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잔잔하고 따뜻하다. 이 세상 모든 엄마와 딸들을 위한 이야기를 담은 '3일의 휴가'다.

6일 개봉하는 영화 '3일의 휴가'(연출 육상효·제작 글뫼)는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김해숙)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의 힐링 판타지다.

영화는 저승 백일장에서 입상해 3일간 인간계로 특별 휴가를 받게 된 복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저승사자(강기영)에게 "우리 딸이 미국 '우크라'(UCLA) 대학에서 교수하고 있다"고 자랑한 복자는 자신의 유일한 희망이자 전부인 딸 진주가 미국이 아닌 엄마의 뒤를 이어 백반집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받는다.

복자는 자신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딸 진주에게 애타게 잔소리를 퍼붓는다. 그러나 딸 진주에겐 말 못 할 사정들이 있었다. 심장마비로 갑자기 떠난 엄마에게 후회와 미안함만 남은 진주는 홀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멈춰있었다.

그런 진주의 진심을 알게 된 엄마 복자는 저승으로 돌아가기 전, 딸을 위해 마지막 선택을 내린다.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하고, 애틋한 이야기로 채워진다. 이른바 '눈물 치트키'인 엄마와 딸의 소재를 앞세운 만큼,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안겨줄 수 있다. 극 중 복자와 진주는 살가운 모녀 관계는 아니지만, 부모에게 차마 건네지 못한 채 삼켜버린 말들이 있는 자식이라면 공감할 모습이다.

또한 '3일의 휴가'는 슬픔의 감정에 치우져 작품의 무게를 더하지 않았다. 오히려 딸 진주를 연기한 배우 신민아는 감정을 절제해 담백하게 표현했다. 일부 장면들이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을 테지만, 억지 감동이나 과한 신파적 코드를 넣지 않아 불편함이 없다.

여기에 판타지 소재를 결합해 웃음 코드를 넣어 작품이 지나치게 무거워지는 것을 방지했다. 눈물이 나면서도, 동시에 웃음이 나는 다정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모녀 관계를 연기한 배우 김해숙과 신민아의 '케미'는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더한다. 생전 딸을 위해 아낌없이 헌신하고, 희생했던 엄마 복자부터 영혼이 된 뒤 딸을 향해 잔소리를 퍼붓는 다사다난한 복자를 그려낸 김해숙은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신민아는 유년시절 엄마와 제대로 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자꾸만 엇나가는 딸 진주의 모습을 섬세한 감정선으로 표현했다.

특히 유한한 인간의 시계는 그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는 가족 관계에서 가장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늙어가는 부모는 장성한 자식들이 효도를 해줄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이처럼 '3일의 휴가'는 한정된 시간 속,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늦지 게 지금 해야 할 이야기들이 있음을 일깨워준다.

작품 속 시간적 배경마저 겨울이다. 추운 겨울 따뜻한 눈물과 함께 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다만 휴지는 필수다. 러닝타임은 105분, 12세 이상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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