전히 표현해 낸다. 류경수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모습도 놀랍다. 다만 극 절정에 다다를수록 격해지는 감정표현은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가족이란 무엇인가'는 깊은 잔상을 남기지만, 미스터리함은 옅어졌다. 각 인물들이 처한 아픔, 관계성, 숨긴 비밀, 살인범의 정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 다소 당혹스러운 설정 외엔,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다. 토속적인 음악, 굿판, 부적, 무당, 신(神) 병이 주는 분위기는 기괴하나 딱 그 정도다. 공포는 한 발 물러섰고, 한 가족의 비극이 주는 안타까움이 더 크다.

가족을 묻어주고 선산을 바라보는 윤서하, 선산을 끝내 안고 가지만 해피엔딩이라 하기엔 가슴 한편이 아리다. '선산'은 19일 전 회차 공개된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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