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금기도 깨버릴 정도로 맛과 요리를 탐미한 선조의 이야기에는 단순히 '음식'에 대한 집착이 아닌 '꿈'을 향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2일 개봉한 영화 '수운잡방'(감독 최연수·각본 김익현, 조수영·제공 KBS 한국방송, 아센디오)은 과거시험 삼수생 양반 '김유'(윤산하)가 자칭 조선 최고의 요리사 '계암'(김강민)을 만나 미식 세계에 빠져들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유의 자랑스럽고 든든한 형님이던 김연(백상현)이 관직에서 내려온 뒤, 김유는 집안을 위해 반드시 급제해야 한다는 부담을 어깨에 지고 공부를 위해 산속 절로 향한다. 주린 배로 인해 생긴 사건으로 김유와 계암의 서로에게 최악의 인상을 남기게 되고, 사사건건 부딪히던 두 사람은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난 원수처럼 지내게 되는데. 그러나 김유는 계암을 통해 요리의 재미를 알고 요리를 통해 얻게 되는 행복과 의미를 알게 되고, 계암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진짜 꿈을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물론 김유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은 여느 사람처럼 쉽지 않다. 명망 높은 사대부 집안에서 사랑받는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러한 배경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은 그를 놓아주지 않은 것이다. 남자는 주방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배우는 조선시대에서 그가 '남성'이라는 점까지. '요리'를 향한 그의 열망에 계속해 찬물을 끼얹는 요소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 김유의 곁에는 그의 형제 '김연'이 있다. 김연은 주인공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로, 꿈으로 향하는 길목에 선 '벽'이자 '문' 같은 존재다.
철부지 막내 김연과 달리 항시 집안을 생각하는 의젓한 형님은 김유를 급제시키기 위해 저질러선 안 되는 일까지 행하게 된다. 선비로서 청렴결백이라는 개인의 가치관도 저버리고 오직 집안을 위하는 김연. 사대부 집안에 대한 넘치는 자부심은 집안의 명예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집착으로 변모했고, '명분'이라는 구멍에 빠져 스스로 짐을 더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형과 달리 김유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고민하고 신분이나 배경은 전혀 개의치 않고 꿈을 향해 전진한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캐릭터의 두 사람은 형제라는 형태로 '현실과 이상'에 대한 우리네 내면 속 갈등을 조망한다. 그리고 '벽'인 줄만 알았던 김연이 계암과 더불어 김유의 또 다른 형태의 '문'이 되어주면서, 당신의 여정에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문'이 생겨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다만 조선시대 선비와 요리라는 소재와 메시지에 대한 흥미와는 별개로 스토리 전개는 다소 지루하다. 철부지 주인공이 일련의 사건으로 조력자를 만나고 여러 위기를 조우하지만 각성하면서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과정. 그리고 절정 위기의 순간 나타난 왕이라는 '절대자'에게 감정에 호소하면서 해결되는 서사는 단순해서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럼에도 KBS한국방송이 누구에게나 쉽게 주고자 하는 교훈은 명료하며, 사극이라는 장르에서 보여주는 고전적 미감이 돋보인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은 82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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