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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그냥 지나가는 건 없다 [무비뷰]
작성 : 2023년 12월 13일(수) 08:00

비밀 / 사진=영화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이 또한 지나갈 줄 알았는데, 상흔은 가슴 깊숙하게 남아있다. 슬픈 스릴러 '비밀'이다.

13일 개봉된 영화 '비밀'(감독 임경호,소준범·제작 스튜디오고트)은 잔혹하게 살해된 사체에서 10년 전 자살한 영훈의 일기가 발견되고, 그 이면을 파헤치던 강력반 형사 동근(김정현)이 잊고 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추적 스릴러다.

영화는 동근이 한 남성의 사체를 조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피가 낭자한 화장실. 동근은 잔혹하게 살해된 사체를 살펴보던 중 입 안에 들어있던 쪽지를 발견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쪽지 안에는 의미심장한 문장이 적혀있었고, 동근은 살인범이 남긴 메시지라 확신한다. 피해자 주변인 조사에 착수한 동근은 유력 용의자들이 같은 군대에서 복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근은 순조롭게 사건을 풀어간다. 하지만 해당 메시지가 10년 전 자살한 친구 영훈의 것임을 알게 돼 패닉에 빠진다. 그러던 중 영훈과 관련된 이들이 차례로 살해되기 시작한다.

동시에 자신의 학창 시절이 기억나기 시작한 동근은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과연 그가 숨긴 비밀은 무엇이고, 살인범의 정체는 누구일까.

비밀 스틸컷


'비밀'의 외피는 추리 스릴러물이나, 이면에는 군 가혹행위, 학교폭력 문제가 깔려있다. 누가 범인이고, 왜 살해됐는지를 쫓아 갈수록 갑갑한 한숨만이 터져 나온다.

무겁고 슬픈 분위기는 약 2시간 동안 이어진다. 사회문제를 다루다 보니 가벼울 수 없다. 그럼에도 고개를 돌릴 수 없는 이유는 인물들의 입체적인 모습 때문. 복수를 위해 또 다른 죄를 짓거나, 방관자로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는 모습, 사적 제재 등은 관객에게 여러 질문을 던진다. 답을 내리기 어려운 순간들을 계속해서 만나다 보면 어느덧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는 동근을 '나' 자신에게 투영하게 만든다. 무심코 던진 말이 나비효과를 일으키지 않았나, 알면서도 묵인하지 않았나 등 되돌아보게 하며 생각할 거리를 쥐어준다.

배우들의 완급조절된 연기도 시선을 끈다. 동근을 맡은 배우 김정현과 영훈의 엄마 역을 맡은 배우 길해연의 후반부 연기 호흡은 가히 폭발적이다.

다만, '비밀'이 묘사한 폭력 장면은 다소 보기 불편하다. 청소년 관람불가등급이지만, 영훈이 당한 가혹 행위에는 눈을 질끈 감게 된다. 학교폭력 또한 현실적이다.

'비밀'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에서 '그냥 지나가는 건 없다'로 끝이 난다. 결말 역시 무언가 남아있을 듯한, 찝찝함을 안긴다. 그럼에도 영화가 시사하는 속죄, 죗값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관객들에게도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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