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가 건재함을 보여줬다.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을 제치고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자신의 실력을 과시했다.
알 나스르는 27일(한국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지다에 위치한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살 경기장에서 열린 알 이티하드와의 2023-2024시즌 사우디 프로리그 18라운드에서 5-2 역전승을 거뒀다.
1승을 더한 알 나스르는 14승 1무 3패(승점 43)으로 1위 알 힐랄(승점 50)과의 격차를 좁혀갔다.
반면, 알 이티하드는 8승 4무 6패(승점 28)로 6위에 머물렀다. 5위 다막(승점 30)을 추격하지 못했다.
알 나스르는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최전방 호날두를 비롯해 사디오 마네, 오타비우, 안데르손 탈리스카, 마르셀로 브로조비치, 세쿠 포파나, 알렉스 텔레스, 아이메릭 라포르트, 알리 알 오우자미, 술탄 알 간남, 나와프 알아퀴디가 출전했다.
알 이티하드 역시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카림 벤제마, 이고르 코로나도, 압데라자크 함달라, 호마리뉴가 공격을 이끌었고, 중원에는 파이살 알 감디와 은골로 캉테가 배치됐다. 후방에는 자카리아 알 하사이, 하산 카데시, 파비뉴, 마르완 알 사하피가, 골문은 압둘라 알 마유프가 나섰다.
사우디국부펀드(PIF)의 지원을 받고 있는 두 팀이 맞대결을 펼쳤다. 두 팀 모두 막대한 투자 속 유럽에서 활약했던 최고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번 경기에서는 과거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호날두와 벤제마가 적으로 대결을 펼쳤다.
경기에서 먼저 미소를 지은 쪽은 알 이티하드였다. 전반 13분 박스 안쪽 함달라가 벤제마의 패스를 받은 뒤 그대로 돌아섰고, 수비를 제치고 침착하게 마무리 지으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알 나스르도 추격했다. 전반 18분 프리킥 상황에서 알 오우자미가 볼 경합을 펼치다 벤제마에게 파울을 당해 쓰러졌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찍었고, 키커로 나서 호날두가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알 나스르가 스코어를 뒤집었다. 전반 37분 좌측 텔레스의 크로스를 탈리스카가 침착하게 잡아냈고, 수비를 따돌리고 슈팅을 이어가며 골망을 흔들었다.
알 이티하드가 다시 견기 균형을 맞췄다. 후반 6분 우측면 프리킥 상황에서 코로나도의 크로스를 함달라가 헤더로 돌려놓으며 2-2가 됐다.
알 이티하드는 변수가 발생했다. 앞서 경고를 받은 파비뉴가 후반 20분 오타비우를 막는 과정에서 손으로 얼굴을 가격하는 파울을 저질렀다. 주심은 VAR 끝에 파비뉴에게 경고 누적 퇴장과 함께 페널티 킥을 선언했다. 다시 한번 키커로 나선 호날두가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앞서갔다.
수적 우위를 점한 알 나스르는 분위기를 가져왔고,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후반 30분 역습 상황에서 탈리스카가 뒷공간을 노렸고, 골문 앞에서 내준 패스를 마네가 성공시켰다.
이어 후반 37분에도 문전으로 쇄도하던 마네가 추가골을 터트리며 경기는 종료됐다.
이번 경기 호날두는 페널티킥으로 멀티골을 작성했다. 이번 시즌 19호골을 기록하며 득점 2위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알 힐랄·16골)와의 격차를 벌리고 리그 득점 선두를 지켜갔다.
그리고 호날두는 2023년에만 53골을 몰아치며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로 등극했다. 50골을 넣은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 52골을 넣은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을 넘어 자신의 실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지난해 피어스 모건과의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던 했던 호날두는 팀과 계약 해지 후 사우디 알나스르로 향했다.
유럽 무대를 향한 사우디 리그의 공격적인 투자 속 호날두는 가장 먼저 사우디 리그를 개척했다. 알 나스르는 호날두 영입 후에도 마네, 라포르트, 브로조비치 등을 영입해 2019년 이후 5년 만에 사우디 정상을 노린다.
알 나스르 뿐만 아니라 많은 사우디 리그 팀들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알 힐랄은 네이마르 주니오르를 비롯해 세르게이 밀린코비치 사비치, 후벵 네베스, 칼리두 쿨리발리를, 알 아흘리는 리야드 마레즈, 호베르투 피르미누, 프랑크 케시에, 알랑 생 막시맹, 에두아르 멘디, 가브리 베이가 등을 영입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유럽 최정상 무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대거 사우디 리그에 합류했다.
호날두는 수많은 정상급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계속해서 골망을 흔들며 황혼기의 나이에도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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