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김윤석이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을 그려냈다. 김한민 감독과 만난 김윤석 표 이순신 장군은 천하무적이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최종장인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연출 김한민·제작 빅스톤픽쳐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김윤석)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김윤석은 촬영을 마친 뒤 2년 반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된 '노량: 죽음의 바다'에 대해 "CG 작업만 800명이 붙어서 1년 넘게 작업했다. 또, 무술팀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다 봤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사람들이 보람을 느낄 정도만 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빈말로 하는 말이 아니라, 이 작품이 끝이 아니다. 세계 2차 대전에 대해 '덩케르크' 등 수십 편의 작품이 나오지 않았냐. 임진왜란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전쟁이었고,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작품"이라며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뛰어난 작품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먹먹한 마음으로 '노량'을 끝냈으니까 그 의미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한 마음도 있고, 여러 가지 마음이 든다"고 털어놨다.
노량: 죽음의 바다 김윤석 인터뷰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이순신은 '명량'에선 용장, '한산: 용의 출현'에선 현장,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지장으로 그려진다. 각각의 이순신들은 배우 최민식, 박해일, 그리고 김윤식이 연기했다.
이순신 장군의 바통(?)을 이어받게 된 김윤석은 "평가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일단 감독님을 만났을 때 '이 사람은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은 이미 '명량' '한산' '노량'에서 이순신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지 계획을 다 한 상태였다. 제 모습이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가지게 됐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한민 감독은 김윤석이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월드에 나를 온전히 맡기겠다'고 선언했노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해당 발언이 언급되자 김윤석은 "그렇게 얘기한 적은 없다. 그분이 워낙 미사여구를 잘 쓰시는 분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윤석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과 하루종일 시나리오를 두고 얘기했다. 둘이 앉아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어떤 장면에서, 이 장면을 합치고, 이 장면의 의미는 무엇이고, 이 대사는 어떤 것이고 전체를 브리핑했다"며 "'명량'에서 이순신이 이런 모습을, '한산'에선 저런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노량'에선 전쟁이라는 것이 한 번 일어났으면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루종일 나눴다"고 말했다.
또한 김윤석은 "제가 봤을 때 임진왜란과 이순신에 대해서 대한민국에서 김한민 감독만큼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 '명량'을 만든 지 10년이 됐지만, 준비는 20년쯤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더군다나 저희가 바다에서 촬영한 게 아니라 세트에서 완전히 CG로 촬영했다. 그렇게 찍으려면 모든 장면에서 어마어마한 회의를 해야 한다. 조명의 빛이 조금이라도 비틀어지면 안 된다. 서로 말은 안 하지만 전쟁터였다. 그래서 감독님은 계획대로 하시고, 저는 이순신을 표현하겠다고 했다. 그걸 '이순신 월드에 믿고 맡기겠다'고 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 김윤석 인터뷰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동안 수많은 배역을 맡아왔던 김윤석이지만, 민족의 성웅인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었다. 김윤석은 "'성웅' '민족의 횃불' 이런 걸 생각하다가 7년 전쟁에 대해 알아가니까 이순신 장군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알게 됐다. 그게 '명량'과 '노량' 사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윤석은 "'명량' 전에 한양에 끌려와서 고문을 당할 때 어머니가 투옥된 아들 얼굴을 보러 가는데 왜군들이 육지를 점령해서 갈 수 없으니 뱃길로 한양까지 가다가 배에서 돌아가신다. 그때는 삼년상이 기본 아니냐. 그걸 치르고 '명량'에 다시 싸우러 나가셨다"며 "그때부터 장군님은 손을 떨고, 식은땀을 흘리고, 각혈한다. 어머니를 보내고 '명량'에서 기적에 가까운 승리를 하는데 보복으로 아산 본가에 왜군들이 와서 아들 면이(여진구)를 또 죽인다. 그 시절 1년이 이순신 장군을 가장 피폐하고, 반 시신으로 만든 시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윤석은 "그걸 알고 난 뒤에 이 사람은 더 이상 영웅이나 성웅이 아니라, 그냥 700년 전 이 땅에 있었던 7년간의 전쟁에서 군인의 신분으로 살아간 아주 불행한 남자라는 생각이 한편으로는 들더라"고 고백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와 최후의 모습을 그린다. 그의 마지막을 그리는 만큼,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이에 대해 김윤석은 "전쟁은 임금이 치른 게 아니라 우리가 치른 거다. 이 슬픔은 임금이 알리가 없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싸우고, 같이 의견을 내고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점점 더 외로워져 간다. 심지어 가족도 사라진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슬프다기 보단 그렇기 때문에 더 절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누구도 알아줄 수 없기 때문에 말을 해봤자 이해를 못 할뿐더러, 공감도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전쟁을 올바로 끝내야 진정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절제된 감정선을 설명했다.
특히 작품의 하이라이트이자, 노량해전 속 가장 큰 사건인 이순신 장군의 죽음은 담백하고, 덤덤하게 그려졌다.
김윤석은 "감독님과 '진실되게 표현하자'고 했다. 저는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적어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방에서 싸우고 있고, 아우성부터 난리가 최고조, 절정에 이르지 않냐"며 "그때 이순신 장군이 '싸움이 급하다. 내가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말라'고 한다. 이 싸움에 최대한 피해를 안 끼치고 자신이 마지막 할 수 있는 말만 하고 가는 거다. 위대한 영웅의 죽음이니까 이 부분에서 모든 걸 멈추고, 하늘을 나는 새도 멈추고, 영웅의 진공 상태를 보여주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싸움이 급하니까 죽었다고 하지 말고, 빨리 싸워야 한다고 하자고 했다. 그것이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길 바랐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김윤석은 이순신 장군이 죽음 직전까지 북을 치는 장면과 관련해선 "물론 감독님께 여쭤보면 제일 잘 아시겠지만, 북을 치다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도 있고, 활을 쏘다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고 있다. 무엇이 옳다고 제가 얘기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노량: 죽음의 바다 김윤석 인터뷰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러한 김윤석 표 이순신 장군을 두고 김한민 감독은 '모든 것을 갖춘 이순신'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에 김윤석은 "왜 그런 얘길 해서 오늘 이런 질문을 받게 하냐"고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김윤석은 "부담스러워졌다. 하지만 저는 '명량'에서의 주인공과 '한산'에서의 주인공 모두 용장과 지장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하다. 이순신 장군 자체가 그렇다"며 "'명량'에선 전투 기계, '한산'에선 머리 좋은 놈, 이렇게 말할 순 없다. 두 개 다 갖고 있는 부분이다. 마찬가지로 '노량'에서의 모습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윤석은 "김한민 감독이 그리고자 했던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잘했든, 못했든 제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이순신 장군이 안 계셨다면 진작에 명운을 다했을 것"이라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