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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 이정후 "명문 구단 가게 돼 영광…열심히 하겠다"(종합)
작성 : 2023년 12월 19일(화) 21:34

이정후 / 사진=팽현준 기자

[인천공항=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오늘(19일) 금의환향했다.

이정후는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달 28일 출국한 이후 약 3주 만이다.

3주 동안 이정후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2023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 진출에 도전한 이정후는 지난 15일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469억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는 2027시즌 후 옵트 아웃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다. 지난 2013년 류현진(LA 다저스, 6년 3600만 달러), 2021년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4년 2800만 달러)의 계약 규모를 훌쩍 뛰어 넘었다.

또한 이정후의 소속팀이었던 키움 히어로즈는 이정후의 포스팅 비로 1882만5000달러(약 245억 원)를 받게 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품에 안기 위해 무려 1억3182만5000달러(약 1713억 원)의 거금을 투자한 셈이다.

더불어 이정후는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7년 1억30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에서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한 한국 선수가 됐다.

귀국 후 취재진과 만난 이정후는 "기자회견 때보다 더 떨린다"고 미소를 지은 뒤 "(메이저리거라는) 1차적인 목표를 이룬 것 같고, 이제는 잘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가 될 것 같다"고 빅리그 진출 소감을 전했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계약 규모로도 큰 화제가 됐다. 최근 KBO 리그 출신 선수들이 빅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이정후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지만, 1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계약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았다.

이정후는 "제안을 받았을 때 다리가 조금 풀렸다"면서 "샌프란시스코라는 좋은 명문 구단에 가게 돼서 영광이다. 구단이 나에게 이렇게 투자했는데, 나도 준비 잘해서 기대에 걸맞은 플레이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여러 구단 가운데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한 이유도 밝혔다. 이정후는 "많은 구단들이 있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단장님이 한국에 와 주셨다. 또 협상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를 원하는 기분이 들었다"면서 "나도 이런 역사 깊은 팀에서 뛸 수 있게 돼서 너무 영광이라고 생각해서 빠르게 결정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정후 / 사진=팽현준 기자


이정후의 초대형 계약에는 김하성의 성공 사례가 큰 도움이 됐다. 이정후와 같이 키움 히어로즈 소속이었던 김하성은 빅리그에 진출해 매년 발전하며 올해는 한국 선수 최초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까지 거머쥐었다.

이정후는 "하성이 형이 지난해와 올해 너무 잘해줘서 덕을 본 것 같다"면서 "형이 이렇게 잘해놓은 것을 내가 망칠 수 없다. 나도 열심히 해서 한국 야구 선수들에 대한 인식을 계속 좋게 남기고 싶다. 그래야 또 많은 선수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계약 후에는 김하성도 가장 먼저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정후는 "형이 '좋은 감독님 밑에서 야구를 하게 됐으니 잘 됐다. 너의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023시즌 종료 후 밥 멜빈 감독을 선임했다. 공교롭게도 멜빈 감독은 지난 2022년과 2023년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을 지도했는데, 김하성은 멜빈 감독의 지도 하에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한국 선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멜빈 감독인 만큼, 이정후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하면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의 라이벌 구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구단들 중 하나다. 거기에 이번 오프시즌에 똑같이 아시아 선수를 영입했으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커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정후는 겸손했다. 그는"“오타니 선수와의 비교는 솔직히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내가 할 것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오타니 선수와 견줄 수 있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부담이 되거나 이런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또 "오타니 선수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이고, 나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의 선수"라면서 "사실 비교도 안되고 계약 금액에 있어서도 그렇기 때문에 너무 그렇게 비춰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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