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우리는 음식에 진심인 민족이었어.'
'수운잡방'이 음식에 진심인 조상의 발자취를 따라, 꿈을 찾는 여정의 출발을 알렸다.
28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수운잡방'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최연수 감독을 비롯해 배우 윤산하, 김강민, 백성현이 참석했다.
'수운잡방'은 과거시험 삼수생 양반 '김유'(윤산하)가 자칭 조선 최고의 요리사 '계암'(김강민)을 만나 미식 세계에 빠져들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 조선시대 선비가 주방에?
영화의 모티브가 된 조선 최초의 조리서 수운잡방은 안동을 중심으로 한 조선 전기 양반가의 식생활을 보다 정확하게 알려주는 대한민국 보물 제2134호. 121종에 달하는 술과 음식, 김치와 다과, 탕류 등의 조리법은 물론 채소의 재배법까지 기록되어 있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소중한 보물이란 점만 아니라 아니라 남성이 부엌에 들어가는 것이 금기시 되던 시대임에도 시대적 분위기와 신분을 뛰어넘어 미식의 세계를 탐미한 '김유'라는 선비의 용기와 생각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김유'의 형이자, 집안을 위해 선비의 덕목인 청렴결백마저도 져버린 채 동생에게 급제를 강요하는 '김연'으로 분한 백성현은 우스갯소리로 캐릭터를 "조선판 꼰대"라고 표현했다. 백성현은 "시대부 인물을 잘 대변해주는 인물이길 바랐다. '남자는, 사대부는 이래야 해'라면서 가치관과 편견뿐인 '김연'이란 인물을 통해 시대적 상황을 보여준다 생각했다. 그리고 두 주인공에게 고난과 역경을 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면서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 와중에도 김현을 표현하면서 중점을 둔 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다"면서 "가족으로서 어쩔 수 없는 모습 하지만 결국 이면에는 본인이 이루지 못한 꿈과 자괴감 등 꼬여있던 내면이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온 캐릭터였던 거 같다"면서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누가 되지 않도록 좋은 방향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기자간담회 말미, '수운잡방'이 어떤 작품이 되길 바라냐는 질문에 백성현은 "음식에 진심이셨던 조상이 계셨구나. 알아가는 계기가 됐으면"이라고, 윤산하는 "대중들에게 핫초코 같은 음료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따뜻해지는 기분을 영화를 보면서 느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감독은 '수운잡방'이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살다보면 내가 잘 상고 있는지 모를 때 있지 않나. 그럴 때 저는 떡볶이나 닭발을 먹는데. 자신을 토닥여줄 수 있는 '난 잘 갈 수 있구나' 하면서 신분적 한계가 있음에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힐링푸드같은 작품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고증과 픽션 사이 균형 잡기
실존 인물과 조리서가 있어 감독만 아니라 배우들도 캐릭터 접근에 조심스러웠다. 이 때문에 긴장과 걱정도 많았다는 윤산하는 "'김유'라는 캐릭터는 '이 상황에서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가장 많이 생각했다. 모르는 부분이나 헷갈리는 부분은 여쭤보면서 김유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독 입장에서도 고증과 픽션 사이 고민이 많았다. 이에 안동에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는 최연수 감독은 "그 균형점을 찾기 위해 부담도 많았다"고 털어놓으면서 "실존인물과 실존 조리서를 얼마만큼 살려야 하나 고민했다. 드라마고 양반가의 이야기라 고증 자료를 찾기 쉽지 않더라. 자문교수님에게 조언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만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 장르기 때문에 각 인물의 마음에 집중했다고. 최 감독은 "결국엔 사람들이 살면서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 있는 거 같다"면서 고증과 창작 사이에서 집중한 연출 포인트를 설명했다.
또한 안동을 직접 다녀오기도 한 최연수 감독은 "음식을 다루는 드라마라 처음엔 '음식을 어떻게 맛있게 보일 수 있을까'에 치중했다. 가서 보니까 기술적인 문제는 저만의 고민이 아니라 담당 스태프와 함께 고민할 문제인 거 같더라"면서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 어린 손길이 있지않나. 제가 전달할 것은 그것인 거 같더라. 손모양이나, 플레이팅을 어떻게 내는지 왜 이런 음식을 만들었는지 말씀해주셔서 그런 부분을 신경썼다"고 말했다.
◆ 사극 새내기 윤산하·김강민과 사극선배 백성현 세 남자의 케미
작품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축에는 윤산하와 김강민이 있었다. '김유'와 '계암'의 케미스트리와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기에 상대 배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이들의 현장 케미는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김강민은 대본리딩하는 날 처음 만났던 윤산하를 떠올렸다. "제가 생각하던 '김유'에 너무 잘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 속 윤산하에 대해서는 "(윤산하가) 귀여운 면도 많은데 촬영에 임하면서 누구보다 진중한 모습을 보일 때 새롭게 느껴지더라. 항상 성실하게 준비해서, 열심히하는 친구라고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반대로 윤산하는 자신이 생각하던 '계암'을 또 다른 색깔로 이끌어낸 김강민을 보고 배웠다면서 서로 어색한 거리를 좁히기 위해 사적으로 만남을 갖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백성현에 대해서는 "제가 모르는 부분이 많았는데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셨다. 저에겐 어려웠던 부분이 많았는데 기다려주셔서 감사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이는 김강민도 마찬가지였다. 백성현에 대해 "대기 시간이나 촬영하실 때 모니터를 보면서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저희가 촬영할 때 지켜보시다가 제안도 주셔서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깨우치는 시간이 있어서 배웠다"면서 '사극 선배' 백성현에게 많은 것을 배우려 했던 열혈 후배 면모를 드러냈다.
이번 작품이 첫 사극인 두 사람과 달리, 현재 방영 중인 '고려거란전쟁'에도 출연 중인 백성현은 "두 분이 처음이라고 하시는데 처음 같지 않더라. 열정이 많으셔서 준비를 잘해왔다. 현장에서는 캐릭터와 캐릭터로 붙다보니 현장 내내 장면을 만들어간다는 재미가 있었다"면서 열정 많은 후배들을 격려했다.
한편 '수운잡방'은 12월 2일 개봉 예정이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