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 축구는 4년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과 작별했다.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에 선진 축구를 이식했고, 선수들은 벤투 감독의 전술을 그라운드에서 재현하며 16강 진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한국 축구의 숙제는 벤투 감독의 유산을 이어 받고 더욱 발전시킬 지도자를 찾는 것이었다. 국내와 해외의 여러 지도자들이 물망에 올랐다.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었다. 독일 출신의 전설적인 공격수인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대표팀과 미국 대표팀 등을 지휘하며 지도자로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다만 우려도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벤투 감독과 달리 전술형 지도자가 아니라는 점, 한국 대표팀 감독 부임 이전에는 하향세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도 문제가 됐다. 대한축구협회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후 기자회견을 통해 선임 배경과 이유 등에 대해 설명했지만, 무엇하나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목표로 아시안컵 우승과 월드컵 4강으로 제시하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공격수 출신인 만큼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이겠다는 약속도 했다. 많은 축구팬들은 걱정을 잠시 뒤로 하고 클린스만호를 지켜봤다.
그러나 클린스만호의 출발은 최악이었다. 3월 A매치 2연전과 6월 A매치 2연전에서 모두 무승에 그쳤고, 9월 A매치 첫 경기인 웨일스전에서도 무승부를 기록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대표팀 사령탑 가운데 첫 5경기에서 1승도 하지 못한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이 유일했다.
성적 이외의 이슈들도 있었다. 당초 클린스만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의 계약에는 국내 상주 조건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해외에 있는 동안 방송사 패널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이는 대표팀에 보다 집중하기를 바라는 축구팬들의 바람과 상충되는 것이었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소집명단 때마다 진행됐던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도 했고, 9월 유럽 원정 도중에는 웨일스 대표팀 애런 램지의 유니폼을 요청한 사실이 해외 매체의 보도로 알려져 파장이 일기도 했다. 어느새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민심은 땅에 떨어졌다.
다행히 클린스만호는 지난 9월 13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반전했다. 9월 A매치 이후에도 해외에 머무를 예정이었던 클린스만 감독도 일정을 바꿔 국내에 귀국하며 축구팬 민심 수습에 나섰다.
이후 국내에서 열린 10월 A매치 2연전에서 튀니지와 베트남을 완파했고, 11월부터 시작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는 싱가포르와 중국을 격파하며 A매치 5연승을 달렸다. 비록 약체들을 상대로였지만, A매치에서 연승을 달리면서 축구팬들의 성난 민심도 다소 누그러들었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클린스만호의 첫 번째 시험대인 아시안컵이 내년 1월 개막한다. 현재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등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선수 구성으로만 보면 역대 최고의 대표팀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자연스럽게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다사다난한 1년차를 보내고 있는 클린스만호가 아시안컵을 통해 축구팬들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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