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엔제 포스테코글루(토트넘)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에서 5개의 빅클럽을 상대로 호성적을 기록했다.
토트넘은 4일(한국시각) 잉글랜드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원정에서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토트넘은 최근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출전 정지 징계로 부진에 빠져있다. 리그 개막 후 10경기 무패를 달리며 상승세를 보였줬지만 첼시전을 시작으로 3연패에 빠지며 선두권에서 이탈해 리그 5위로 내려앉았다.
더욱이 이번 경기는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맨시티. 엘링 홀란드, 훌리안 알바레스, 제레미 도쿠가 절정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베르나르두 실바, 필 포든 등 공격을 지원하는 선수들의 면면까지 최상위 전력이었다.
토트넘은 주축 중앙 수비수 라인을 가동할 수 없었다. 미키 반더벤은 첼시전 햄스트링 부상으로 내년 복귀 예정이며,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첼시전 다이렉트 퇴장으로 맨시티전까지 나설 수 없는 상황,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전문 중앙 수비수인 에릭 다이어가 있음에도 에메르송 로얄과 벤 데이비스를 중앙 수비진을 가동하며 페드로 포로와 데스티니 우도지와 함께 풀백 4명을 세웠다.
이날 토트넘은 주축들의 공백으로 주도권을 내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선제골을 터트렸다.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전반 6분 맨시티 코너킥 후 이어진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은 데얀 쿨루셉스키의 롱패스를 받은 뒤 상대 수비를 떨쳐내고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포효했다.
그러나 3분 뒤 맨시티의 프리킥 상황에서 손흥민이 공을 걷어낸 다는 것이 정강이쪽 맞고 골문 안으로 흘러들어가며 자책골을 기록했다.
이후 맨시티가 주도권을 잡더니 앞서갔다. 전반 31분 페널티박스 안쪽 알바레스가 수비 라인을 무너트리고 동료의 패스를 받은 뒤 재차 내줬고, 쇄도하던 포든이 왼발로 마무리 지으며 앞서갔다.
후반전 들어서도 맨시티가 흐므을 유지한 가운데 토트넘이 추격했다.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지오바니 로셀소가 왼발 감아차는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2-2 균형을 맞췄다.
다시 집중력을 높인 맨시티는 총공세에 나섰고 후반 26분 홀란드의 컷백 패스를 교체투입한 잭 그릴리쉬가 침착하게 밀어넣으며 3-2 다시 리드를 잡았다.
이에 질세라 토트넘도 막판 힘을 발휘했다. 좌측면 브레넌 존슨의 크로스를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달려오던 쿨루셉스키가 헤더로 연결하며 3-3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토트넘은 최근 3연패 후 맨시티 원정을 와 4연패할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지는 못했으나 저력을 보여주며 연패의 흐름을 끊고 승점 1점을 추가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8승 3무 3패(승점 27)으로 리그 5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4위 아스톤빌라(승점 29), 3위 맨시티(승점 30) 추격에 나선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손흥민 / 사진 = GettyImages 제공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첫 프리미어리그 상반기에서 경쟁팀인 '빅5'를 상대로 2승 2무 1패라는 성적을 거뒀다.
프리미어리그는 토트넘을 포함해 맨시티, 아스널, 맨유, 리버풀, 첼시를 두고 '빅6'라 부른다. 최근 빌라,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며 상위권 경쟁에 나서는 팀들의 등장으로 이전보다는 굳건함을 보여주지 못하며 의미가 다소 퇴색된 경향이 있으나 팀의 역사와 기록들 만큼은 여전히 유럽 내 최고 구단들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번 시즌 토트넘에 부임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부임초반만 하더라도 자국 호주 대표팀과 프로구단팀, 요코하마 F마리노스(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활약한 경력으로 인해 의구심을 받았다. 지난 2021년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 부임해 2시즌 연속 우승과 더불어 '도메스틱 트레블(자국 리그, 리그컵, 축구협회컵 우승)'을 달성했음에도 토트넘의 팬들의 만족감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러나 개막 후 모든 의구심을 환호로 뒤바꿨다. 평소 펩 과르디올라(맨시티) 감독의 전술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높은 라인을 유지하면서도 강한 전방 압박을 통해 공격적으로 나섰다. 우도지, 포로 등 풀백들이 '인버티드' 역할을 맡으며 중원에 가세하며 전략적으로 나섰다.
또,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며 최전방에 고민을 안고있던 부분을 손흥민의 위치를 바꿔주며 해결, 손흥민은 9골 2도움으로 홀란드, 모하메드 살라에 이어 리그 득점 3위에 오르며 물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을 상대로는 승리, 아스널, 맨시티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둬 승점 8을 더하는 기쁨까지 얻었다.
첼시전 패배로 리그 10경기 무패 행진을 마감. 동시에 주축 선수들의 뼈아픈 이탈로 고민을 안게됐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전반기 경쟁팀들을 상대로 주목할 성적을 챙겼다.
다만, 리버풀전 승리를 두고는 프리미어리그 심판진들의 오심이 있었다. 당시 리버풀의 공격수 루이스 디아스의 득점이 심판진들의 의사소통 실수로 취소된 것.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나 토트넘 당시 2명이 퇴장당한 리버풀을 상대로 힘겹게 승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시험대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첼시전을 시작으로 울버햄튼, 빌라, 맨시티까지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다음은 프리미어리그의 '신흥 강호' 웨스틈햄, 뉴캐슬이 기다리고 있다.
본격적인 박싱데이로 들어가면서는 노팅엄 포레스트, 에버턴,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을 끝으로 2023년을 마무리 한다.
[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