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 4,919m의 틸리초 호수의 매혹적인 절경을 지나, 이번 여정의 최종 목적지, 토롱라 패스로 향한다. 해발 5,416m의 토롱라 패스는 안나푸르나 서킷 코스에서 가장 높은 지점으로, 지금까지 트래킹의 정점을 찍는 곳이다. 산소가 희박한 고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몇몇 대원들이 하산한 상황. 숨쉬기도 쉽지 않은 해발 4000m 이상 고지대에서의 트래킹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한다. 안나푸르나 서킷, 그 대장정의 끝을 향해 배우 이시영, 오지 탐험 유튜버 오지브로(이태윤) 등 17명의 트래커가 마지막 걸음을 내디딘다.
산사태 구역을 다시 통과해 시르카르카와 야크카르카를 향해 걷는다. 가을이 한창인 히말라야의 알록달록한 수목과 눈부시게 아름다운 설봉, 그리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날씨의 조화가 절묘하다. 여정의 길에 만난 ‘어퍼 캉사르’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아 폐허가 된 마을이다. 신에 기대어 자연의 품에서 살아가던 시간이 가만히 고여 풍경이 되어있다. 잠시 쉬며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을 내다보는 일행. 돌아온 길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들지만, 훤히 보이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보면 두려움과 걱정이 앞선다.
안나푸르나 1봉과 2봉, 3봉의 수려한 풍경을 눈에 담으며 한 걸음, 한 걸음 트래킹을 이어간다. 누군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을 돌아보며 걷기도 한다. 그날 밤, 야크카르카에 도착한 일행. 오지 탐험 유튜버 오지브로(이태윤) 씨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산소호흡기를 끼지 않으면 산소포화도가 40%까지 내려가는 상황. 산소통의 산소도 점점 고갈되고, 결국 하산을 결정한다. ‘걷는다는 것’, 그 당연하고 쉬운 일조차 안나푸르나는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트래킹을 이어갈수록 마치 순례를 행하듯 자연의 웅장함과 위엄에 절로 겸손해진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 새벽이 열렸다. 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토롱라 패스를 향한 여정. 토롱라 패스로 향하는 길은 오후가 되면 바람이 돌풍처럼 거세져 트래킹을 진행하기 몹시 어렵기 때문에 어둠과 추위를 무릅쓰고 나섰다. 사방이 온통 캄캄해 헤드랜턴의 빛에 의지해 천천히 오르는 일행. 토롱라 패스를 향한 마지막 구간, 이제는 힘들고 지쳐도 무조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영하의 기온에 온몸이 얼고, 높은 고도로 숨쉬기가 어렵지만,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 여명 사이로 토롱라 패스가 보이기 시작한다.
토롱라 패스의 ‘라(La)’는 현지어로 ‘고개’를 뜻한다. 지나온 ‘마낭’ 마을과 하산 방향에 있는 ‘묵티나트’ 사원을 잇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갯길. 신의 산책로를 따라 많은 이들의 염원이 깃든 오색 깃발 타르초가 바람에 흩날린다. 끝나지 않을 거 같던 길은, 마침내 토롱라 패스에 선다. 배우 이시영 씨가 일행 중 가장 먼저 그 땅을 밟는다. 푸른 하늘과 새하얀 눈, 그리고 어느새 떠오른 햇살에 비치는 타르초의 쨍한 색감이 마침내 토롱라 패스에 올랐음을 실감하게 한다. 체력적인 한계를 넘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감동, 그 벅차고 경이로운 순간으로 <영상앨범 산>과 함께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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