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배우로서 '디보'(DIVO)의 순간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오히려 "매 순간"이라고 말한 차학연. 그는 어리숙하던 이전부터 매번 최선을 다해왔다면서, 앞으로도 계속해 찬찬히 쌓다보면 언젠가 자신이 목표로 하는 '배우'의 모습에 닿을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더욱이 '무인도의 디바'를 통해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면서 그에게 좀 더 큰 욕심이 생겨났다.
지난 3일 종영한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극본 박혜련, 은열·연출 오충환)는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가수 지망생 서목하(박은빈)의 디바 도전기를 그린 작품이다.
차학연은 극 중 강우학으로 분했다. 배우로서 캐릭터의 어떤 매력을 느꼈고 어떤 이유에서 작품을 선택했는지 묻자, 그는 "우학이는 낙차가 크지 않나. 연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도전할 수 있는,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많을 거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또 표현이 따뜻하다기보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틱틱대기도 하는. 직선적인 캐터인 우학이 와닿았다. 이 캐릭터를 하면서 함께 흘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면서 "대본부터 시끄러웠다. 어쩌면 (우학이가) 장르를 밝게 만들어줄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내 마음에 쏙 들어왔던 캐릭터다"고 이야기했다.
'우학'이란 이름을 포함해 3개의 이름을 가진 캐릭터인데, 각 이름마다 가진 스토리나 무게감이 달랐다. 이에 차학연은 "'우학'이 티 없이 맑고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면 '채호'라는 걸 알게 된 후 책임감도 생긴 거 같다. 그러면서도 우학이의 모습은 잃지 않으려고 했다. 밝은 우학이와 채호라는 걸 알게 된 이후의 우학이는 표현하는 방식이 좀 달랐다. 톤도 다르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무인도의 디바'를 통해 연기적으로도 많은 호평을 받은 차학연은 작품 전부터 이전과 좀 더 다른 방법으로 캐릭터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는 "혼자 리허설을 많이 하지 않는데, 스스로 리허설을 많이 해봤다. 현장에서만 아니라 혼자 여기저기 다니면서, 집 근처 캠핑장에 가서 소리를 지르거나 뒤는 장면을 촬영해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우학이의 감정신을 좀 더 다양하게 표현해보고자 '우는 장면'도 다양하게 표현하며 촬영해보기도 했다고. 차학연은 "특히 우는 장면을 많이 촬영해봤는데 이렇게도 울어보고 저렇게도 울어보고, 혼자 박수를 치며 울어보기도 했다"면서 혼자 리허설 후 모니터하는 나름의 예습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또 사회부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캐릭터다보니 발음적으로도 아나운서의 리포팅을 녹음받아, 가수 출신답게 나름의 '음표'를 붙여가며 연습하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무인도의 디바'에서 유독 나혼자 리허설이라는 준비 과정을 거친 이유는 뭘까. 차학연은 "우학이는 발랄하면서도 톤이 높고 격양된 표현을 많이 써서 저랑은 많이 달랐다. 그런 우학이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본래의 차학연과 캐릭터의 간극을 좁히기 위함이었다는 것. 또한 "초반에 원맨쇼를 하는 장면이 많았다. 혼자 채워야 하는 장면이 많아서 더 혼자 리허설을 해보고 그랬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비주얼적인 부분도 많은 신경을 썼다는 차학연은 "일부러 비주얼적인 트릭을 주기 위해 안경을 썼다. 기호가 어릴 때 안경을 쓰지 않나. 또 평소에 '눈이 세다'는 말을 듣는데, 안경을 쓰니 동글동글해 보인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안경만 아니라 넥타이도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아이템으로 사용됐다. "스타일리스트도 고민 많으셨다. 천으로 된 타이를 착용하면서 캐주얼하게 가려고 했다. 보걸이는 좀 더 자유롭지만, 우학이는 직장인으로서 갖춰 입으면서도 아이템을 썼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차학연은 이번 '무인도의 디바'를 통해 주연으로서 작품을 이끌어가고자 하는 욕심도 생겼다고 고백했다. 그는 "작품을 이끌어가는 배우를 보면서 따라가고 싶단 생각도 들고 나도 저런 배우가 되고 싶더라. 아직 역량이 안 된다고 스스로 판단하지만 한 계단씩 단단하게 쌓아가다보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도전해보고 싶고 최근에 그런 욕심이 생겼다. 너무 잘 해내는 배우를 보면서. 꿈과 목표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차학연에게 그런 욕심을 갖게 한 것은 '무인도의 디바' 서목하를 소화한 주인공 박은빈이었다. "당연하지만, 은빈이 일단 작품을 끌어가는 힘이 좋았다. 주변 캐릭터를 챙기고 현장까지 챙기는 걸 보면서 멋있단 생각을 했다. 나도 한 작품을 끌고 가는 배우가 된다면 저런 모습으로 끌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똑부러진 거 같다.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사실 차학연에게는 '무인도의 디바' 이전에 연기인생 터닝포인트와 같은 '터널'이란 작품이 있었다. 차학연은 "분량이 많지 않았는데, 그때부터 이런 많은 노력이 필요하구나 느꼈고 진심으로 (연기를) 공부하고 노력했다. 촬영이 아침에 끝이나면 바로 연기선생님 찾아가서 연기수업받고 다시 현장 출근하고 이럴 정도였다. 그때 처음으로 연기 칭찬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당시 '연기 잘한다'는 반응을 얻었던 것이 기억에 난다는 그는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해야 이 한마디를 들을 수 있구나 해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후회남지 않게 했다"면서 "물론 캐릭터 연기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데,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한 번도 후회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느꼈다면 우학이를 만나고는 조금 더 넓은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 '헛되이 보내진 않았구나' 생각이 들고 성급하게 느리게 가지 않는다 생각한다. 천천히 알맞게 단단하게 잘 가구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 믿음이 생겼다. 자신감도 생기고 스스로에게 욕심이 생긴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배우로 활동한 지 벌써 10년 차다.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보며 차학연은 "저 스스로 욕심을 내는 제가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아쉽지 않은 순간이 아예 없는 건 아지만 그 당시 그때만큼 최선을 다할 순 없는 거 같다"면서 "예전엔 긴장을 하는 순간이 많았다면 현장에서 행복한 순간이 더 많은 거 같다. 그게 가장 큰 변화인 거 같다. 너무 떨어서 외우고 가도 현장에서 백지가 될 때가 제법 많았다. 특히 '터널' 때는 다른 분들이 말을 거는데도 너무 떨리고 잘 해내고 싶은 욕심에 한마디도 못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자신을 돌아보며, 달라진 지금과 비교한 그는 "지금 와서 보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큰일 난다 생각한다. 이제는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게 된 거 같다. 여전히 긴장하지만, 현장을 즐길 수 있는 제 모습이 잘 알려주지 않나"면서 한껏 뿌듯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차학연이 그리는 '방향'은 어딜 향하고 있을까. "조금씩 제가 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많은 인물을 만나고 싶다. 장르도 그렇고. 아주 나중에는 한 작품을 끌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아직 갈 길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씩 채워가려 한다. 지금처럼 쉬지 않고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욕심과 의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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