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경현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이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한국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김하성은 MLB 진출 이후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김하성은 올 시즌 152경기에 출전해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타율 0.260 출루율 장타율 0.398을 기록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20홈런-40도루의 대기록을 노렸으나 시즌 막판 원인 미상의 복통에 시달리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수비력은 리그 최상위권으로 도약했다. 김하성은 2루수 106경기, 3루수 32경기, 유격수에서 20경기를 뛰며 OAA(평균 대비 추가 아웃 기여) +10의 성적을 남겼다.
김하성은 황금장갑을 손에 넣으며 작년의 설움을 씻었다. 김하성은 2023 내셔널리그(NL) 골드글러브 2루수 부문과 유틸리티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2루수 부문은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가 차지했지만, 유틸리티 부문에서 무키 베츠(LA 다저스)와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제치고 골드글러브를 꼈다. 지난해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격수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댄스비 스완슨(당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밀린 바 있다.
엠엘비닷컴은 공식 SNS를 통해 "김하성은 첫 번째 아시아인 내야수이자 한국인 선수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고 조명했다. 김하성에 앞서 아시아인 첫 번째 골드글러브를 따낸 선수는 스즈키 이치로다. 이치로는 2001년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10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따냈다.
올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NL MVP 공동 14위에 올랐다. 김하성은 10위 표 5장을 받아 5점을 획득했고, 6위 표 1장을 받은 팀 동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내셔널리그 MVP 투표 공동 14위를 기록했다. 한국인이 MVP 투표에서 표를 받은 건 2013년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 14위), 2019년 류현진(LA 다저스, 19위)에 이어 역대 3번째다.
김하성은 NL 실버슬러거 유틸리티 부문 최종 후보에 뽑혔으나,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에 밀리며 수상이 불발됐다.
지난 골드글러브 수상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하성은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되기 싫었다고 속마음을 토로한 바 있다. 김하성은 "고등학교 때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3루, 2루, 유격수를 같이 봤다. 프로에서도 마지막 2시즌에선 3루를 나가는 경기가 많았다. 개인적으론 싫었다. 그런데 그 부분들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서 큰 도움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싫었던 감정과 시간이 성장하는데 발판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제 위의 선배들이 닦아 났던 길을 걸어간다. 그 길을 걸었기 때문에 후배들도 조금 더 좋은 도로를 달릴 수 있게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린 친구들이 잘 성장해서 제 위의 선배들이 걸었던 길, 앞으로 다른 선수들이 한국 야구를 빛내줬으면 한다"고 선후배 야구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2024년은 김하성에게 가장 중요한 시즌이다. 김하성은 내년을 마지막으로 샌디에이고와 4년 계약이 종료되고 FA 자격을 얻는다.
한편 김하성은 현재 트레이드설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샌디에이고가 긴축을 실시하고 있고, 김하성과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트레이드 물망에 올랐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샌디에이고는 내년 3월 다저스와 한국에서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 MLB 공식 경기가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것은 역사상 최초다. 김하성이 트레이드된다면 한국인이 없는 서울 시리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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