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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프래의 색깔로 [인터뷰]
작성 : 2023년 11월 28일(화) 12:00

프래 인터뷰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태국 출신 모델 겸 방송인 프래(Praepetch Udomsartporn)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대로 '염색'되길 원하지 않았다. 확고한 자신만의 색깔을 인정받고 싶다는 프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프래에게는 프래보다 먼저 한국 연예계에 발을 내디딘 사촌이 한 명 있다. 한국과 태국에서 이미 많은 사랑받고 있는 그룹 갓세븐(GOT7)의 뱀뱀이다. 한국에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면서 뱀뱀에게 혹시 조언이나 응원의 말을 들은 게 있냐고 묻자, 프래는 "가족인데다 동갑이라 워낙 어릴 때부터 같이 놀아서 고민 같은 걸 털어놓기가 민망하고 오글거리더라.(웃음) 만나면 깊은 대화를 하기보다는 그냥 논다. 얼마 전에는 뱀뱀 콘서트에 다녀왔다"면서 쑥스럽다는 듯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도 "직접적인 조언은 없지만 뱀뱀이 활동하는 걸 보며 '나도 힘내야지' 이렇게 간접적인 응원과 힘을 받게 되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땅을 처음 밟을 당시, 프래의 나이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그는 전라남도 목포시의 한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지냈는데,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왔던 프래는 표준어 보다도 사투리를 제일 먼저 접했다. 프래는 "처음 언어를 배울 때, 그냥 따라하는 단계에서 저는 한국 사투리를 먼저 배운 거다. 그래서 연기 수업을 받을 때 (사투리 대사가 아닌데) 종종 사투리를 쓴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고 말했다.

그런 프래에게 목포는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할 정도로 깊은 애정이 있는 도시였다. "힘든 것보다도 목포 가족들과 친구들 등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서 재미있었다"고 목포 생활을 떠올렸다.


목포에선 한국어를 배우고, 연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그는 한국의 대학교 연극학부로 진학하는 걸 선택했다. 그렇게 프래에게 '외국인'으로서 겪은 가장 첫 번째 시련이 다가왔다. 바로 언어라는 장벽이었다. 프래는 일상 회화만 아니라 인터뷰·방송도 무리 없이 소화할 정도의 한국어를 구사했지만, 연기는 또 다른 영역이었다.

"대사를 읽고 캐릭터 감정에 공감한 뒤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제가 하는 대사를 다 이해를 못 했어요. '프래, 대사 의미를 제대로 알고 하는 거야?' 이런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번역기를 돌려도 현지인의 감정 등을 알기 힘들더라고요."

대학교 공연 무대를 준비하며 어렵사리 주인공 역할을 따내기도 했지만, 프래는 "나중에 교수님에게 들은 얘긴데, 제가 외국인이라 오디션 볼 때부터 단역을 줄 거라 결정을 해 둔 상태였다고 하셨다. 그런데 제가 열심히 하는 걸 보고 주인공의 기회를 주셨다. 연습과정에서는 주인공 역으로 열심히 연습해서 많이 성장했지만, 공연 2주 전쯤에 '프래 넌 성장했지만 원어민만큼 한국어를 하지 못해 무대에 오를 수 없을 거 같다'고 하셔서 결국 한국인 친구에게 역할이 넘어갔다. 그리고 저는 말 없는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라야 해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프래 역시 관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이러한 결정을 이해했지만 마음에 입은 상처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래는 오히려 이 일을 일종의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유튜브를 거쳐 방송업계에 입문하게 된 것. 그는 "'이대로는 졸업하면 안 될 거 같았다. 외국인 역이나 발음을 잘 못하는 특이한 역할 정도가 저의 한계가 될 거 같더라"면서 "그래서 대학교 3학년쯤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저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운 좋게도 유튜브를 통해 일이나 섭외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많은 기회를 얻은 거 같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무대를 스스로 만들기 위해 일종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간 것이었다.


이후 프래는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 '어서와 한국살이는 처음이지', JTBC '톡파원25시' 등 예능에 출연해 인지도를 올려갔다. 그러면서 태국 출신의 모델 겸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없을지 궁금해졌다. 프래는 "넷플릭스 '내일 지구가 망했으면 좋겠어'를 하면서 오랜만에 하는 연기라 재미있었고 이런 기회가 들어오면 여전히 하고 싶다"면서도 "다만 제가 에너지가 많아서, 저의 자연스러운 모습도 보여드리고 자유로운 매력을 그대로 살려서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그냥 저를 보며 사람들이 웃어주고, 제 말에 환호해주는 반응이 즐겁다. 그제서야 제가 '관종'이란 걸 알았다.(웃음)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너무나 즐겁다"고 답했다.

'미소의 나라'에서 온 만큼 언제나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던 프래. 그러나 활동하면서 매번 즐거운 일만 가득한 건 아니었다. 프래는 "귀가 얇은 편인데 이 사람은 저거 해봐라, 저 사람은 이거 해보라고 하고. 또 이거 따라하고 저거 따라하고 하다보면 제 중심 없이 저의 색깔이 빠지게 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광고가 들어올 때가 있는데 제가 하고 싶은 콘텐츠와 방향이 달라질 때가 있다. 광고주가 원하는 이런 멘트, 저런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프래 색깔'이 아니라 '염색이 된 프래'가 되더라. 그때부터 초심을 잃고 주변사람이 하라는 대로 하게 되고, 구독자들에게도 비즈니스로 보일 거 같아서 유튜브 촬영이 힘들어졌다. 한 번은 촬영 중에 더 이상 카메라를 들고 싶지가 않은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방황하던 찰나, 활동하면서 알게 된 여러 외국인 방송인들에게 '이대로 꾸준하게 밀고 나가면 언젠가 인정받을 것'이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다. 짧은 분량을 선호하는 시청 트렌드에 맞춰 숏폼 콘텐츠를 시도한 것 역시, 주변에 휘둘려 갈피를 못잡던 시기에 중심을 다잡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

"잘 되든 안 되든 꾸준함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어요."라는 프래는 자신의 밝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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